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가액에 흔들리는 합병 셈법…코스닥 부담 커진다
코스닥, 상반기 합병 80% 차지…시장 영향 '촉각'
평가 부담 늘지만…M&A 위축 여부는 아직 불투명
공개 2026-09-21 06:4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17일 10:2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오는 12월9일부터 상장사 합병의 셈법이 달라진다. 계열사 합병가액을 시가가 아닌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까지 반영한 공정가액으로 산정하면서 저평가된 주가를 이용한 합병에는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반면 가치평가의 주관성이 커지고 외부평가와 공시 부담도 늘어나면서 합병이 집중된 코스닥 시장에서는 비용 증가와 거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한국거래소)
 

개정법, 자산·수익가치 동시 고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개정 자본시장법은 합병 절차 곳곳을 손봤다. 우선 합병을 결의하는 이사회는 가액이 적정한지에 대한 의견서를 공시해야 한다. 계열사끼리 합병할 때는 감사·감사위원회가 외부평가기관을 고른다. 반대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때 회사와 가격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사회가 주식가격·자산가치·수익가치를 고려해 값을 정한다.

 

현행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과 같이 주권상장법인의 합병 거래 시 또는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시 그 가액을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에 대해, 지배주주가 자신에게 유리한 시점을 선택함으로써 일반주주의 이익과 상충되는 방향으로 합병가나 매수가가 산정될 유인이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는 게 투자 업계 시각이다.  
 
개정법에 따라 합병 등을 결의하는 주권상장법인의 이사회는 ▲합병 목적 ▲기대효과 ▲가액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 및 공시해야 한다. 외부평가기관으로부터 가액과 거래조건의 적정성을 평가받고 공시를 해야 한다. 기존에는 외부 전문평가기관 평가를 받도록 했는데, 개정법은 이에 그치지 않고 법률로써 공시까지 하도록 한 게 특징이다. 
 
계열 관계인 상장사 간 합병이나 상장사와 비상장사 간 합병에서는 외부평가기관을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선정해야 한다. 기존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선정에 대해 감사 동의나 감사위원회 의결을 받도록 했는데, 이 보다 강화한 것이다. 주권상장법인은 계열사 간 합병에 있어서 그 특수관계인과 합병 등의 상대 법인과의 이해관계(채무보증·담보제공·임원겸직)를 추가 공시할 의무를 부담한다. 
 
주권상장법인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시 매수가격 산정방법도 변경된다. 기존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에선 주주와 회사가 협의하되 합의가 안 되면 증권시장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시 매수가격을 정했다. 개정법은 협의가 불발되면 이사회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에 따라 주식가격과 자산가치, 수익가치를 종합 고려해 매수가격을 정하도록 한다. 
 
개정법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이 이사회 의견서 작성 및 공시, 외부평가기관 선정, 이해관계 공시, 매수가격 산정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경우 금융위원회는 그 이유를 제시한 후 관련 사실을 공고하고 정정을 명할 수 있으며 필요 시 임원 해임 권고, 일정 기간 증권 발행 제한 등 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
 

(사진=한국예탁결제원)
 

합병 많은 코스닥…외부평가 부담 커질 수도

 

제도 개편의 영향은 합병이 활발한 코스닥 시장에서 두드러질 전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M&A)을 진행한 상장사 75곳 중 53곳(70.7%)이 코스닥 기업이었다. 합병만 보면 62곳 중 50곳(80.6%)이 코스닥 상장사다. 

 
시장에서는 공정가액 도입으로 특정 시점의 주가에 따라 합병비율이 좌우되는 문제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외부평가와 이사회 의견서 공시 절차가 추가되면서 중소형 상장사의 비용과 일정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아직 시행 전이어서 합병 건수와 비용, 소요 기간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대표적인 합병비율 논란으로는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지난 2024년 12월 이사회를 열고 밥캣을 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려던 분할 합병안을 백지화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해 7월 합병을 선언한 지 6개월만의 선택인 셈이다. 
 
당시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를 배정하는 비율을 두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 안팎인 두산밥캣이 적자 상태인 두산로보틱스보다 낮게 평가되면서 일반주주의 이익보다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유리한 구조라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감독원도 지배구조 개편 목적과 주주 보호 방안이 미흡하다며 두 차례 보완을 요구했다. 국민연금 등 주요 투자자까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합병안은 무산됐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현금창출력을 활용해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공정가액 기준이 당시 적용됐다면 두산밥캣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합병가액 산정에 추가로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의 산정 방식과 반영 비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합병비율의 구체적인 변화를 추산하기는 어렵다.
 
투자 업계에서는 공정가액 도입 이후에도 기업가치를 둘러싼 거래 당사자 간 이견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평가 방식이 다양해진다고 해서 인수자와 매도자가 바라보는 기업가치의 차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 VC 대표는 <IB토마토>에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회사가 밸류 1000억원을 원하기도 한다"라며 "인수하려는 사람과 기업 창업자의 밸류에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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