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의 경고등)③해외 리츠 '장부상 현금' 착시…가려진 유동성 위험
캐시트랩·LTV 약정 흩어져…가용현금 파악 난항
'숨은 약정' 사각지대…유동성 공시 표준화 필요
공개 2026-09-16 06:4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12일 08:0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리츠 시장은 부동산 간접투자의 한 축으로 성장했지만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은 외형에 가려진 구조적 위험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높은 배당 의무와 차입 의존도가 맞물린 상황에서 자산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 대주단의 담보 조건 강화가 겹치면 차환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 <IB토마토>는 국내 상장리츠 23곳의 단기채무 상환 능력을 비롯해 차입·유상증자 구조, 신용평가와 위험 공시 체계를 차례로 점검한다. 이를 통해 제2의 제이알 사태를 막기 위한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짚고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해외 부동산을 보유한 국내 상장 리츠의 유동성 위험을 일반 투자자가 공시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자산 리츠와 달리 실제 자금 흐름을 좌우하는 현지 특수목적법인(SPC)의 담보인정비율(LTV) 약정과 캐시트랩, 배당·송금 제한 등의 조건은 여러 주석과 공시에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제이알글로벌리츠 역시 현지 대출약정에 따른 캐시트랩이 현실화되면서 해외 자산에서 임대수익이 발생하고도 국내 유동성에 활용하지 못했다. 해외 리츠의 실제 가용현금과 현지 금융약정을 투자자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공시를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해외 자산 보유 리츠 '공시의 착시'
 
12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는 지난 2024년 말 리파이낸싱 당시 대주단과 담보인정비율(LTV)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배당을 중단하고 현금을 묶는 '캐시트랩' 조건을 걸었다. 기준선은 2025년 55%, 2026년 52.5%, 2027년 50%로 해마다 낮아지는 구조였다.
 
이후 벨기에 핵심자산인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서 LTV가 이 기준을 넘어섰고, 캐시트랩이 발동되자 순임대수익조차 주주에게 배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여기에 유로화 환헤지 계약의 정산 부담까지 겹치면서 유동성은 순식간에 마비됐다.
 
문제는 이러한 조건들이 일반 투자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채무증권 공시나 증권신고서에 적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내 상장 리츠 23곳의 최근 보고서를 살펴보면 국내 상장 리츠는 거래소 공시체계 등에 따라 차입금 규모, 만기, 금리, 담보 제공, 임대수익 등 기본적인 공시 항목을 세부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예로, 국내 부동산을 주로 보유한 한화리츠(451800)의 경우 차입금별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만기, 상환방법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장기차입금과 관련해 투자부동산이 담보로 제공됐다는 사실도 함께 기재돼 있다.
 
담보 구조도 구체적이다. 한화리츠는 투자부동산에 대해 한국토지신탁과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SC은행 등 금융기관을 우선수익자로 두고 있으며, 일부 사옥에는 근저당권도 설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재무제표와 주석을 통해 차입금 만기와 담보자산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연결해 볼 수 있다.
 
 
문제는 해외 자산이다. 국내 상장 리츠가 해외 현지 법인이나 SPC를 통해 부동산을 보유하고, 현지 금융기관으로부터 별도의 담보대출을 받는 구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 리츠의 실질적인 유동성을 보려면 현지 대출계약의 LTV 기준, 캐시트랩 발동 조건, 배당·송금 제한, 담보가치 재평가 조건, 기한이익상실(EOD) 조건 등을 확인해야 한다. 해외 자산에서 발생한 현금이 있어도 국내 리츠가 마음대로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다.
 
KB스타리츠(432320)의 경우 연결재무제표에서 스탠다드차타드은행(Standard Chartered Bank)으로부터 'Galaxy Properties SA'의 부동산 매입자금을 조달한 사실이 확인된다. 차입금 기준금리는 유리보(EURIBOR)이며 만기와 유로화 기준 차입금액도 기재돼 있다.
 
다만 실제 유동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차입금 항목뿐 아니라 다른 주석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KB스타리츠는 당반기 말 기준 약 153억원 규모의 현금성자산이 BNP파리바(BNP Paribas)의 현지 부대비용 에스크로계좌에 예치돼 사용이 제한된 상태라고 공시했다. 재무상태표상 현금성자산으로 잡혀 있더라도 국내 리츠가 모두 차입금 상환이나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돈과는 성격이 다른 셈이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에서도 해외 자산 특유의 금융약정이 확인된다. 해당 리츠는 프랑스 현지 법인인 'SCI OMEGA DEUX'와 'SCI SIGMA DEUX' 등을 통해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결재무제표에는 각 현지 법인의 자산과 부채가 별도로 기재돼 있다.
 
특히 현지 차입금에는 담보가치 변동에 따라 현금 유동성이 제한될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대주 측 감정평가 결과 LTV가 65%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만큼 현금을 추가로 유보해야 하고, LTV가 70%를 넘으면 초과금액에 해당하는 대출금을 조기 상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가치 하락이 단순한 평가손실에 그치지 않고 실제 현금의 사용 제한이나 상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흩어진 '공시 정보'
 
해외 리츠의 위험정보가 전혀 공시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보가 재무제표와 우발채무 및 약정사항, 담보제공현황, 사용제한 금융상품 등 여러 주석에 흩어져 있어 투자자가 리츠별 위험을 비교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또, 현금성자산 총액만 확인할 경우 실제 활용 가능한 현금을 과대평가할 수 있고, 별도의 사용제한 금융상품 주석까지 확인해야 해외에 묶인 자금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차입금 규모만으로는 현금 유보와 조기상환 가능성을 알기 어렵고 별도 약정사항까지 확인해야 한다.
 
결국 해외 자산을 보유한 상장 리츠의 유동성을 판단할 때는 단순한 재무지표 수치뿐만 아니라 현지 SPC의 차입 구조, LTV 등 재무약정, 사용제한 현금, 조기상환 조건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 가용현금과 현지 대출약정에 따른 제약 조건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한 만큼 해외 부동산 보유 리츠를 중심으로 유동성 관련 공시를 보다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는 근거에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외 리츠의 경우 현지 금융약정이 리츠별·국가별로 다른 만큼 이를 일률적인 양식으로 공시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나온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해외 금융약정은 국가와 대주단, 자산별로 조건이 달라 일률적인 공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고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세부 조건을 모두 공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다만 투자 판단에 직접 영향을 주는 약정 준수 여부와 사용제한 현금, 배당 제한 및 조기상환 가능성만큼은 공통 항목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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