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자사주 소각 대신 정관 변경…지배력 방어 논란
태광산업·대한화섬, 주총서 자사주 보유 가능 정관 변경
개정 상법 '경영상 목적' 예외 조항 내용 활용 첫 사례
향후 지배력 방어 수단 악용 가능성 배제 어려워
공개 2026-05-15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5월 13일 17:5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태광(023160)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개정 상법상 자사주 소각 의무를 면제할 수 있는 '경영상 목적' 예외 조항을 활용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총수 일가 지배력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가운데, 태광그룹이 사실상 법 개정 이후 예외 활용 사례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영상 목적이라는 포괄적 사유가 향후 지배력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태광산업)
 
자사주 소각 러시 속 태광그룹 '예외 적용' 조항 신설
 
13일 재계에 따르면 태광산업(003240)대한화섬(003830)은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관련 정관 일부 내용을 신설하고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위해 자기주식을 보유·처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회사는 보유 자사주 전량에 대해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하고 주주총회 승인을 받았다.
 
올해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은 상장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1년 6개월 내 소각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일부 예외 조항도 함께 명시한 상태다. 임직원 보상이나 경영상 목적 등 예외 사유가 있는 경우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하고 주주총회 승인을 받으면 소각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각각 자기주식 관련 정관 일부 변경을 통해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M&A), 사업구조 개편, 시설투자, 신기술 도입 및 개발, 재무구조 개선, 임직원 보상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상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자기주식을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을 신설해 추후 자사주 보유와 활용에 대한 상법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의 형식적 요건은 충족했으나 일각에서는 지배력 강화를 위한 조항을 '악용'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개정 상법 시행 이후 경영상 목적 예외 조항을 적용해 자사주 소각 의무를 면제받은 대기업 상장사는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등 2곳이 유일하다.
 
 
현재 태광산업의 자사주 비율은 24.41%로 SK(003600)에 이어 국내 상장사에서 가장 많다. 대한화섬 역시 자사주 비율이 18.57%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태광산업은 창업주인 이호진 전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4.53%, 대한화섬은 61.72%에 달한다. 최대주주 지배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주총 승인 자체가 실질적 견제 기능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태광그룹 측은 <IB토마토>에 "자기주식 보유와 처분 계획과 관련한 유예 기한 등은 기업마다 경영상 상황과 목적이 모두 다른 만큼 법적 요건 안에서 대응하고 있다"면서 "향후 조건이나 기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자사주 소각 기준이 마련될 경우 추가 공시 등을 통해 관련 내용에 맞춰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배력과 연관된 자사주 유지 기조
 
시장에서는 자사주 소각과 관련해 태광그룹의 지배구조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최대주주 지분율 상승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대규모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지분 확보나 경영권 방어 수단은 제한된다. 결국 태광산업처럼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소각 여부가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자사주를 계획대로 소각할 경우 태광산업은 자사주 소각 전 지배력이 78.94%에서 소각 후 54.53%로 24.4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태광그룹 계열사인 대한화섬 역시 지배력이 18.57%포인트 떨어진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사주 소각 시 지배력 희석 폭이 가장 큰 기업이 경영상 목적 예외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입법 취지와 실제 활용 사이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태광그룹이 최근 신사업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대규모 자사주 활용을 통해 외부 자금 조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태광산업은 교환사채(EB) 발행을 추진했다가 시장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이에 자사주 활용을 통한 자금 조달과 지배구조 유지 전략이 함께 고려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태광그룹 측은 <IB토마토>에 "전략적 제휴, 인수합병(M&A), 사업구조 개편, 시설투자 등 경영상 목적에 필요한 경우 자사주를 활용할 수도 있다"면서 "대규모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