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계열 분리 나서나…'배당금액'이 관건
실적 하락에도 배당성향 30% 이상 유지…우호지분 확보 계열 분리 가능성
우호지분 모아도 영풍보다 4%포인트 낮아…소액주주·외국인 등 우군 필요
성공 여부는 배당금 규모 될 듯…순이익 낮아 30% 유지해도 과거보다 적어
공개 2023-02-09 07:00:00
이 기사는 2023년 02월 07일 17:3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하영 기자] 고려아연(010130)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실적 하락에도 고배당 정책을 들고 나와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영풍그룹에서 계열분리를 하기 위해 우호지분 확보에 나섰다는 평가와 함께 주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배당금액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고려아연을 계열사로 둔 영풍(000670)그룹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뜻을 모아 시작했다. 지분 교환으로 70년 넘게 장씨와 최씨 두 집안이 한 그룹을 운영해왔으나, 최기호 창업주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며 지분을 모으는 등 계열분리 조짐이 일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고려아연)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연결기준(잠정) 매출액 11조2115억원, 영업이익 922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보다 매출액은 12.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5.9% 감소했다. 동기간 당기순이익도 7963억원으로 1.8% 감소했다. 예상을 밑도는 실적에 2차전지 소재주로 주목받던 고려아연의 증권가 평가도 줄하향했다. 
 
이는 4분기 부진했던 영향이 크다. 먼저 원료와 에너지 등 주요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하락한 것이 주요 이유다. 주요국 긴축으로 아연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며 실적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조954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 줄었고, 영업이익은 63.3% 감소한 1055억원을 기록했다.
 
고려아연, 실적 하락에도 고배당 승부수
 
실적 악화에도 고려아연은 향후 3년간(2023~2025년) 연말 별도실적 기준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유지하고 연 1회 중간배당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3월 말 예정된 주주총회(주총)에서 최 회장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번 주총에서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 11명 중 임기가 만료되는 6명의 재신임 여부가 결정된다. 이들은 최 회장측 인사로 주총에서 협력 관계인 장씨 집안 인물로 물갈이될 경우 계열분리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회사의 중요 사안이 모두 이사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6일 현재 고려아연 주요 주주는 영풍 26.11%, 최윤범 1.72%, 국민연금 8.28%, 한화그룹 8.08%, LG화학(051910) 1.97%, 모건스탠리 0.5%, 장형진 외 5.8%, 테라닉스·코리아써키트·에이치씨 0.71% 등이다. 최씨 일가는 지난해 6.02% 규모 자사주 교환으로 한화(000880)그룹, LG화학, 한국투자홀딩스, 모건스탠리 등을 백기사로 만들며 우호지분을 모았으나 아직 장씨 일가쪽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이 약 4%포인트 가량 더 높다. 이때 지분율 40%에 달하는 소액주주와 외국인주주가 힘을 실어준다면, 최 회장은 이사회를 장악해 계열분리 등 소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주친화정책은 재계에서 경영권 분쟁시 흔히 쓰는 방법 중 하나다. 금호석유화학(금호석유(011780))도 2021~2022년까지 박찬구 회장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와의 경영권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고배당정책을 사용한 바 있다. 당시 주총에서 주당 결산 배당금이 각각 4200원과 1만원으로 제시되자 소액주주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지난해 대표이사로 취임한 오너 3세 박준경 금호석유 사장이 이사회에서 처음 한 일도 주주친화정책이다. 당시 박 사장은 1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 후 소각해 금호석유 주식 가치를 제고시켰다. 재계에서는 제조업 평균 현금배당성향이 10%대인 만큼 30% 이상을 약속한 고려아연도 주주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배당금 액수가 희비 가릴 듯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고배당 정책으로 확실한 우호지분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외국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배당이 인색한 만큼 (배당인상 정책)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배당이 어느 정도 금액이 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배당성향이 높다고 해서 꼭 배당금이 높은 것은 아니며, 주주입장에서 기대하는 금액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30% 이상으로 정한 현금배당성향도 제조업계 평균 기준으로는 많지만, 고려아연의 이전 현금배당성향과 비교하면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다. ‘배당귀족주’로 불리는 고려아연은 지난 5년간 별도기준 현금배당성향이 평균 42.7%다. 주당 배당금만 최고 2만원에 달한다.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2023년과 2024년 고려아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에 현금배당성향 30%를 단순 대입하면 주당 배당금은 각각 1만2000원과 1만3000원 수준이다. 이는 당기순이익이 2000억원 이상 적었던 2019~202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금배당성향을 30%로 맞출 경우 오히려 3~4년 전 수준으로 배당금이 역행하는 꼴이다.
 
 
신사업 추진으로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상황도 재무 측면에서는 고려아연에 약점이다. 회사는 2021년부터 2차전지 소재산업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경영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할 방침을 밝혔다. 2030년까지 인수·합병(M&A)과 자본적지출(CAPEX) 등 투자비가 늘어나는 만큼 당기순이익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주주로서는 고려아연의 배당정책에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재계에서 고려아연의 고배당정책에 고민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배당과 관련한 공시에서 “상기 배당정책은 경영환경 및 시장상황 등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며, 각 사업연도의 배당금 등 세부사항은 당사 이사회 및 주주총회 승인을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며 “매년도 중간배당 실시를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중간배당 규모 등은 연 추정 실적 등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으로 해당 사업연도의 경영성과 전망에 따라 변동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greenbooks7@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