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크로스보더 인수·합병(M&A)의 성패는 법률 검토만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양국 감독당국의 승인 절차를 조율하고, 법규와 현장 관행 사이의 간극도 읽어내야 한다. 국내로 향하던 투자 흐름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변화를 현장에서 지켜본 법무법인 율촌의 이태혁 외국변호사는 크로스보더 자문의 핵심으로 '효율'을 꼽는다.
이 변호사는 율촌 C&F(Corporate & Finance)그룹에서 크로스보더 거래를 전담하는 M&A 4본부를 이끌고 있다. 1999년 로펌에서 첫발을 뗀 그는 2001년 율촌에 합류했다. 이후 2004~2008년 미국 로펌 오릭(Orrick, Herrington & Sutcliffe)에서 경험을 쌓은 뒤 율촌으로 돌아왔다. 현재 인터내셔널 보드 공동위원장을 겸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아시안리걸비즈니스(ALB)가 선정하는 '올해의 외국변호사상'을 받았다.
이태혁 법무법인 율촌 외국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다음은 이태혁 외국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먼저 자기소개와 함께 율촌에서 맡고 있는 업무를 소개해달라.
△율촌 C&F그룹에서 크로스보더 M&A와 해외 투자 자문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 기업 인수를 자문하는 인바운드 업무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인수·투자하는 아웃바운드 업무 비중이 훨씬 커졌다. 한국 경제의 성장과 함께 커리어도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지난 5월 M&A그룹이 본부 체제로 개편되면서 크로스보더 거래를 전담하는 4본부장을 맡았다. 이번 개편의 의미와 본부 운영 방향은.
△율촌 M&A 변호사 100여명 가운데 4분의 1가량이 4본부에 있다. 미국·중국·독일 등 해외에서 교육을 받았거나 글로벌 로펌 경력이 있는 파트너와 어쏘시에이트가 각각 10여명이다. 글로벌 기업·펀드의 인바운드 업무는 물론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 합작법인 설립, 현지 규제·분쟁 대응까지 맡으며 율촌의 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 사무소와도 긴밀히 협업한다.
흩어져 있던 크로스보더 인력이 한곳에 모이면서 서로의 업무를 파악하기 쉬워졌고 후배 교육도 수월해졌다. 율촌은 크로스보더 업무를 로펌 성장의 주요 축으로 보고 있다. 전문화와 업무 효율화, 경험 전수 측면에서 의뢰인에게 더 양질의 자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민은행의 부코핀은행 인수, 산업은행의 티파 파이낸스 인수, 한화생명의 리포은행 인수 등 국내 금융사의 인도네시아 진출을 다수 자문했다. 동남아시아 거래에서 특히 까다로운 점은.
△율촌은 2007년 인도네시아 사무소를 연 이후 현지 금융사 거래를 특히 많이 자문했다. 금융업은 규제 산업이어서 한국과 현지 감독당국 양쪽과 조율돼야 거래가 완결된다.
신흥국은 법규 해석이 모호하거나 법규와 실제 관행이 다른 경우가 있어 현지 관행과 감독당국 의견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규모가 크지 않은 금융사도 증시에 상장된 경우가 많다. 은행·보험 등 업권 감독 부서와 증권시장 감독 부서의 규정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국내 보험사의 해외 M&A 중 최대 규모로 꼽히는 DB손해보험의 미국 포테그라 인수(2조원대)를 자문했다. 자문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리스크 배분을 두고 지루하게 밀고 당긴 인수계약 협상이 어려웠다. 미국은 보험 감독당국이 연방이 아닌 주마다 있어 포테그라가 사업하는 여러 주에서 경영권 취득 승인을 받아야 했다. 한국 감독당국의 자회사 취득 승인도 필요했다.
미국 기업을 인수할 때는 현지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대상 회사와 합병시키되 대상 회사가 존속하는 역삼각합병 구조를 많이 쓴다. 다만 국내 당국은 자회사 취득을 주식을 직접 사오는 방식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아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실질적인 인수 거래라는 점을 설명했다.
이태혁 법무법인 율촌 외국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국내 금융사들이 선진국 금융사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흐름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구 구조 변화로 국내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어 금융사들이 성장하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에서 쌓은 경영 경험이 자신감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등 선진국 금융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현지 고객 기반과 영업망을 인수해 단기간에 대형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추가 성공 사례를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신설된 해외방산팀에도 참여하고 있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관련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K방산 기업들이 해외로 대거 진출하면서 단순 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 합작법인 설립 등 현지화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서 회사법 자문 수요가 크다. AI·바이오 등 첨단산업도 산업 성장에 맞춰 자문이 늘고 있다. 투자 대상국도 미국·유럽·인도는 물론 남미·중동·아프리카·북유럽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국내외 로펌을 함께 선임하면 비용 부담만 커진다는 시각도 있는데.
△오히려 총비용은 줄어야 하고 실제로 줄어드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인터내셔널 보드가 국가별 최고 수준 로펌과 합리적 비용의 로펌 정보를 축적하고 있어 적합한 현지 로펌을 고르도록 돕는다. 한국 기업 생리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로펌은 고객 요구를 빨리 파악하지 못해 시간과 비용이 낭비되기 쉽다. 국내 로펌은 고객이 1부터 10까지만 말해도 나머지 의도를 파악해 업무 범위를 조율할 수 있다. 이사회·주주총회 승인, 공정거래법 등 한국법 검토는 필수적인 과제다.
-지금까지 자문한 거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는.
△포테그라 인수는 국내 금융산업에서 의미가 큰 선진국 대형 M&A라는 점에서 보람이 컸다. 로레알을 대리해 스타일난다에 이어 닥터지 브랜드의 고운세상코스메틱 인수를 자문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글로벌 기업이 연이은 인수로 K뷰티의 경쟁력을 인정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크로스보더 M&A 자문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법률 지식뿐 아니라 뉴스와 미디어로 경제·산업 흐름에 관심을 가지면 일이 더 즐거워진다. 자문 업무에는 정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길이 막히면 우회하거나 새 길을 내야 하는데 이때 순발력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이를 발휘하려면 고객의 목표 지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또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드러나지 않은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을 하면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협상력도 키울 수 있다.
-율촌의 일원으로서 앞으로 주력하고 싶은 분야와 목표는.
△대미 투자처럼 정부와 기업의 의지 이상으로 해야 하는 해외 투자가 많아 법률 수요가 클 것이다. 율촌도 한미투자센터를 만들고 에너지·원자력 분야 전문가들과 스터디하고 있다. AI 시대에 변호사가 어떻게 부가가치를 낼지도 고민이다. 고객에게 신뢰받는 '어드바이저'가 되는 것이 목표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