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안솔지 기자] 대구은행의 여신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관련 지표들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시대'가 이어지면서 기업 경영에 직격타를 맞은 지역 중소기업들이 늘자 지방은행까지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대구은행의 경우 지난해 수익성 개선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올해는 대출 부실화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은행의 2022년 연결기준 영업수익은 4조14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조5748억원) 대비 56% 늘어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2021년 3300억원에서 2022년 3878억원으로 18%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호조의 실적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각종 건전성 지표들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우선 대구은행의 대손상각비는 2022년 2073억원으로 전년 동기(1341억원) 대비 54.6% 증가했다. 대출 부실 규모가 커졌다는 것을 나타낸다.
대구은행의 손실위험도가중여신 역시 2022년 1133억원으로 전년 동기(841억원) 대비 35% 늘었다. 손실위험도가중여신은 무수익여신산정대상 여신에 대해 자산건정성분류기준에 따라 분류한 고정 분류여신의 20%, 회수의문 분류여신의 50%, 추정손실 분류여신의 100% 상당액을 더한 금액이다.
이는 총 여신 중 회수 못 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나타내는데, 해당 금액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자산 건전성이 나빠질 여지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구은행은 기업자금대출이 대출의 6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기업자금대출금액이 32조4975억원으로 전년(31조1644억원) 보다 4.3% 늘었다. 기업에 빌려준 금액은 늘었는데 빌려준 돈을 회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업 여신 건전성 지표들은 지속 악화되는 추세다.
대구은행의 기업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방은행 중에서도 가장 높은 데다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0.64%였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2년 0.79%로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을 의미한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고정이하여신 합산금액을 총 여신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건전성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연체율도 전년도와 비교해 오름세를 보였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2021년 0.25%에서 0.52%로 상승했다.
기업 여신 뿐 아니라 가계 여신 관련 지표들도 대구은행의 여신 건전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실제 가계 여신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0.14%에서 2022년 0.17%로 0.03%p 증가했다. 2021년 0.14%였던 가계 대출 기준 연체율도 2022년 0.27%로 두 배가량 뛰었다.
대구은행의 기업과 가계 여신 건전성 지표들이 나빠진 것은 대구 지역 경기 침체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방은행은 지역을 기반으로 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대구은행 역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게다가 지방은행은 지금까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중이 높게 적용돼 왔다. 대구은행의 기업 여신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증가세를 보인 것 역시 이 영향이 크다. 대기업보다 경기민감도가 높은 중소기업의 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경기 침체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 상황이 어려워지자 기업 여신 관련 지표에 특히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대구은행의 여신 건정성이 악화돼 부실 대출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면 수익성마저도 담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경기 침체를 쉽게 벗어나기도 힘든 상황이라는 점은 더욱 악재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중 대경권 경기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전 분기보다 소폭 감소하면서 다소 악화됐다"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부동산업은 주택거래 부진이 이어지면서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라며 "미분양 증가 및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매수심리 약화가 지속됨에 따라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경기 침체기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은 더욱 커지며 대구은행의 여신 건전성 리스크가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대구은행 기업신용평가 보고서에서 "은행은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대손비용 증가와 자산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라며 "경기둔화나 금리상승에 따른 상환부담 증가 등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의 부실률 상승을 야기해 은행 대손비용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지형삼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구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전년 대비 악화됐지만 내부적으로 리스크 관리가 잘 되고 있는 편"이라면서 "다만 급격하게 건전성이 저하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수익성에 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것은 사실이나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향후 개선의 여지가 있다"라며 "기업 여신 지표 개선을 위해 경기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산업군과 기업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솔지 기자 digeu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