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부코컴퍼니(이하 부코PE)가 코스닥 상장사
에너토크(019990)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주가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코PE는 경영권 인수에 이어 전환사채(CB)를 통한 후속 투자도 이어갔지만, 이마저도 전환가액을 크게 밑돌면서 투자 회수(엑시트)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원전 업황 회복에 힘입어 최근 에너토크의 실적은 흑자로 돌아서면서 장기 투자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다는 진단도 뒤따른다.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에너토크 본사 (사진=구글맵)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부코컴퍼니가 운용하는 부코프리미엄 사모투자 합자회사는 지난해 7월 일본 서부전기가 보유하던 에너토크 주식 116만1715주를 주당 취득가 6300원에 인수했지만, 최근 주가가 400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평가손실 구간에 놓였다.
당시 부코PE는 구주 매입에 약 73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후속 투자로 에너토크가 발행한 50억원 규모의 제2회차 CB를 전액 인수하는 등 총 123억원을 베팅했다. 이후 에너토크는 원전 수주와 흑자전환이라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주가는 구주 취득가와 CB 전환가를 모두 밑도는 상황이다.
원전·SMR 낙점했는데…실적 반등에도 주가는 역주행
부코PE가 에너토크를 투자처로 낙점한 까닭은 국내외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확대에 따른 성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에너토크는 원전과 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전동 액추에이터를 생산한다. 밸브를 자동으로 여닫는 장비로 원전 건설 확대와 기자재 발주 증가가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투자 이후 원전 관련 수주도 확대됐다. 에너토크는 지난해 8월 신한울 원전 3·4호기용 전동 액추에이터 공급계약을 따낸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ARA 다목적 소형연구로와 SMR 연구개발 프로젝트용 액추에이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부코PE가 인수한 50억원 규모의 CB 역시 에너토크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자금으로 설계됐다. 에너토크는 조달액 가운데 25억원을 시설자금으로 배정했고 나머지 25억원도 사업 확대를 위한 자금으로 잡았다. 에너토크는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 공장 증설과 생산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소형 액추에이터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실적은 부코PE의 인수 이후 반등하고 있다. 에너토크는 지난해 매출 235억원, 영업손실 41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각각 8억원, 20억원, 1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1분기 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고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4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127억 1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104억 7000만원보다 2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8억 6000만원 적자에서 4억 3000만원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도 1억 6000만원을 기록했다. 부코PE가 기대했던 성장 방향은 실적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주가 흐름이다. 최근 6개월간 약 53%가 하락하면서 24일 종가 기준 에너토크 주가는 4680원을 기록했다. 앞서 부코PE는 구주 매입으로 지분율 11.91%를 확보하면서 6300원에 주당 취득가를 지불했다. 최대주주에 오른 당시와 비교하면 약 25% 낮은 가격이다. 이에 따라 당시 약 73억원을 들여 확보한 지분의 시장가치는 약 55억원으로 떨어졌다. 단순 시가평가 기준으로 약 18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 구간에 들어선 것이다.
풋옵션 없이 성장성에 베팅했지만…50억 CB도 전환가 밑으로
50억원을 투자한 CB도 아직 회수 구간에 들어서지 못했다. 최초 7508원이던 전환가는 주가 하락에 따라 지난 7월 5256원까지 주저앉았다. 최초 전환가의 70%로 정해진 최저 조정한도까지 리픽싱된 것이다.
부코PE는 CB 투자 당시 주가 하락 안전장치인 풋옵션도 포함하지 않았다. 에너토크의 2회차 CB에는 조기상환청구권인 풋옵션과 매도청구권인 콜옵션이 모두 없다. 만기는 2030년 7월14일로 표면금리는 1%, 만기수익률은 5%다.
통상 CB 투자자들은 주가가 전환가를 밑돌 경우, 조기상환을 통해 최소한의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는 장치를 마련한다. 에너토크의 주가 부진이 이어진다면 부코PE는 만기수익률 5%에 만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코PE 입장에선 에너토크 실적 회복이 주가 재평가로 이어지는 시점을 기대 중이다. 원전과 SMR 수주가 늘면서 영업손익은 이미 흑자로 돌아섰지만,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풋옵션 없이 기업가치 상승에 베팅한 만큼 향후 수주 확대와 이익 증가가 주가 회복으로 연결돼야 본격적인 회수 구간에 들어설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경영권을 인수한 사모펀드가 포트폴리오 회사에 성장자금을 직접 넣으면서 풋옵션까지 설정하면 회사에는 몇 년 뒤 상환해야 할 부채 성격이 강해진다"며 "풋옵션을 빼고 콜옵션도 두지 않은 것은 투자금을 장기간 회사에 남겨 성장에 사용하도록 하는 대신 기업가치가 올라갔을 때 CB 전환을 통해 지분 상승분을 가져가겠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