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큰손' MBK의 면면)③"비용절감만으로는 안 돼…PEF 한계"
일본 주얼리 브랜드 타사키 두배 차익 내며 엑시트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선 기업가치 제고 외면
기술 고도화 속 PEF 비즈니스 모델 한계 드러내
공개 2024-05-16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3일 14:5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는 PEF 1세대 김병철 회장이 2005년 설립했다. 설립 이후 한발 앞선 딜로 설립 20년을 앞둔 지금 운용자산 35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MBK파트너스의 행보가 곧 국내 사모펀드의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에는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는 동시에 투자회사 답지 않게 자발적 상장폐지라는 카드까지 꺼내들며 시장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IB토마토>는 MBK파트너스의 최근 행보를 톺아보면서 국내 투자금융 시장의 흐름을 가늠코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MBK파트너스가 오랜만에 굵직한 엑시트(투자회수)를 단행한다. 매각 기업은 일본 주얼리 브랜드인 타사키다. 하지만 최근 들어 MBK파트너스를 국내 PEF 대표주자로 만들었던 기업 가치 제고 능력에 시장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에선 기업 가치에는 관심 없고 매각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산업별 고도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문성에 한계를 갖는 사모펀드의 바이아웃(Buyout)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진=타사키)
 
16년만의 결실, 일본 주얼리 브랜드 매각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일본 주얼리 브랜드 타사키를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MBK파트너스는 오는 6월 중 홍콩계 사모펀드 파운틴베스트와 일본계 사모펀드 유니슨의 컨소시엄에 타사키 지분 100%를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거래에서 양측은 타사키의 기업 가치를 6억달러(약 8207억원) 수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가 타사키 인수에 나선 지 16년 만에 2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게 된 것이다. 
 
타사키는 1954년 설립된 주얼리 브랜드다. 특히 진주에서 진주조개의 양식부터 진주 채취와 가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모두 관리하며 품질에 관해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꼽힌다.
 
그러나 과도한 시설투자와 중국산 저가 진주의 시장 확장으로 타사키는 한때 파산 위기에까지 몰렸다. 일본 주얼리 시장의 역사를 대표하는 기업이었지만 당시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금융시장에서 고가의 주얼리를 생산하는 기업에 선뜻 자금을 지원해주는 곳은 없었다.
 
그때 타사키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곳이 바로 MBK파트너스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설립 4년 밖에 안 된 신생 사모펀드에 불과했지만 2008년 7월 경영 주도권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타사키 경영권을 쥔 MBK파트너스는 몸집부터 줄였다. 9개였던 진주 양식장 중 7곳을 폐쇄하고 전 직원의 40%에 해당하는 483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또한 연수원과 직원 기숙사 등 보유 부동산도 매각했다. 구조조정과 자산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채무를 상환하며 이자부담을 줄였다.
 
이렇게 해서 수중에 넣은 자금은 채무 상환에 쓰고, 이자 부담이 줄면서 생긴 자금은 신규 매장 개장, 신상품 개발 등에 투자됐다. 그리고 MBK파트너스는 중국의 저가 진주 제품과는 차별화된 럭셔리 브랜드 만들기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명품 브랜드 구찌와 크리스찬디오르의 일본 법인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다지마 도시카즈를 회사 대표로 선임하고 세계적 디자이너 타쿤 파니치걸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럭셔리 브랜드로의 전환 이후 5년이 지난 2013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15년부터는 시계 등 제품 영역을 넓히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기업가치 제고가 목적?…MBK식 전략 '의문'
 
타사키 사례는 MBK파트너스가 추구하는 혁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의 모범사례다. 수익성은 장기적금 수준에 불과하지만 파산 위기까지 몰린 기업을 회생시키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 점은 '기업 가치 제고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듣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앞서 시장에선 MBK파트너스의 기존 행보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발생한 국내 1위 타이어 제조업체 한국앤컴퍼니(000240)의 경영권 분쟁이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 (사진=한국앤컴퍼니)
 
분쟁은 조양래 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모두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발생했다.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은 조 회장의 결정에 반발했고 2023년 12월4일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그룹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를 선언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가로 주당 2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공매매수 선언 다음 날인 12월5일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전날보다 29.90% 상승한 2만185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경영권 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가를 2만4000원으로 올려 반격에 나섰지만 흐름을 돌리지 못했다. 목표 최소 지분인 20.3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8.83%만 공개매수에 응모했다. 
 
문제는 명분과 당위성이다. MBK파트너스가 기존 오너(차남)를 축출하려고 다른 오너 일가(장남)와 손을 잡은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재벌의 형제 다툼에서는 어느 편이든 당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돈이든 명분이든 투자자들을 움직이기엔 부족했고, 1등 사모펀드의 전략도 완벽하지 않다는 인상을 남겼다. 
 
게다가 인수에 사용된 자금 절반 이상이 외국계 자본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MBK파트너스가 공언한 회사 가치 제고 명분이 희석됐다. MBK 측이 공개매수에 성공한 뒤 지분 매각으로 거둔 차익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흘러나가는 셈이기 때문이다.
  
비용줄이기 '한계'…"포트폴리오 전환될 것"
 
MBK파트너스가 기업 인수에 난항을 겪는 데는 비용 줄이기식의 기업 가치 제고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기업들의 기술 발전이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MBK파트너스와 같은 사모펀드가 산업에 대한 이해와 기업운영을 구상하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6년 두산그룹이 자금난에 빠졌을 당시 두산인프라코어의 공작기계 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사명을 두산공작기계로 바꿨다. 하지만 이렇다 할 개선을 이뤄내지 못했고 영업이익은 2018년 이후 2년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 2020년엔 매출 1조2210억원, 영업이익 1022억원을 전년 대비 매출은 16.3%, 영업이익은 42.5% 감소하기도 했다.
 
MBK파트너스로선 배당과 자본구조재조정(리캡) 등으로 투자금 상당 부분을 메워 손해는 아니었지만 공작기계산업에서 사모펀드가 할 수 있는 경영 개선은 분명 한계가 있었다. 결국 두산공작기계는 자동차 부품기업 DN오토모티브에 인수되고 나서야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가 시작됐다. 공작기계 생산 영역을 최근 수요가 확대되는 전기차와 반도체 등으로 넓혔고,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는 등 기술 발전도 이뤄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사모펀드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며 향후 점진적인 사업 영역이 개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통산업이 안정적 현금 흐름을 보장하는 만큼 비용 절감만으로 기업 가치 제고가 가능했지만 최근 시장의 관심을 받는 하이테크 기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박 위원은 "사모펀드가 관심을 보이려면 안정적이면서 저평가된 매물이 나와야 하는데, 이 같은 매물 점차 줄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는 하이테크 기업은 창업자의 영향력이 강해 바이아웃이 어렵고 사모펀드가 전문성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제 80년대 미국 사모펀드도 전통산업 분야에서 점차 부동산 인프라나 크레딧 펀드로 방향을 전환했다"라며 "국내 사모펀드도 이와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환이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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