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톺아보기
CB 전환가액 조정, '리픽싱'만 있는 게 아니다
퓨쳐켐, CB 일부 상환·전환가액 조정 공시
400억원 규모 유증 결정에 CB 전환가 조정
주가 하락 이외 낮은 가격에 추가 주식 발행 시
공개 2026-09-14 16: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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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용현 기자]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이 바뀐다고 하면 통상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을 떠올리기 쉽다. 주가가 하락하면 전환가액도 함께 낮춰 사채권자의 손실을 줄여주는 장치라는 게 일반적인 이해다. 아울러 전환가액 조정은 주가 변동 이외에 회사가 새 주식을 얼마에, 얼마나 발행하느냐에 따라서도 조정될 수 있다.
 

퓨쳐켐의 비즈니스 사업도. (사진=퓨쳐켐 홈페이지)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 퓨쳐켐(220100)은 3회차 전환사채 일부를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따라 만기 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해당 CB의 전환가액도 2만 2436원에서 1만 5194원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이번 전환가액 조정은 주가 하락 때문이 아니라 최근 결의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따른 것이다. 퓨쳐켐은 최근 주당 1만 1800원에 약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유상증자로 기존 전환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신주가 발행되면서 CB 전환가액 역시 이에 맞춰 낮아진 것이다. 즉 회사가 새로 발행하는 주식의 가격이 기존 CB의 전환가액보다 낮아지면, CB 투자자가 보유한 전환권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환가액을 다시 조정하는 구조다.
 
이처럼 전환가액 조정은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이고, 다른 하나는 유상증자 등으로 회사의 발행주식 수나 주식가치에 변화가 생겼을 때 이뤄지는 조정이다.
 
법적 근거는 모두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23조에 있다. 먼저 리픽싱은 발행 이후 주가가 애초 전환가액보다 낮게 형성될 경우 시가에 맞춰 전환가액을 낮추는 방식이다. 다만 무제한적인 하향 조정을 막기 위해 최저한도를 최초 전환가액의 70%로 제한하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2021년 10월 콜옵션(전환사채매수선택권) 행사한도를 발행 당시 지분율 이내로 제한하고, 사모 발행 시 하향조정(리픽싱) 조건이 있으면 상향조정 조건도 함께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규정을 개정했다. 이어 2024년에는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하거나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그동안 콜옵션 행사자가 대부분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로만 뭉뚱그려 공시돼 투자자가 실제 행사자를 알기 어려웠던 점을 보완한 조치다. 이처럼 CB 발행이 급증하면서 전환가액을 과도하게 낮추거나 최대주주 등이 콜옵션을 활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는 문제가 지적될 때마다 관련 규제는 계속 보완돼 왔다.
 
반면 유상증자 등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은 주가 하락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유상증자·무상증자·주식배당·준비금의 자본전입·합병·자본감소·주식분할 및 병합 등으로 발행주식 수나 주식가치에 변화가 생기면 그에 맞춰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유상증자의 경우 기존 전환가액이나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가 발행되면 전환가액을 다시 계산한다. 회사가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대규모 발행할수록 기존 CB 투자자가 전환권을 행사할 때 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퓨쳐켐 사례 역시 이 같은 조정에 해당한다.
 
실제 개별 CB 발행 계약서에도 '전환가액의 조정' 조항을 별도로 두고 리픽싱과 유상증자 등에 따른 조정 산식을 각각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두 조정은 같은 규정에 근거하지만 작동하는 계기는 다르다. 리픽싱은 주가 하락에 연동돼 일정한 최저한도 내에서 조정되는 반면, 유상증자에 따른 조정은 신주의 발행가액이 결정되면 그 가격을 반영해 전환가액이 조정된다.
 
이 차이는 전환가액이 얼마나 내려갈 수 있는지를 볼 때도 중요하다. 리픽싱은 최초 전환가액의 70%라는 고정된 비율 하한이 적용되지만, 유상증자 등에 따른 조정에는 이와 같은 일률적인 비율 하한이 없다.
 
하지만 사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 같은 조정은 기존 주주에게는 정반대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전환가액이 낮아지면 같은 금액의 CB를 보유한 사채권자가 전환을 통해 받아 갈 수 있는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결국 향후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그만큼 더 희석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유상증자의 발행가액이 주가 하락이나 증자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낮아지면 기존 CB의 전환가액도 그에 따라 연쇄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 따라서 CB 전환가액을 살펴볼 때 단순히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유상증자 등 자본거래로 전환가액이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과 그에 따른 잠재적 주식수 증가까지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용현 기자 hiyori08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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