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새판짜기)②공모주 선점하는 대형사…중소형사는 소외
대형사, 우량기업 선점…중소형사, 보호예수 부담
주관사도 NDA·접촉 기록 등 내부통제 강화 불가피
공개 2026-09-15 07:0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09일 10:2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에 집중되고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가격발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기관 수요예측 역시 적정 기업가치를 가리는 절차가 아니라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한 경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오는 11월에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확인하는 사전수요예측과 장기투자자에게 공모주를 우선 배정하는 코너스톤투자자 제도가 시행된다. <IB토마토>는 현행 IPO 가격결정 구조의 허점을 짚고 새 제도가 공모가 산정과 상장 후 수급의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살펴본다. 아울러 제도 안착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함께 진단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도시은 기자] 오는 11월 기업공개(IPO) 사전수요예측과 코너스톤투자자 제도가 시행되면서 공모가 산정과 기관 배정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다. 주관사가 희망공모가 밴드를 정하기 전 기관투자자의 평가와 수요를 확인하고, 장기 투자자에게는 공모주 일부를 사전에 배정할 수 있게 된다.
 
새 제도의 기회는 모든 기관에 똑같이 열리지 않는다. 자금력과 내부통제 체계를 갖춘 대형 운용사는 기업을 먼저 들여다보고 물량까지 확보할 수 있지만, 중소형 운용사는 참여 문턱과 장기 보호예수 부담에 발이 묶일 수 있다. 주관사도 기관 선정과 정보 제공, 접촉 기록 관리까지 책임져야 해 공모가 합리화와 맞바꾼 내부통제 부담이 커졌다.
 

(사진=AI 제작·IB토마토)
 
'300억 문턱'에 장기 보호예수까지…기관별 셈법 엇갈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13일부터 IPO 사전수요예측과 코너스톤투자자 제도가 시행된다.
 
사전수요예측은 주관사가 증권신고서 공시와 희망공모가 밴드 설정에 앞서 적격 기관투자자에게 기업정보를 제공하고 매입 희망가격과 물량을 확인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증권신고서 제출·수리 전 청약 권유가 금지돼 기관의 평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앞으로는 실제 투자수요를 공모가 밴드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참여 문턱은 기존 수요예측보다 높아질 수 있다. 금융위 개정예고안은 일반 사모집합투자업자와 투자일임업자의 경우 총 위탁재산이 300억원 이상이어야 사전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수요예측은 등록 후 2년이 지난 경우 이를 50억원까지 완화하지만 사전수요예측에는 이 같은 예외를 두지 않는 방안이다.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는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기로 약속한 기관에 공모주 일부를 상장 전에 배정하는 방식이다. 사전 배정물량의 50%는 6개월, 30%는 8개월, 20%는 10개월 동안 보호예수된다. 배정한도는 잔여 기관투자자 물량을 기준으로 코스피가 전체 20%·기관별 10%, 코스닥은 전체 30%·기관별 20%다.
 
코너스톤투자자는 사전 청약 물량의 20배 이상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이나 위탁재산을 보유해야 한다. 중소형 운용사에도 참여 기회는 열려 있지만 자산규모와 장기 보호예수 부담을 동시에 감당해야 해 실질적인 참여 여력에서는 대형사와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
 
한 대형 운용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장기적으로 보유할 만한 기업이라면 코너스톤투자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며 "기관 입장에서는 기업을 충분히 분석할 시간을 확보하고 원하는 물량도 사전에 배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장기간 보유하고 싶은 기업의 물량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국내 공모주 투자는 장기 보유보다 상장 이후 단기 수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제도 활성화 여부는 배정 방식 자체보다 국내 IPO 기업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보유할 만한 투자 가치를 갖췄는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소형 운용사는 참여 여부를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코너스톤투자자로 선정되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 매도할 수 없어 자금 회전과 환매 대응에 부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형 운용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직 제도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일반적인 개방형 펀드는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일정 수준 보유해야 하는데, 보호예수 기간이 길어지면 운용과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실무적으로 참여를 꺼리는 운용역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온도차는 제도상 참여 자격보다 실제 펀드 운용 과정에서 보호예수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따라 발생한다. 운용자산과 상품군이 다양한 대형사는 장기 투자전략에 맞는 펀드를 골라 코너스톤 물량을 편입할 수 있지만, 운용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는 특정 종목의 보호예수 물량만으로도 펀드의 유동성과 자금 운용에 상대적으로 큰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중소형 운용사는 운용 규모가 작은 만큼 장기간 자금이 묶일 경우 다른 투자 기회를 놓치는 기회비용과 펀드 유동성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발생한다"며 "이 때문에 코너스톤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여하지 않는 기관은 공모주 물량 확보 측면에서 다소 불리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결국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발행사와 주관사가 장기 투자자도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기업가치와 공모가를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금융위원회)
 
NDA부터 접촉 기록까지…주관사 내부통제 부담 확대
 
제도를 실제로 운영해야 하는 증권사의 부담도 커진다. 주관사는 기업에 대한 실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뒤 참여 자격을 갖춘 기관투자자에게 향후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시될 정보를 제공하고, 매입 희망가격과 물량 등 투자 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공시 전 정보가 기관투자자에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주관사는 사전수요예측 참여기관과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해야 하고 정보 제공 일시와 상대방, 제공 내용 등을 기록해 유지·관리해야 한다. NDA를 위반해 제공받은 정보가 제3자의 거래 등에 이용될 경우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주관사는 정보 제공 대상과 범위, 관련 기록을 관리하기 위한 내부통제 체계를 새로 갖춰야 하는 부담도 있다.
 
사전수요예측 결과를 희망공모가 밴드에 얼마나 반영할지도 주관사의 과제다. 기관 의견을 확인하고도 지나치게 높은 밴드를 제시하거나 일부 기관 평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공모가 결정 과정에 대한 책임 논란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전 접촉 기관 선정부터 NDA 체결, 제공 정보 관리와 접촉 기록 유지까지 새로운 절차가 요구되는 만큼 초기 실무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며 "내부통제 절차와 가이드라인을 새로 마련해야 하지만 제도가 정착되면 표준화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전수요예측 결과는 현실적인 공모가 밴드를 산정하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며 "그만큼 주관사의 가격발견 기능과 공모가 산정 책임도 기존보다 강화될 것으로 본다"라고 설명했다.
 
도시은 기자 eqw58174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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