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PF)②AI 시대 새 먹거리라더니…전력·민원에 사업 표류
AI 붐에 뛰어들었지만 주민 반발·전력난에 곳곳 제동
행정심판으로 표류되거나, 결국 사업 철회 수순까지도
"짓기만 하면 돈 된다" 기대 달리 인허가·수익성 변수
공개 2026-05-28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5월 26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주택시장 침체와 PF 위기를 거치며 건설사들이 데이터센터를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부지 확보와 인허가, 투자, 운영까지 직접 맡는 '데이터 디벨로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는 땅보다 전력이 성패를 좌우하는 산업이다. 수도권 전력망 포화와 인허가 병목, 막대한 초기 자본 부담이 맞물리면 브릿지론만 쌓인 채 본PF로 넘어가지 못하는 '데이터센터판 PF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IB토마토>는 데이터센터가 건설사의 새 수익원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재무 부담으로 남을지 그 경계선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AI(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떠오른 데이터센터가 건설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 현장 분위기는 기대만큼 녹록지 않다. 수도권 전력망 포화와 주민 민원, 공사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착공이 지연되거나 사업 자체가 멈춰서는 사례까지 나온다. 건설사들은 단순 시공을 넘어 직접 시행·운영까지 확대하며 '데이터 디벨로퍼' 전환에 속도를 내지만,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도 전력 확보와 입지, 주민 수용성 등 기존 부동산 개발사업이 안고 있던 현실적 제약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평가다.
 
고양 덕이동 20MW 데이터센터 (사진=고양시)
 
전력 없인 못 짓는다…데이터센터 사업의 숨겨진 병목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데이터센터 사업은 AI 확산과 클라우드 수요 증가에 힘입어 건설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 현장에서는 전력 공급 문제와 주민 민원, 인허가 갈등 등이 불거지며 사업 지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건립이 집중되면서 전자파·소음 논란부터 송전망 부족, 전력계통 부담 문제까지 한꺼번에 불거지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추진 중인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는 주민 반발이 이어지는 대표 사업장으로 꼽힌다. 인근 아파트와 초등학교 주민들은 전자파와 비상발전기, 냉각탑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민원과 집회를 지속한다. 데이터센터가 주거지와 가까운 입지에 들어서는 만큼 건강·안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건립이 중단(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일대 데이터센터 사업 역시 주민 반발에 부딪힌 사례다. 인근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공사와 관련해 전자파·소음·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한때 '건설 중단' 현수막과 집회 등을 이어갔다. 같은 고양시 삼송지구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한 초고압 송전선로 지중화 공사를 두고 소음·진동·균열 피해 논란까지 불거졌다. 주민들과 시의회 간 갈등으로 번지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이 단순 건축 사업을 넘어 지역 인프라·환경 문제와 연결되는 양상이다.
 
전력 공급 문제 또한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의 핵심 변수다. 최근 수도권에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AI센터 수요가 집중되며 5MW 이상 전력수요 시설에 대한 계통영향평가가 강화된 상태다. 일부 사업장은 전력 공급 승인 자체가 지연되거나 유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변전소·송전망 용량 포화와 초고압 송전선로·변전소 증설 사업 지연까지 겹치며, 경기·수도권 일대에서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 인허가가 반려·보류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시장이 성장 초기 기대와 달리 전력 인프라와 주민 수용성 확보 여부에 따라 사업 속도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건설사도 막혔다…데이터센터 사업 곳곳 표류
 
대형 건설사들마저 관련 난항을 겪으면서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먹거리인 것은 맞지만, 결코 손쉬운 시장은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GS건설(006360)이 참여한 경기 고양 덕이동 데이터센터 사업은 대표적인 갈등 사례다. 마그나PFV(프로젝트 투자금융회사)는 고양시 덕이동 일대에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추진 중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전자파·소음·열섬 현상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다. 주민 비상대책위원회와 시의회 결의안까지 나오며 갈등이 심화돼 고양시는 지난해 8월 착공 신고를 반려하기도 했다. 이후 마그나PFV와 GS건설 측은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에 반려 처분 취소를 청구한 상태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에는 고양시로부터 착공 허가를 받았고, 오는 11월 착공에 들어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DL이앤씨(375500)가 추진 중인 김포 구래동 데이터센터 사업 역시 비슷한 흐름을 겪었다. 해당 사업은 김포시가 지난해 7월 착공 신고를 반려하면서 한때 사실상 무산 위기라는 평가까지 나왔지만, 이후 사업자가 경기도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같은해 10월 "반려 처분이 부당하다"는 인용 결정을 받아내며 재추진 국면으로 돌아섰다. 
 
경기도 성남시 소재 NHN 판교 데이터센터 조감도 (사진=아이파크현산)
 
반면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HDC현대산업개발(294870))이 참여했던 김해 NHN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는 결국 공식 무산 수순을 밟았다. NHN클라우드와 김해시, 아이파크현산은 2023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 중단을 공식 발표했으며, 건축시장 침체와 공사비·원자재·인건비 급등, 금융환경 악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특히 공사비 분담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공사가 장기간 멈춰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동일한 구조로 사업이 재추진된다는 공식 움직임은 없는 상태로, 현재는 김해시가 해당 부지를 공동주택 중심 개발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변경·재개한 정도로만 알려진 상황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AI 확산으로 수요 자체는 분명 커지고 있지만, 실제 사업 단계에서는 전력 확보와 주민 수용성, 냉각·에너지 효율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해야 해 일반 물류센터나 오피스 개발보다 훨씬 복합적인 사업이 되고 있다"라며 "특히 수도권은 전력계통 부담과 송전망 갈등이 점점 커지는 만큼, 앞으로는 단순 시공 능력보다 전력 인프라 확보와 지역 갈등 조정 능력을 가진 사업자가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데이터센터는 일반 오피스나 물류시설과 달리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핵심인 자산이라 전력 공급과 냉각 설비 안정성이 사실상 사업 경쟁력 자체라고 봐야 한다"며 "특히 AI 데이터센터로 갈수록 전력 사용량과 발열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단순 시공 능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렵고, 운영 효율과 유지관리 역량까지 함께 요구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사가 직접 운영까지 맡을 경우 공실이나 가동률 저하뿐 아니라 전력비 상승, 장비 장애, 냉각 효율 저하 등이 모두 수익성과 직결된다"며 "여기에 국내는 수도권 전력계통 부담과 주민 민원까지 겹치면서 인허가와 기반시설 협의 과정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업 초기부터 불확실성이 상당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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