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최대 이익'의 이면, 건전성 악화…카뱅과 대조적
사상 최대 반기 이익…대출 확대 등 외형 성장
경쟁 은행 대비 시장 존재감 미약…여신 점유율 최하위
건전성 지표 관리 숙제…자본비율 18%→16%
공개 2022-08-30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6일 18:08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수정 기자] 올 들어 케이뱅크의 건전성 지표가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다. 사상 최대 반기 성적표를 내보이며 축포를 터뜨렸지만 한 꺼풀 걷어보면 자본적정성 지표인 BIS 자기자본 비율은 물론, 유동성 규제 비율인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도 이전 보다 하락했다. 대출 고객을 모아 외형 성장을 꾀했지만, 지표가 이를 견디지 못한 셈이다. 특히 경쟁 은행인 카카오뱅크(323410)가 성장과 건전성 모두 양호하게 나타난 것과 대조를 이룬다.
 
26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상반기 4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케이뱅크가 은행업을 개시한 이래 최대치다. 
 
케이뱅크가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한 동력은 단연 이자수익이다. 케이뱅크는 상반기 전년도의 3배에 달하는 2077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뒀다.
 
작년 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1조2542억원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대출 수요를 끌어모았다. 전세대출 등 담보 대출을 늘린 영향으로 케이뱅크의 총 여신 잔액은 8조7122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3% 뛰었다.
 
 
 
케이뱅크의 성장 속도가 상당 수준으로 보이지만 잘 뜯어보면 '착시'다.
 
올 상반기 케이뱅크의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은 72%다. 작년에는 예대율이 70%를 넘지 못했다. 당국에선 예대율의 상한선을 100%로 정해놓고 있지만, 적정 수준을 80%로 본다. 보유한 예금 잔액 대비 과도한 대출은 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 반대로, 이 수치가 너무 낮으면 자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객에게 대출을 제공해 주는 것보다 예금 잔액이 많아 그만큼 예금 이자만 더 나간다는 얘기다.
 
같은 해에 은행업 인가를 받는 카카오뱅크의 예대율은 81%를 기록했다. 경쟁 은행인 카카오뱅크 보다 낮은 예대율은 케이뱅크의 '숙제'다. 
 
고객에게 제공한 대출 대비 예금 잔액이 많다고 해서 존재감이 큰 것도 아니다. 케이뱅크의 수신 점유율은 1분기 기준 0.95%로,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 작년 출범한 토스뱅크도 점유율이 1%가 넘는다. 2분기 점유율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케이뱅크만큼 경쟁 은행들도 많은 고객을 끌어왔기 때문에 점유율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앱 사용자 수도 카카오뱅크 보다 뒤처진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주(8월 15일~21일) 케이뱅크의 앱 사용자수 순위는 143위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는 20위에 안착했다. 
 
한편, 수신 규모가 증가하면서 건전성 지표는 이전 보다 악화됐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린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작년 말 16.6%에서 올해 1분기 20.2%, 2분기 24.0%로 높였다. 케이뱅크는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케이뱅크의 위험가중자산은 △2020년 2조5930억원 △2021년 5조7677억원 △올 상반기 6조7687억원으로 늘었다. 작년 케이뱅크는 유상증자로 1조원이 넘는 자본을 확충했다. 이 때문에 위험가중자산이 뛰어도 자본비율 하락을 방어할 수 있었다. 작년 말까지 케이뱅크는 BIS 자기자본 비율을 17~18% 수준에서 관리해오다 올들어 16%로 떨어졌다.
 
통상 BIS 자기자본 비율을 10% 이상만 유지하면 된다. 금융권에서도 초기 은행의 자본비율 하락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케이뱅크의 BIS 자본비율이 과도하게 높았다"라며 "영업 확대로 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자본비율이 개선되는 흐름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케이뱅크와 대조적으로 카카오뱅크의 건전성 지표는 '우상향'했다. 카카오뱅크는 전년 말보다 위험가중자산을 약 4800억원 줄였다. 카카오뱅크 BIS 자기자본 비율은 작년 말 36%에서 올해 상반기 37%로 개선됐다.
 
 
 
LCR 비율도 두 은행은 큰 차이를 보였다. 올 상반기 카카오뱅크의 LCR 비율은 1019%를 기록한 반면, 케이뱅크는 169%로, 작년 보다 수치가 낮아졌다. LCR 비율은 현금 유출 상황에 은행이 얼마나 잘 견뎌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LCR 비율은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훨씬 높지만, 작년까지 케이뱅크의 LCR 비율은 180% 이상이었다. 유동성 관리가 이전 보다 어려워졌다는 방증이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작년 말 0.54%에서 0.60%로 소폭 높아졌으며, 동기간 연체율은 0.41%에서 0.52%로 상승했다.
 
케이뱅크는 이사회 내에 위험관리위원회를 두고 있다. 지난 6월 말 위험관리위원회를 열고, 유동성 조기경보 '주의' 단계 진입을 보고했다. 케이뱅크는 잠재 위험 고객을 조기에 선별하고 사전에 관리하기 위해 조기경보 시스템을 도입했다.
 
케이뱅크는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지난 6월 거래소에 청구서를 접수했다. 기업가치를 높게 받기 위해 대출 확대를 통한 외형 성장을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건전성 지표나 자본적정성 관리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시장 흐름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며 "IPO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ksj02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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