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최대 실적 냈지만…쌓이는 재고에 골머리
2분기 재고자산 2조원 육박…회전율·폐기손실도 상당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 14% 감소…MLCC 가격 하락
전장 매출 증가하는데…아직 높은 스마트폰 의존도
공개 2022-08-08 08:30:00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4일 16:2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기(009150)가 막대한 재고 부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삼성전기의 재고 부담도 커졌고, 이에 따른 폐기손실도 늘어나고 있어서다. 하반기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가격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경영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2분기 재고자산은 1조9735억원으로 1분기(1조7663억원) 대비 11.73% 증가했다. 삼성전기의 재고자산 규모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1조2713억원이었던 이 회사의 재고자산은 2020년 1조3379억원, 지난해 말 1조8184억원까지 증가했다.
 
재고자산의 효율성을 갈음하는 재고자산 회전율 추이도 부진하다. 삼성전기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2016년 6.6회, 2017년 6.2회, 2018년 5.2회, 2019년 4.8회로 떨어졌다. 2020년에는 4.8회, 2021년에는 4.5회로 더 떨어진 상태다. 매출원가와 기초·기말 재고자산을 나눠 계산하는 재고자산 회전율은 높을수록 재고가 효율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처 팔지 못해 처분하면서 발생하는 폐기손실도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재고자산 폐기손실은 2019년 1386억원, 2020년 1296억원, 지난해 125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217억원의 재고자산을 폐기해 손실로 기록했다.
 
문제는 삼성전기 재고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MLCC 일부 품목에 대해 하반기 추가적인 가격 인하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서다. 업계는 올 하반기 소비자 및 산업용 MLCC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큰 규모를 차지하는 중국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고, 업체들은 앞다퉈 MLCC 판가를 인하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2% 감소했다. 지난 2012년 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MLCC 공급 업체들은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5~10% 가격을 인하했고, 2분기에도 수요 자극을 위해 가격을 3~5% 추가로 인하했다. 트렌드포스는 하반기에도 3~6% 수준의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삼성전기의 현금흐름은 견조한 상태지만 추후 막대한 재고자산 규모가 경영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기는 투자를 줄이고 차입금을 늘리고 있다. 순현금을 늘려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투자를 줄여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삼성전기의 투자자산 규모는 2분기 328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348억원) 대비 2%, 전 분기(3591억원) 대비 8% 하락했다. 반면, 차입금은 2분기 1554억원 더 늘었다. 삼성전기의 2분기 말 현금은 1조1641억원 규모로 예년 대비 여전히 떨어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향후 전장 사업 매출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차량용 카메라 통신모듈 등 전장부품의 매출 증가에 힘입어 새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생각이다. 아직까지 삼성전기의 매출은 MLCC, 전자소사를 생산하는 컴포넌트 사업부에 치중돼 있지만 전장부품 매출이 포함된 패키지 사업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기 전경(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는 하반기 하이엔드급 패키지기판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3강으로 도약하겠단 목표도 세웠다. 삼성전기는 올해 하반기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를 양산해 서버·네트워크·전장 등 하이엔드 제품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네트워크용 FC-BGA 양산을 시작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서버용을 본격 양산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는 현재 이익의 65%가 MLCC를 통해 창출되고 있어 스마트폰 업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패키지 솔루션 부문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전장사업 강화에 따른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3분기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고소진이 길어지고 있는 점이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글로벌 IT 전반 수요가 둔화되면서 거래선 재고조정에 대한 출하량 감소와 재고 조정이 발생한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IT용 기존 보유재고 소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전장용 제품이 성장을 지속하는 등 고부가, 고용량품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생산성 향상 등의 내부효율 제고를 통해 견조한 실적을 내겠다"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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