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확장전)④ESS는 단기·UAM은 장기…K배터리 새 생존축
ESS·로봇·UAM '다중 포트폴리오'로 성장축 이동
탈중국 공급망 경쟁 속 정부 지원은 더딘 걸음
직접환급제·인프라 지원 등 체감형 정책 절실
공개 2026-05-27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5월 22일 16:3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의 경영전략이 특정 기술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의 지배력을 바탕으로 고성능 삼원계와 차세대 배터리 영역까지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중국 배터리 기업과 이에 대응해 제품 라인업 확장에 나선 국내 배터리 3사의 대응 전략을 취재·분석한다. 아울러 이러한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각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투자 효율성, 미래 기업가치에 미칠 영향도 함께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한국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시장 외에 에너지저장장치(ESS)와 휴머노이드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 고사양·특수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는 '다중 포트폴리오'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는 각 시장마다 다른 성능의 배터리를 요구하는 만큼 맞춤형 셀·팩 개발과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삼보모터스그룹의 UAM. (사진=연합뉴스)
 
시장별 배터리 수요 증가 전망…문제는 사양 맞춤화
 
최근 시장에서는 당장 배터리사들의 실적을 떠받칠 수 있는 핵심 시장으로 ESS를 꼽고 있다. 22일 삼성SDI(006400)에 따르면 글로벌 ESS용 배터리 수요가 2024년 399기가와트시(GWh)에서 2035년 약 1232GWh로 세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과 UAM 역시 중장기 성장 축이다. 휴머노이드와 서비스 로봇용 배터리 수요는 2024년 약 0.03GWh에서 2030년 1.4GWh, 2040년 138.3GWh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배터리가 제품 가격의 약 5%를 차지하는 만큼 고밀도·고출력·소형화 기술에서 먼저 자리를 잡는 기업이 향후 신규 배터리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UAM용 배터리 역시 2030년 3.7GWh에서 2035년 68GWh로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각 시장이 요구하는 사양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ESS는 내구성과 비용경쟁력이, 로봇은 에너지밀도와 배터리 수명이, UAM은 무게 대비 에너지밀도가 핵심이다. 이 때문에 단일 셀 전략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단기 시장인 ESS부터 중기 시장인 로봇, 장기 시장인 UAM과 항공용 수요까지 아우르는 다층적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원료 공급망 다변화도 시급하다. 한국 배터리 산업은 리튬과 흑연, 니켈 등 핵심 원료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 공급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대응책은 단순히 수입선을 늘리는 수준을 넘어 재활용과 해외 광산·정제 설비와의 장기 계약, 국내 정제·전구체·음극재 생산 역량 확보 등 수직적 밸류체인 강화로 넓혀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포스코 등 대형 소재 기업이 원료 확보와 정제·가공 전단까지 밸류체인 확장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흐름으로 읽힌다.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는 기술 경쟁과 함께 표준 경쟁도 치열하다. 전고체 배터리는 성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차세대 핵심 기술로 꼽히지만, 기술 상용화만으로는 부족하고 표준·인증·특허 경쟁이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전고체 관련 국가표준 작업을 앞당기며 표준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어 우리나라 또한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표준화와 인증, 특허 전략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전고체 배터리도 기술 개발만으로는 부족하고, 누가 먼저 표준과 인증 체계를 잡느냐가 관건"이라며 "중국이 전고체 표준화에 속도를 내는 만큼 한국도 특허와 표준 선점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ESS는 단기 실적을 받쳐줄 수 있는 시장이고, 로봇과 UAM은 중장기 성장성을 보여주는 시장으로 시장별로 필요한 배터리 사양이 완전히 다른 만큼 셀·소재·팩 전략도 분리해서 가져가야 한다"며 "한국 배터리 산업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중국과 같은 방식의 가격 경쟁이 아니라, 고성능·고신뢰·고안전성 영역에서 차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탈중국화…정부 역할도 '중요'
 
정부 역할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탈중국' 전략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미국과 유럽 등이 광물 안보와 제조업 보호를 위해 촘촘한 규제 장벽을 세우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지원 속도는 경쟁국에 비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가 출범 당시 공약했던 세제 지원이나 '배터리 삼각벨트(충청·영남·호남)' 특화 산업단지 육성 등은 가시적인 진전이 부족해 업계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배터리 업계가 가장 시급하게 요구하는 정책은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국내생산촉진세제와 세액공제 직접환급제다. 현행 세액공제는 법인세 감면 방식이라,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일시적 적자나 '데스밸리' 구간에 진입한 기업들은 정작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받아야 할 세액공제분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직접환급제나 시설 투자 외 운영 자금까지 아우르는 정책금융 확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체적인 인프라(전기료, 폐수 처리 등) 지원이 생략된 산단 조성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긍정적인 신호 또한 존재한다. 정부가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국내에 대규모 ESS 보급을 신속하게 추진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단기 성장동력을 확보할 초기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 및 공급망 안정화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등 폐배터리 재활용과 이력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제도화 의지 역시 확인된다.
 
결국 K-배터리가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서 고사양·특수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 다각화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과감한 세제·인프라 뒷받침이 타이밍 맞춰 맞물려야 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다만 박철완 교수는 이에 대해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에 막연하게 지원을 요구할 게 아니라 기업 스스로 기술 역량과 사업화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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