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러레이터(AC)의 연간 투자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초기 창업기업에 첫 자금을 공급하는 AC의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외형 성장만으로 자금 공급의 저변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투자 이후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조합 결성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고 있는지, 초기 투자를 후속투자로 연결할 기반은 충분한지 점검할 시점이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의 차기 집행부 출범을 앞두고 <IB토마토>는 AC 산업의 자금 조성과 집행 구조를 들여다보고, 초기투자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모태펀드 시장이 커지는 동안 액셀러레이터(AC)의 몫은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모태펀드 자조합 결성금액은 31.7% 늘었지만 AC 자조합은 4.4% 감소해 금액 기준 비중이 13.3%에서 9.6%로 낮아졌다. AC가 운용하는 자조합이 소형 펀드에 집중된 가운데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차기 회장 후보도 정부 출자 재원 확대를 첫 과제로 내걸었다. 정부 출자 확대와 함께 민간 출자자의 참여를 이끌 평가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차기 집행부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AI제작·IB토마토)
차기 회장 후보 5대 과제, 첫 번째는 정부 출자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달 16일 이사회에서
인포뱅크(039290) 소속 홍종철 협회 부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출했다. 취임과 임기는 내년 2월 총회 의결로 확정된다. 홍 후보는 소견서에서 재원 확대와 상생 구조 확립을 운영 방향으로 제시했다.
홍 후보가 내건 5대 과제는 ▲모태펀드 등 정부 출자 재원 확대 ▲중·대형 출자자(LP)의 AC 출자 확대 ▲초기투자 규제 개선 ▲투자 생태계의 상생 구조 확립 ▲AC의 글로벌 진출 확대다. 정부 출자 확대를 건의하고 민간 출자자가 AC 투자 성과를 확인할 플랫폼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AC 개인투자조합 평균 결성액은 7억원으로 역대 최저였고, 누적 투자액 75.8%는 상위 54곳 몫이다. 3년 이상 투자를 멈춘 39곳 중 18곳은 보육만 이어간다.
홍 후보가 몸담은 인포뱅크의 투자 방식도 소액·다건에 가깝다. 지난해 투자건수는 99건으로 1위였지만 투자금액은 214억원으로 9위였다. 백서는 인포뱅크를 다수 기업에 소액을 폭넓게 집행하는 초기 보육 중심 AC로 분류했다. 인포뱅크는 2024년에도 75건으로 2위였다.
AC 자조합, 100억 미만 펀드 결성 '다수'
2017~2025년 결성된 모태펀드 자조합 978개 중 AC 자조합은 213개, 결성금액 비중은 7.0%다. 지난해 모태펀드 자조합 결성금액은 4조 2837억원으로 전년 대비 31.7% 늘었다. 같은 기간 AC 자조합은 4316억원에서 4124억원으로 4.4% 줄었다. AC 비중은 2024년 13.3%에서 지난해 9.6%로 낮아졌다. 백서는 분모가 커진 속도를 분자가 따라가지 못한 결과로 봤다.
2017년 이후 결성된 자조합 가운데 50억원 미만 80개 중 70개, 50억~100억원 85개 중 76개를 AC가 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0억원 이상 자조합 56개에는 AC 운용사가 한 곳도 없다. 펀드가 커질수록 담아야 할 기업 수가 늘어 포트폴리오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협회는 9월 정책 건의서에서 개인투자조합 재원으로 피투자기업에 신용공여를 조건부로 허용해달라고 건의했다. 조합 설정금액의 10% 이내에서 조합 투자기업에 시중 금리 이하로 빌려주고 1년 안에 상환받는 조건이다. 지금도 계열회사·특수관계인이 아니면 신용공여가 가능하다는 게 협회 설명이다.
건의서는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VC와 비슷한 규모·트랙레코드 중심 기준 대신 별도 출자·평가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창업초기·지역 계정에는 창업가 육성 관점의 평가체계를 두고, 육성 역할을 부여한 계정에서는 관리보수 외 보육·육성 지원 비용을 펀드 운영보수로 책정하도록 허용하자는 제안도 담겼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측은 회수 실적 집계가 약 2~3년 뒤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창업기획자 등록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AC 중 회수 사례가 나온 하우스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AC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포트폴리오 관리 측면에서 AC 조합에 최적화된 투자 규모는 조합당 투자기업 20개 정도라고 생각한다"라며 "이 같은 관점에서 AC가 대형 펀드를 결성할 경우 포트폴리오 관리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