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승계전)①기업승계 새 먹거리로…회계법인·로펌과 '원팀'
창업 1세대 고령화에 기업승계 수요 본격 확대
은행권, 회계·법률 묶은 승계 플랫폼 역할 모색
공개 2026-06-16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6월 11일 17:49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이 기업승계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창업 1세대의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가 맞물리면서 승계는 더 이상 가족 간 상속·증여에 머무는 문제가 아니게 됐다. 정부도 인수·합병(M&A)을 통한 승계 제도화에 나서고 있고, 은행권은 기존 기업금융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회계법인·로펌과 손잡은 종합 자문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IB토마토>는 은행권 승계 비즈니스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또 실제 수익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은행권이 승계 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다. 창업 1세대 고령화로 기업 승계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 성장성을 높게 점쳤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권은 회계법인, 대형 로펌과 손을 잡으면서 발 빠르게 파이프라인을 새로 발굴하고 있다. 
 
(사진=은행연합회)
 
창업 1세대 고령화 기반 시장 커져
 
11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오는 2034년 예상되는 기업승계 M&A 수요는 31만개로 예상된다. 지난 2022년 기준 기업승계 M&A수요는 21만개 수준로, 10년간 연평균 2.84%로 증가할 전망이다. 중소기업 중 후계자 부재로 지속경영을 담보할 수 없는 중소기업은 67만5000개사를 넘어선다. 특히 제조 중소기업 중 60세 이상 대표 비중도 늘고있다. 세대 교체가 힘들어진 탓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5년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조 중소기업 대표 중 60세 이상 비중은 지난 2012년 14.1%에서 2024년 44.8%로 급증했다.
 
 
정부도 제도 기반 마련에 나섰다. 경영자 은퇴 후 승계 문제가 잠재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 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았다. 중기부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인수합병을 통한 중소기업 승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기업승계 M&A 플랫폼을 구축하고, 하반기부터는 시범 운영도 예정돼 있다. 기업승계 정책 추진의 법적 기반을 확립하고 시장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단순히 인수합병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해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가 차원에서도 승계 실패 중소기업의 폐업이 증가할 경우 고용 충격이나, 지역경제 위축 등 경제에도 부담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다. 기업 승계 수요가 늘어날수록 은행이 취할 수 있는 수익도 늘어난다. 은행은 복지성 차원이나 단순한 기업 대출뿐만이 아닌 자산관리(WM) 연계로 비이자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 은행으로부터 시작해 금융지주 차원의 연계 영업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자금과 금융구조, 거래관계 등 기업금융 패키지를 기업 상황에 맞춰 제공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사전 계획 단계부터 인수 완료까지 단계별로 계열사 등을 통한 수익 창출도 가능해진다.  
 
기업승계 지원 등 법무법인·회계법인과 협력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먼저 움직였다.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삼일회계법인과 손잡고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했다. 창업 세대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나는 수요에 먼저 반응한 것이다. 자녀 등 친족 간 승계뿐만 아니라 임직원 승계, 제3자 매각 등 승계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은 삼정KPMG와 손을 잡았다.  M&A·세무·자산관리를 통합 지원을 제공한다. 오너와 법인을 대상으로 관련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인수금융 등 기업금융(IB) 지원, 자산관리 서비스를 연계한다. 특히 신한 프리미어사업부 내 PIB팀을 중심으로 외부 전문기관과 협업해 온 역량을 살린다. 
 
은행은 대출 등을 통해 기업 고객의 접점이 크다. 기업금융전담역(RM)을 통해 승계 수요를 파악하기 용이한 장점도 있다. 특히 기업가의 경우 새로운 거래처를 찾기보다 안정성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은행에 이점으로 작용한다. 기업 금융을 이용하고, 기존 신뢰관계를 구축해 온 만큼 니즈를 빨리 파악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 매각과 사업 재편, 지분 전후에 발생하는 자산관리와 재투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과정에 따라 수익도 발생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센터 신설 이후 550개가 넘는 기업과 승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기업 70%가 50대와 60대가 대표를 맡고 있으며, 70대도 전체 20.5%에 달한다.  이들 중 43.7%는 아직 승계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이미 102곳의 기업에 중장기 승계 전략을 수립해 주고, 자금 연계 금융솔루션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기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고용 유지와 매출 기반 보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도 향후 보증기관 연계, M&A 투자 지원, 대출, 펀드 등을 통해 기업승계 관련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기업승계는 단순 금융상품 판매와 다르다. 세무, 법률, 지배구조, 가치평가, 후계자 적합성, 매각 가능성 등이 함께 얽힌 복합 거래다. 은행이 고객 접점에서 수요를 발굴할 수는 있지만, 실제 거래 성사와 수익화까지 이어지려면 회계법인·로펌·보증기관·투자자와의 협업 체계가 촘촘해야 한다. 자문 과정에서 이해상충이나 불완전판매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업고객과의 접점을 우선적으로 마련하고, 고객  금융 수요를 반영한 금융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기업 승계 시장 확대에 대응해 인수금융 등 연계 서비스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이성은 탄탄하고 읽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