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신탁계정대 비율 22.1%, 비금융계열 평균 크게 밑돌아리츠·펀드 수익 바탕으로 차입형 신탁 선별 수주데이터센터 개발 확대에 PFV 자금지원 부담 주목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코람코자산신탁이 부동산신탁업계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여파 속에서도 신탁계정대 부담을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 개발신탁을 선별하고 담보신탁·대리사무 등 자금 투입 부담이 낮은 사업에 무게를 둔 결과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펀드 등 별도 수익원을 확보한 사업구조도 위험 수주를 줄일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케이스퀘어 데이터센터 가산 (사진=코람코자산신탁)
순 신탁계정대 13% 감소…자기자본 대비 부담 업계 최저 수준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신탁의 지난해 말 신탁계정대는 2787억원으로 전년(2024년) 말 2905억원보다 4.1% 줄었다.
신탁계정대는 토지 소유자를 대신해 신탁사가 개발사업을 맡고 필요한 사업비를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에서 공사비 등 각종 사업비 등에 투입한 금액이다. 사업이 정상적으로 끝나면 분양대금 등으로 회수하지만 미분양이나 공사 지연으로 사업성이 악화되면 자금 회수가 늦어지고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신탁계정대가 많을수록 신탁사 자기자금이 개발사업에 묶이는 만큼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는 신탁사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신탁계정대 감소와 함께 대손충당금을 차감한 순 신탁계정대도 축소됐다. 지난해 말 신탁계정대 2787억원 가운데 신탁계정대에 설정된 대손충당금은 1512억원으로, 이를 차감한 순 신탁계정대는 12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 1465억원보다 12.9% 감소한 규모다. 신탁과 프로젝트금융 관련 자산 등을 모두 포함한 최대위험노출액도 같은 기간 6952억원에서 6863억원으로 줄었다.
자기자본 대비 순 신탁계정대 비율은 신탁사가 보유한 자본에 비해 실제 어느 정도의 신탁계정대 부담을 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신탁사마다 자산과 자본 규모가 다른 만큼 신탁계정대의 절대 금액만으로는 재무 부담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회수 가능성을 고려해 대손충당금을 차감한 순 신탁계정대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신탁사별 부담 수준을 가늠한다.
순 신탁계정대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자기자본과 비교하면 부담 수준은 더 명확해진다. 지난해 말 코람코자산신탁의 연결 기준 자기자본은 5768억원으로, 순 신탁계정대 1275억원은 자기자본의 약 22.1% 수준이다. 자기자본 규모에 비해 신탁사업에 투입돼 있는 순자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의미다.
이 기준으로 보면 코람코자산신탁의 부담은 업계에서도 낮은 편이다. 같은 기간 비금융계열 신탁사 평균은 87.1%로 코람코의 세 배를 웃돈다. 실제 한국자산신탁은 57.9%, 한국토지신탁은 98.6%, 대한토지신탁은 165.7%다. 코람코가 과거 차입형 토지신탁에서 발생한 자산을 정리하는 동시에 신규 사업에서 자체 자금 투입 부담을 낮춰온 결과가 현재의 낮은 신탁계정대 비율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호황기 늘린 차입형 선별…데이터센터 등 대체자산 확대
코람코자산신탁이 신탁계정대 부담을 낮출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른 부동산신탁사와 차별화된 사업구조가 있다. 회사는 차입형 토지신탁뿐 아니라 리츠와 펀드 등 부동산 자산관리 사업 등 수익원을 다변화해왔다. 코람코자산신탁은 리츠·펀드에서 별도의 운용·관리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신탁부문에서 차입형 사업에 의존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경기 호황기에는 차입형 토지신탁도 확대했다. 일부 사업장에서 미분양과 사업 지연이 발생하자 신규 차입형 사업을 선별하고, 담보신탁과 대리사무 등 자체 자금 투입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신탁사업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해왔다.
차입형 사업을 확대했던 시기 부산 정관과 거제 주상복합, 진주 지식산업센터 등에서는 대규모 신탁계정대가 묶였다. 당시 부산 정관 사업장에는 590억원, 거제 주상복합에는 221억원, 진주 지식산업센터에는 129억원가량이 투입됐다. 2019년 이들 3개 사업장에 설정된 충당금만 총 567억원이다. 부실 사업장에 대한 충당금 반영과 자금 회수를 진행하고 신규 차입형 사업을 선별하면서 현재의 신탁계정대 부담도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자회사 코람코자산운용을 통해 데이터센터 등 대체자산 개발·운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개발은 코람코자산신탁이 직접 수행하는 신탁사업이 아니라 코람코자산운용이 PFV 등을 통해 추진하는 별도의 사업이다. 코람코자산운용은 가산 데이터센터를 준공·운영한 데 이어 안산 시화와 의정부, 부산 장림 등에서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신탁사가 자체 자금을 투입하는 차입형 토지신탁과 달리 개별 PFV를 중심으로 개발자금을 조달한다. 가산 데이터센터 역시 3800억원 규모의 PF 리파이낸싱이 추진되는 등 코람코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와는 별개의 자금조달 구조를 갖고 있다.
이데이터센터 사업의 위험을 판단할 때는 신탁계정대보다 개별 사업에 대한 출자금과 대여금, 후순위 투자 및 추가 자금지원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임차인 확보나 자산 매각이 예상보다 지연될 경우 개별 PFV의 자금 회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향후 데이터센터 개발 확대 과정에서 코람코가 어느 정도의 자기자본을 투입하고 추가적인 자금지원 부담을 지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코람코자산신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과거 문제가 됐던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들은 2024년 대손충당금 반영을 마쳐 추가적인 손실 부담은 제한적"이라며 "대손처리 이후에도 자산 매각과 분양을 통해 일부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