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남다른 포용금융 속도…배경은 '바젤Ⅲ 유예'
8개월 만에 중·저신용자 대출 40% 육박…카뱅·케뱅 제쳐
규제 기준 낮은 바젤Ⅰ…신규 대출 확대 유리
2024년부터 바젤Ⅲ…레버리지비율 우려 본격화
공개 2022-09-22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9월 20일 10:3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토스뱅크가 은행업 시작 8개월 만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렸다. '형님'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20%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토스뱅크의 수치는 압도적이다. 오는 2024년 바젤Ⅲ가 적용되면 포용금융과 자본적정성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한다.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에 적극적인 것도 규제를 받기 전 포용금융 실적을 쌓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토스뱅크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전체 가계 신용대출 가운데 36.3%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공급한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 가운데 중·저신용자 대출 고객은 토스뱅크가 압도적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323410)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각각 24.0%, 22.2%다. 토스뱅크는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42%까지 높이겠다고 당국에 보고했는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연말 목표는 25% 정도였다.
 
압도적인 포용금융 속도로 토스뱅크는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장 늦게 출발한 은행인 만큼, 이목을 끌어야 했을 텐데 그 수단이 중·저신용자 대출이었을 것"이라며 "공격적인 대출 확대로 주목받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출범 첫해 23.9%로 타 인터넷전문은행을 넘어선데 이어 이듬해 3월 30%를 넘기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꾀했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39%에 달해 목표치에 거의 근접했다. 토스뱅크는 신용대출 상품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8월 말 기준 총 여신은 6조4000억원이다. 가계 대출 비중이 80% 이상인 것을 감안할 때 토스뱅크는 8월까지 2조원 내외의 중·저신용자 대출을 공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수시로 CSS 시스템을 손보고 있다. CSS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위해 토스뱅크가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형이다. 연말에도 1년 이상 축적된 실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CSS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토스뱅크는 오는 2024년부터 바젤Ⅲ를 도입한다. 포용금융을 더 늘릴 것인지, 자본적정성을 고려해 건전성을 최우선으로 살필지 갈림길에 서게 된다. 
 
작년 출범한 토스뱅크는 바젤Ⅰ 적용 은행이다. 내년까지 바젤Ⅲ 규제를 받지 않는다. 바젤Ⅰ 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8%라면, 바젤Ⅲ 은행은 자본보전완충자본 2.5%포인트를 포함해 10.5%를 충족해야 한다. 바젤Ⅰ을 적용하는 토스뱅크는 먼저 은행업을 시작한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 보다 중·저신용자 대출에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규제 허들이 낮을수록 신규 대출 취급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0년부터 바젤Ⅲ를 도입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폭이 비교적 완만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0년 말 10.2%에서 이듬해 17.0%로 확대하는데 그쳤으며,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21.4%에서 16.6%로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토스뱅크의 인가 후 첫 실적 공시부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를 제쳤다. 
 
토스뱅크는 단순기본자본비율(레버리지비율), 순안정자금조달비율부터 규제를 받게 된다. 또,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쌓고 공시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경영공시에 경기대응완충자본을 게재하고 있다. 현재 순안정자금조달비율의 경우 361.99%로 감독 기준(100% 이상)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
 
다만, 레버리지비율은 얘기가 다르다. 6월 말 기준 토스뱅크의 레버리지비율은 1.50%다. 규제 비율인 3%를 밑돈다. 다른 자본비율이 위험가중치를 차등해 곱한 위험가중자산을 기준으로 한 반면, 레버리지비율은 총위험노출액을 기준으로 둬 훨씬 보수적인 지표다. 토스뱅크의 6월 말 기준 총 익스포져는 29조4974억원으로, 6개월 만에 2배 증가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바젤Ⅲ 도입 이전에도 레버리지비율이 5%를 넘었다. 
 
유상증자를 단행하더라도 자산 확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바젤Ⅲ 적용때는 자본적정성을 맞추기 힘들어질 수 있다. 현재도 중·저신용자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해 자본비율을 끌어올리는데 제약이 큰 상황이다. 위험가중치가 100% 적용되는 신용리스크 익스포져가 4조2832억원으로 전년 말 5801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토스뱅크가 2022년 42%에서 2023년 44%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 속도를 늦춘 것도 바젤Ⅲ 적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바젤Ⅲ 적용을 유예 받은 것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중·저신용자 대출에 적극적일 수 있던 직접적인 요인은 CSS 시스템을 잘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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