한국타이어, 투자부담 증가에도…뛰어넘는 '현금창출력'
2026년까지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에 2.1조원 투자
물류비 리스크 줄여 EBITDA 1.2조원 상회…현금성자산 1.9조원
OE 수요 증가·원재료비 하락으로 이익창출력도 유지 전망
공개 2023-07-12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0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161390)지는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에 따른 투자 확대 예상에도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금창출력이 투자 부담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공장 화재도 피해금액 상당부분은 보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올해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2조1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 공장 증설에 나선다. 이에 따라 연간 자본적지출(CAPEX)은 1조원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승용차 및 경차용 타이어 연간 생산능력(CAPA)은 약 550만개, 트럭 및 버스용 타이어는 100만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경상적 CAPEX로 매년 약 2000억~3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고려하면, 투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워낙 실적으로 인한 현금창출력이 뛰어나고, 재무안정성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물류비 아끼며 연간 EBITDA 1조2000억원
 
한국타이어는 완성차 생산이 회복되면서 판매량이 증가함에 따라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수익성이 높은 고인치 타이어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했고, 판매가격 인상도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눈에 띄는 점은 높은 수익성이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8.4%로 전년대비 0.6%포인트 줄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9.1%로 전년 동기 대비 2.1%포인트 상승했다. 신차용타이어(OE)보다 수익성이 높은 교체용타이어(RE)의 글로벌 소비 심리가 둔화된 가운데 경쟁사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비결은 운반비에 있다. 한국타이어는 중국, 헝가리, 독일, 미국 테네시 등 일찌감치 해외 공장을 마련하고 현지에서 직접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물류난으로 해상운임비가 급증했는데, 한국타이어는 주요 대륙에 생산거점을 확보한 상황으로 경쟁사 대비 타격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운반비는 1825억원으로 국내 타이어 업계 평균 대비 52.6% 낮게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운임비가 안정화되면서 격차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가장 낮은 운반비를 기록하고 있다.
 
운반비는 판매 및 관리비에 포함되고, 판관비를 아끼면 영업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2019년을 제외한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6000억~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상각 전 이익(EBITDA)도 1조2000억원을 상회했다. 올해 1분기 EBITDA는 19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4% 증가했다.
 
 
투자부담 늘어나도 재무충격 적을 듯…현금성자산 1조8701억원
 
아울러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북미 투자를 늘리고 있고, 미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미국 현지 공급이 곧 높은 수익성 확보와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기차용 타이어는 고부가제품군에 속해 있어 제품 자체의 수익성도 타제품 대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가 서둘러 테네시 공장 증설을 결정한 이유다. 투자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 1공장 투자를 2017년 완료했는데, 이후 CAPEX 소요가 줄어듦과 동시에 높은 EBITDA를 기록하면서 실탄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한국타이어의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8701억원이다. 1분기에 이미 4092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한 것으로 파악된다. 단기성차입금은 9784억원으로 현금성자산의 약 절반에 가깝다. 부채비율은 38.4%, 차입금의존도도 12.8%에 불과해 재무안정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순차입금은 2021년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실질적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CAPEX 증가로 잉여현금흐름(FCF)이 다소 빠져나갈 가능성은 있다. 지난해 매출채권 등 운전자금이 7383억원 증가하면서 영업현금흐름(OCF)으로 인한 유입액이 2020~2021년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나 EBITDA 규모와 재무상태 등을 고려하면 투자 완료 시점인 2026년까지 자체 현금으로도 투자 부담에 대응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수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연 1조원 내외의 안정적인 영업창출현금을 감안하면, 투자자금 소요 상당 부분을 자체 충당하면서 현 수준의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온시스템(018880) 지분에 대한 장부가액도 1조원이 넘어 재무 융통성도 우수하다"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 (사진=한국타이어)
 
이익창출력 유지 관건…대전 공장 화재 피해액 보전 '중론'
 
관건은 이익창출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업황은 나쁘지 않다. 글로벌 타이어 수요는 RE를 중심으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지만, OE 수요가 전체 타이어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원재료비도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비용 절감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미쉐린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5월 글로벌 OE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2%, RE는 1% 증가했다. RE는 유럽과 미국에서 각각 3%, 7% 감소했는데, 중국 판매량이 41% 증가하며 글로벌 판매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016360)에 따르면 6월30일 기준 천연고무 가격은 톤당 1329달러로 지난해 2분기 대비 19.3%, 합성고무(SBR)도 1400달러로 26.3% 하락했다. 스티렌(SM), 부타디엔도 각각 873달러, 590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크게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여기에 한국타이어는 수익성이 높은 18인치 이상 고인치 승용차용(PCLT) 타이어의 전기차 내 OE 판매 비중을 계속 늘리고 있다. 2021년 5%에서 2022년 11%로 확대됐는데, 올해에는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편, 증권가 및 신평사들은 지난해 사고가 발생했던 대전공장 피해 규모도 최소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체적인 재산피해 및 보험금 규모는 아직 미정이나, RE 수요 회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급할 게 없다는 해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모빌리티팀장은 "대전공장 화재는 영업외비용 734억원 손실 처리로 대부분 반영됐다"라면서 "화재보험 보상금으로 최대 3000억원 수취가 가능하지만, 수취 시기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