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최초의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주목받았던 뱅크샐러드가 올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절차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주주인 재무적투자자(FI) SKS프라이빗에쿼티(SKS PE)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뱅크샐러드가 가파른 매출 성장과 적자 폭 축소로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렸으나, SKS PE가 투자 원금을 전액 회수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기업가치의 문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사진=뱅크샐러드 홈페이지 캡쳐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거래되는 뱅크샐러드의 장외 기업가치는 1000억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장외 거래 특성상 실제 기업가치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2025년 미래에셋증권 유상증자 당시 산정된 2550억원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대다.
최대 FI인 SKS PE가 투자 원금 950억원을 지분 가치 기준으로 회수하려면 뱅크샐러드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최소 4200억원 안팎까지 올라와야 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장외 시장의 체감 가치와 FI의 원금 회수 기준 사이에 괴리가 존재하는 가운데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기술특례 또는 이익미실현 특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50억원 투입한 SKS PE, 희석 효과 감안하면 '시총 4200억' 돼야
SKS PE는 과거 뱅크샐러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총 95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SKS PE가 투자했을 당시 뱅크샐러드의 기업가치는 약 4240억원으로 평가됐다. SKS PE는 올 1분기 기준 28.22%를 보유한 핵심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상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희석 효과다. 통상 기술특례나 이익 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 등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입하는 핀테크 기업들은 공모 과정에서 20% 안팎의 신주를 발행한다. 뱅크샐러드가 상장 시 20%의 신주를 새로 발행한다고 가정하면, SKS PE의 기존 지분율(28.22%)은 상장 후 22.58%로 낮아지게 된다.
희석 후 지분율 22.58%를 기준으로 SKS PE가 투자 원금 950억원을 지분 가치로 회수하려면, 뱅크샐러드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최소 4200억원에 안착해야 한다. 상장 후 시가총액이 3000억원에 그칠 경우 SKS PE의 지분가치는 약 677억원으로, 원금 대비 273억원 정도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시가총액이 3500억원까지 올라와도 지분가치는 790억원 수준으로 160억원의 손실 구간에 머문다.
4000억원 수준에서도 SKS PE의 지분가치는 903억원으로 원금에 미치지 못한다. 상장 후 시가총액이 4200억원에 도달해야 비로소 본전 수준에 근접한다는 계산이다. 4500억원에서는 66억원, 5000억원에서는 179억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하지만, 이는 보호예수, 블록딜 할인, 장내 매각에 따른 주가 충격 등을 제외한 단순 평가가치 기준이다.
실적 턴어라운드 '청신호'…보험 중심 성장, 공모가에 악영향
긍정적인 대목은 뱅크샐러드의 매출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뱅크샐러드는 2025년 연간 매출액 26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47억원) 대비 77% 외형이 성장했다. 주식보상비용 등 일회성 착시 요인을 제외하면 실질 당기순손실 규모는 6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고질적 자본잠식 상태도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보통주 전환과 K-IFRS 도입을 통해 완전히 털어낸 상황이다.
다만 매출 성장의 일등 공신이 '마이데이터' 본연의 가치보다는 비대면 보험 설계 사업과 보험 진단 서비스에 쏠려 있다는 점은 공모가 산정의 변수로 꼽힌다. 전체 매출 성장률이 77%인 가운데 보험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60% 성장하면서 순수 마이데이터 플랫폼에 대한 성장성에 의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법인 보험대리점(GA) 모델은 증시에서 높은 멀티플을 인정받기 어렵다.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뱅크샐러드를 단순한 보험 판매 회사가 아닌 '데이터 기반의 헬스·금융 AI 플랫폼'으로 몸값을 42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데, 깐깐해진 공모 시장 투자자들이 이를 순수 핀테크 플랫폼의 가치로 인정해 줄지 미지수다.
만약 SKS PE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공모가를 무리하게 높게 잡을 경우,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흥행 참패나 상장 직후 공모가 하회라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반대로 시장에 맞춰 공모가를 낮추면 SKS PE는 수백억원의 투자 손실을 처분 손실로 반영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상장 이후 사모펀드가 보유한 대규모 지분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 역시 고심거리다. SKS PE 입장에서는 상장 직후 보호예수(전매제한) 기간이 풀리는 대로 분할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상장 후 주가 흐름에 강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일반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뱅크샐러드의 상장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일정은 없다"며 "이익이 발생하고 있는 회사가 아니라 바로 추진한다면 일반상장 방식은 아니고 다른 트랙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