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 회장, '부영대부파이낸스' 서둘러 청산…왜?
청산 당시 부채비율 0.2% 불과…배당금으로 이 회장 현금 창구 역할
최근 실적 하락이 원인으로 꼽혀…실적 악화 전에 청산한 듯
청산 후 자산 대부분 주주 귀속…이 회장, 지분 90% 소유
자산 158억원 대부분 현금…"오래전 일이라 공식 답변 없어"
공개 2022-05-24 16:16:58
이 기사는 2022년 05월 24일 16:1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부영그룹이 부채비율 0.2%에 불과한 부영대부파이낸스를 청산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기업은 지난 1996년 7월15일에 설립된 회사로 지난 2020년 연말 청산을 결정할 때까지 24년간 영업해 온 부영그룹 유일 금융 계열사였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부영그룹이 지난해 6월 청산 종결한 계열사 부영대부파이낸스는 청산 당시 자본총계 158억4500만원, 부채총계 3200만원을 기록해 부채비율이 0.2%에 불과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사진=뉴시스)
 
그러나 부영그룹은 자금력이 탄탄한 부영대부파이낸스를 지난 2020년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해산을 결의하고, 지난해 6월 청산 종결했다. 부영그룹은 부영대부파이낸스 해산사유발생 공시에서 해산사유를 ‘상법 제517조에 따른 해산결의’라고 명시하고, 주주총회를 통한 청산인 점을 밝혔다.
 
상법 제517조에 따르면 회사의 해산 사유를 ‘존립기간의 만료 기타 정관으로 정한 사유의 발생’, ‘총사원의 동의’, ‘사원이 1인으로 된 때’, ‘합병’, ‘파산’, ‘법원의 명령 또는 판결’, ‘회사의 분할 또는 분할합병’, 아울러 '주주총회의 결의를 통해 해산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부영대부파이낸스는 이중근 회장이 지분 90%를 소유한 사실상 개인회사였다. 이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각각 5%씩 소유했다. 회사 청산에 이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부채비율이 0.2%에 불과하고, 자본금이 100억원에 달하는 계열사를 24년 만에 청산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가 어렵다면 차입금을 늘려 신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회사의 영속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부영대부파이낸스는 계열사의 채권을 매입하거나, 개인 소비자에게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 매년 10억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영업수익 62억원, 영업이익 58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부영대부파이낸스는 배당금을 통해 이중근 회장의 현금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계열사다. 최근 수년간 평균 5억~6억원가량을 배당금을 통해 지급했고, 배당금의 대부분은 2018년까지 87.5% 지분을 보유한 이 회장에게 귀속됐다. 특히 2017년에는 22억원을 이 회장을 포함한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실적 악화가 청산의 직접적인 이유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영대부파이낸스는 청산 직전 해인 2019년 영업수익 5억8천만원, 영업이익 2억8천만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2019년에도 주주에게 5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불했다. 2019년에는 2억원의 순현금 적자를 기록한 해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부영그룹이 적자폭이 더 늘어나기 전에 서둘러 부영대부파이낸스를 청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회사를 청산할 경우 부채를 제외한 자본이 모두 주주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특히 청산 당시 부영대부파이낸스 자본 대부분이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남아 있었다.
 
김정수 공인회계사는 “회사를 청산하면 부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주주에게 귀속된다”라며 “다만, 부채가 많아 회사를 청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영그룹 관계자는 회사 청산과 관련해 “오래전 일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답변할 내용은 없다”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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