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 감사위원 연임에 거버넌스 독립성 논란 재점화회계·재무 전문가 아닌데 감사위원·보상위원장까지 겸임구자균 기부·LS일렉트릭 채용 연계…고려대 접점 의혹 확산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LS ELECTRIC(010120)(LS일렉트릭) 장길수 사외이사가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로 재선임되면서 기업 거버넌스 논란이 재점화됐다. 장 이사는 재선임과 동시에 보상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으며 이사회 내 영향력을 넓혔다. 회계·재무 전문가로 분류되지 않은 감사위원이 경영진 보수 심의와 차기 사외이사 추천까지 관여하게 되면서 독립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 이사가 학장으로 있는 고려대학교와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 회사 간 연계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장 이사의 첫 선임 당시에도 고려대와 LS일렉트릭 간 연구용역 거래가 문제로 지적됐는데, 이후 구 회장의 고려대 기부와 LS일렉트릭의 채용 연계까지 이어졌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오히려 경영진과 연결된 이해관계 안에 놓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장길수 사외이사 ‘재선임’…독립성 논란에도 권한 확대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장길수 LS일렉트릭 사외이사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 재선임됐다. 의결권 행사 주식 기준 찬성률은 78.5%다. 같은 날 재선임된 구자균 사내이사(96.0%)나 전년도 재선임된 송원자 사외이사(87.9%)에 비해 이례적으로 낮다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찬성률은 53.1%에 그쳤다.
장 이사는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2024년 7월부터는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학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첫 선임 당시부터 기업 거버넌스 훼손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던 인물이다. 2023년 3월 LS일렉트릭 사외이사에 처음 선임됐을 당시 LS일렉트릭과의 거래 항목에서 고려대학교의 '차세대 전력망 연구실 연구용역(2020년)' 건이 있었기 때문에 의결권 자문사 등 반대 여론이 인 바 있다. 그러나 LS일렉트릭 측에선 문제없다고 판단하고 원안대로 장 이사를 선임했다. 문제가 됐던 고려대학교와의 연구용역 거래 항목은 이번 1분기 보고서부터 내용이 빠졌다. <IB토마토>는 LS일렉트릭 측에 거래 항목 제외 사유와 거래 종료 여부를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사진=LS일렉트릭 2025년 연간보고서)
(사진=LS일렉트릭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
장 이사의 재선임 이후 이사회 내 권한은 더 커졌다. 장 이사는 현재 LS일렉트릭이 운영하는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ESG위원회 등 소위원회 4곳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았다.
특히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선임은 독립성 논란과 맞물린다. 이 위원회는 차기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기구다. 올해 2월 장 이사를 재선임 후보로 추천한 곳이다. 당시 회의 구성원은 최종원·송원자·채대석 세 명이었고, 장 이사는 추천 대상이었을 뿐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선임 확정된 후 위원장 자리를 꿰찼다. 자신을 추천한 위원회 수장이 돼 다음 사외이사를 고르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장 이사의 감사위원 전문성도 도마에 올랐다. 올해 1분기 기준 LS일렉트릭 감사위원은 윤증현·송원자·장길수 사외이사 세 명이다. 이 가운데 회계·재무 전문가에 해당하지 않는 인물은 장 사외이사 한 명뿐이다. 실제로 이번 분기보고서 감사위원 현황표에도 장 이사의 회계·재무전문가 해당 여부는 '-'로 기재돼 있다. 윤 사외이사는 제5대 금융감독원장과 제2대 기획재정부장관 경력이 있고, 송 사외이사는 12년간의 안진회계법인 상무 파트너 이력이 있다.
물론 현행 상법상 감사위원회에는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가 1명 이상 포함되면 된다. LS일렉트릭 감사위원회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만 감사위원 개인의 전문성과 독립성은 별도 문제다. 특히 감사위원이 보수 심의나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주요 위원회 활동까지 병행할 경우, 내부 감시와 보상 결정 기능이 한정된 사외이사 그룹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정된 수의 이사들이 역할을 나눠서 수행해야 하고, ES일렉트릭은 위원회가 적은 편이 아니기에 필연적으로 위원회 구성은 사외이사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감사위원이면서 보상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는 건 '셀프 감사' 차원에서 문제로 비칠 수 있다. 보상위원회는 ESG경영 일환으로 보수 한도나 임원 성과급 지급에 관한 사항을 심의 및 승인하는 위원회다. 매해 한차례 임원 장단기 성과급 지급을 결정한다.
장 이사는 보상위원회 출범과 함께 위원으로 합류해 임원 보수 심의에 참여해왔다. 해당 기간 구자균 회장과 이사·감사 전체 1인 평균 보수액은 2배로 뛰었다. 구 회장 보수는 2023년 35억6500만원에서 이듬해 71억4200만원으로 늘었다. 이사·감사 평균 보수액은 동기간 5억8700만원에서 11억6300만원으로 올랐다. 둘 다 2배 이상 뛴 것이다. 반면 지난 2024년 LS일렉트릭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4조5518억원, 3897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20% 증가에 그쳤다.
상여금에 대해선 전년도의 계량 지표, 비계량지표를 평가해 매년 기본 연봉의 0~300%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비계량지표로는 '어려운 사업 환경에서도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 신성장 사업 역량 확보에 주력하여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한 점' 등을 고려해 성과급을 산출했다고만 언급하고 있다. <IB토마토>는 LS일렉트릭 측에 보상위원회의 객관적인 성과급 산정 기준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장 이사가 학장으로 있는 고려대학교와 구 회장, LS일렉트릭 사이의 연계도 독립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장 이사가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학장에 오른 지 약 3개월 뒤인 2024년 10월, 구자균 회장은 고려대학교 전기에너지 분야 기금교수 후원사업에 20억원을 기부했다.
고려대학교 공지. (사진=고려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공지사항)
이어 올해 1학기엔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학생들만 대상으로 LS일렉트릭 채용 연계형 현장실습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띄웠다. 자동화 시너지팀, 파워그리드 오퍼레이션 팀, 프로젝트 세일즈팀, 전력 시스템 유럽 영업팀 등 총 4명이다. 공고 내용에는 '본교 연계로만 학생을 채용하길 희망한다', '지원 학생들의 합격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등이 기재돼 있다.
앞서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이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7년간 교수로 재직한 이력이나 2004년부터 석림회 장학금, 법학전문대학원 발전 기금 등 장학금 명목으로 꾸준히 기부한 모습을 보면 그 연장선으로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 이사가 공과대학 학장으로 취임한 이후에 공과대학에 거액의 기부와 특별 채용이 이뤄진 점은 의심을 살 만한 지점이다.
구 회장과 외부 단체도 함께…반복되는 이해관계 접점
시그레 한국위원회 조직도. (사진=시그레 홈페이지)
구 회장과 장 이사가 외부 단체에서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 점도 독립성 의혹을 더한다. 두 사람은 시그레(CIGRE, 전력망 국제기구) 한국위원회의 운영을 함께 맡고 있다. 시그레는 전력회사와 산업계, 대학 및 연구 기관을 비롯해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력 분야 최대 국제기구다. 조직도를 뜯어보면, 위원장은 장 이사가 맡고 있고 부위원장에는 구 회장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고문에는 LS그룹 구자홍 회장의 이름이 명단에 들어가 있다.
이러한 점들로 보아 일각에선 장 이사의 사외이사 연임을 두고 고려대학교 출신 인맥 네트워킹을 활용하기 위한 전략적 영입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실질적인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아닌 '거수기' 역할을 수행할 학계 인사가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다.
CGCG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첫 선임부터 재선임까지 산학협력 과정이 계속 이뤄지고 있어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문제의식 없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기업 협력 변호사도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특정 사외이사가 관련된 대학에 계속 특혜를 몰아주는 모습은 충분히 기업 거버넌스 결여 사항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LS일렉트릭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주총 소집 공고를 통해 장 후보자는 2023년부터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이미 직무 수행 역량과 책임성을 입증했다는 내용을 실었다"라면서 "그 외에는 답변할 의무나 필요성이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