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위, ESG보다 위기 대응…소비자·보안 전문가 부재MBK 핵심 파트너 참여…제척·회피 규정은 비공개오스템은 감원·롯데카드는 배당…책임투자 '엇박자'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로 MBK파트너스의 시장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투자기업의 실적 부진과 잇단 논란은 투자금 회수를 넘어 신규 펀드 결성과 인수금융 조달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IB토마토>는 MBK가 직면한 신뢰 위기의 실체와 사회적책임위원회의 역할을 살펴보고, 투자 공백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미칠 파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홈플러스 기업회생과 롯데카드 정보 유출로 사회적 비판에 직면한 MBK파트너스가 사회적 책임위원회를 출범시킨 지 1년이 다 돼간다. 그러나 공개된 위원들의 면면은 ESG 분야보다 여론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선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회적 책임위원회가 주요 현안을 실제로 심의했는지조차 공개되지 않으면서 위원회 출범이 투자·회수 원칙의 변화보다 평판 관리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 사회적 책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올해 2월까지 네 차례 전체회의를 열었다. 글로벌 사모펀드의 거버넌스와 책임투자 체계를 분석하고 ESG 요소를 투자전략과 가치창출 과정에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어떤 포트폴리오를 심의하고 경영진에 무엇을 권고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AI 제작·IB토마토)
8명 외부전문가로 출범했지만…현재는 7명 사내외 체제
MBK는 지난해 10월22일 사회적 책임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이영성 전 한국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임서정 전 대통령비서실 일자리수석, 윤성욱 전 국무조정실 2차장, 김성식 전 서울지법 판사 등 전직 관료와 법조·학계 인사를 포함한 8인 체제였다.
공개된 위원들의 경력은 당시 MBK가 직면했던 현안과 맞닿아 있다. 이영성 위원장은 한국일보 정치부장과 편집국장, 대표이사를 거친 뒤 2025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언론특보로 활동했다. 언론과 정치권을 상대로 한 소통에 강점을 가진 인사다.
임서정 위원은 고용노동부 차관과 대통령실 일자리수석을 지낸 노동·고용정책 전문가다. 현재 법무법인 화우 고문으로 인사·노동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홈플러스 회생 과정에서 대규모 고용 유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만큼 노사관계와 구조조정 문제를 맡을 수 있는 인선으로 풀이된다.
윤성욱 위원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과 재정혁신국장, 국무조정실 2차장을 지낸 경제 관료 출신이다. 정부 정책과 재정·규제기관의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이다. 김성식 전 판사는 공정거래와 하도급,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을 주로 담당한 변호사로 활동했다.
공개된 인사만 보면 환경이나 산업안전, 소비자보호, 사이버보안 분야 전문가는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롯데카드 정보 유출이 위원회 출범의 직접적인 배경 중 하나였지만 개인정보보호나 정보보안 전문가가 참여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대신 대외 여론은 이영성 위원장, 고용 문제는 임서정 위원, 정부와 규제 대응은 윤성욱 위원, 공정거래와 법률 문제는 김성식 전 위원이 맡을 수 있는 구성이다. ESG 전반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라기보다 MBK에 닥친 고용·규제·법률·평판 위험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둔 인선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해상충 안건서 자유롭지 않아…'독립성 결여' 비판
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김성식 전 판사를 포함한 8명으로 출범했지만, 올해 2월 사업계획 발표에서는 이영성·임서정·윤성욱 위원과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 사내외 전문가 7인으로 소개됐다.
김성식 전 위원은 올해 1월1일 예금보험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공공기관장 취임을 계기로 위원회에서 물러났을 가능성이 크지만 MBK는 김 사장의 사임 여부와 후임 선임 여부, 위원 수가 줄어든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독립성과 투명성을 앞세운 위원회가 전체 위원 명단과 인적 변동조차 밝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현재도 이름이 공개된 위원은 7명 가운데 이영성·임서정·윤성욱·윤종하 등 일부에 그친다. 나머지 위원의 전문 분야와 소속, 임기, 선임·해촉 절차는 확인하기 어렵다. 위원이 MBK나 포트폴리오 기업에 별도의 자문을 제공할 경우 해당 안건 심의에서 배제하는 제척·회피 규정이 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윤종하 위원의 실질적인 지위도 독립성 논란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MBK는 윤 부회장을 '소속 파트너'로 소개했지만, 김병주 회장과 함께 회사를 설립한 창립 멤버이자 한국 바이아웃 투자를 총괄하는 핵심 의사결정권자다. MBK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 지분 24.7%를 보유한 공동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해상충 안건에서 윤 부회장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오스템 인력 감소·롯데카드 중간배당…위원회 역할은
위원회 출범 이후에도 MBK 포트폴리오에서는 인력 감축과 대규모 배당이 이어지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에서는 올해 상반기 정규직이 262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8명 감소했고 급여 총액도 11.5% 줄었다. 반면 회사는 지난해 1001억원에 이어 올해 3월에도 392억원을 배당했다. 위원회가 고용 안정과 배당 문제를 함께 심의했는지는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MBK 측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주일 뿐 경영 판단은 회사 경영진이 내린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모펀드가 이사회 구성과 재무전략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문제가 발생할 때만 경영진의 책임으로 분리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롯데카드에서도 사회적 책임보다 주주환원이 앞섰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롯데카드는 지난 1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382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의결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배당은 롯데카드 지분 약 60%를 보유한 MBK 측 요청으로 추진됐다. 지분율을 적용하면 MBK 측에 돌아갈 배당금은 약 229억원으로 추산된다.
배당 결정 시점도 논란을 키웠다. 롯데카드는 고객 297만명의 신용정보 유출 사고로 업무정지 1개월15일과 과징금 50억원의 제재를 받았다. 지난 8월1일부터 9월15일까지 신규 회원에 대한 카드 발급이 중단됐는데, 영업 재개를 하루 앞두고 중간배당을 의결한 것이다.
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PEF에 대한 대국민·업계 인식조사를 실시하고 책임투자 준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조사 결과와 개정안은 나오지 않았다. 그동안 외부에 공개된 내용은 회의 횟수와 사업계획 정도다.
향후 위원회의 성패는 단순 선언적 내용보다 회수 과정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대규모 배당이나 구조조정이 추진될 때 이해관계자 피해를 어떻게 평가했고, 어떤 개선책을 요구했는지 공개해야 책임투자의 실체를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배당·매각 결정에 실질적인 제동을 걸지 못한다면 사회적 책임위원회는 MBK의 투자 원칙을 바꾸는 장치가 아니라 훼손된 평판을 방어하는 기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외부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했다는 사실만으로 투자 원칙이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위원회가 독립성을 인정받으려면 주요 배당이나 구조조정 안건에 어떤 의견을 냈고, 그 의견이 투자위원회와 포트폴리오 기업의 의사결정에 실제로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공개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