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 균열)①성과급 잔치 뒤 번지는 계열사 박탈감
핵심 인재 확보 위해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체계 개선
같은 그룹 안 여전히 EVA 성과급 기준 고수 불만
국내 산업 전반 도미노 확산…기업 결속력 약화 우려
공개 2026-06-22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6월 18일 1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성과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핵심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영업이익과 연동한 파격적인 보상 체계를 잇달아 도입하며 성과주의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룹 내부에서는 계열사별 보상 격차가 커지면서 성과급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번지는 모습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성과급 양극화가 그룹 내부에 남긴 균열과 향후 인재 전략에 미칠 파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최근 주요 그룹에서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해 성과급 체계를 대폭 손질하고 있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오히려 보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산업군을 중심으로 실적 고공행진을 이루고 있는 핵심 계열사들은 영업이익의 10% 안팎을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는 반면, 후방 지원이나 비주력 계열사들은 기존 체제에 머물고 있어 상대적 박탈감이 팽배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그룹 안에서도 계열사별로 전혀 다른 성과급 산식이 적용되면서 또 다른 조직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삼성전자)
 
성과급 잔치 속 소외된 계열사…흑자 내도 EVA에 묶였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은 글로벌 사업 성과에 힘입어 실적 호조를 이어가면서 인재 확보를 위한 성과급 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각사 내부 기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해 왔지만, 최근 들어 노사 협상을 통해 보다 명확한 기준을 도입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000660)가 영업이익에 따른 성과급 비율 공식화에 나선 데 이어 삼성전자도 노사 합의를 통해 새로운 성과급 체계를 마련하면서 업계 전반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달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체계를 개편하고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한 것이 핵심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DS부문 OPI는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를 기준으로 지급되며 특별경영성과급은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활용한다. 지급 상한도 없앴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되며 연봉 1억원 수준 직원 기준 최대 6억원가량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009150), 삼성SDI(006400) 등 계열사 상당수는 여전히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반 성과급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한 가치를 기준으로,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한 업종일수록 성과급 재원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 때문에 흑자를 내고도 실제 성과급 지급률은 1% 수준에 그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삼성전기는 지난해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반도체 패키지기판 사업이 회복되면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024년 7350억원에서 지난해 9133억원으로 25%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는 1조 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과급 체계는 기존 방식을 유지했다. 이미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도 마무리된 상태다.
 
내부에서는 삼성전자 수준의 성과급 체계를 요구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삼성전기는 주요 임원진 상당수가 삼성전자 출신으로 구성돼 있어 독자적으로 보상 체계를 바꾸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있다"며 "성과가 개선돼도 삼성전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내부 불만이 적지 않다"고 언급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삼성전자 노사 협상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삼성전자 성과급 관련 법적 판단 방향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 협상 기조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온다"며 "주거 안정 관련 대출 등 복지 제도 역시 삼성전자와의 형평성을 비교하는 목소리가 직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 번지는 양극화…성과주의가 흔드는 그룹 결속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국내 산업 전반에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성과급 기준 공개와 보상 확대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그룹 내 계열사 간 격차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005380)그룹도 사정이 비슷하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과 역대 최대 수준의 특별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등 역시 이른바 '형님 계열사'의 임금·성과급 합의안이 계열사 협상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만큼 현대차 노조의 협상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다만 완성차 계열사와 달리 부품·후방 계열사들은 별도 성과급 산식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같은 그룹 안에서도 보상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완성차 판매 호조의 수혜를 함께 누리고 있음에도 성과 보상에서는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핵심 인재 확보 차원의 차별화된 보상이 불가피하다는 시각과 함께 그룹 전체 차원의 결속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성과주의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같은 그룹 안에서 보상 기준이 지나치게 달라질 경우 조직 간 위화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핵심 사업뿐 아니라 후방 지원 계열사 역시 그룹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축인 만큼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과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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