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규리 기자]
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올 하반기 본격 양산을 앞둔 4680 원통형 배터리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오랜 기간 준비해온 해당 모델이 테슬라로부터 최종 수주 거절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테슬라, LG엔솔에 4680 배터리 수주 불가 통보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최근 테슬라로부터 4680 원통형 배터리 수주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긴급히 관련 임원진 중심으로 대응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하려던 계획이 시작부터 제동이 걸린 셈이다.
4680 원통형 배터리는 기존 2170시리즈보다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이상 높은 고성능 배터리로 차세대 전기차 효율 개선의 핵심으로 꼽힌다. LG엔솔은 지난 2020년부터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 발표 직후 46시리즈(지름 46㎜ 원통형 셀) 개발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충북 오창공장에 연간 8GWh 수준의 생산라인도 구축해왔다. 이는 테슬라 차량 1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LG엔솔은 주력 고객사인 테슬라와의 수주 계약을 위해 지난해부터 양산 일정을 조율하며 공을 들여왔지만, 최근 테슬라의 태도 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의 이탈 조짐은 지난해부터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공급 요청이 늦춰지고 램프업 일정도 연기되면서 애초 지난해 8~9월로 예정됐던 양산 계획은 올해 하반기로 1년 가까이 지연되기도 했다. 테슬라의 내재화 추진 및 수요 정체, 경쟁사와의 공급 우선 순위 조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G엔솔은 테슬라의 수정 요구에 맞춰 지난 6월 시범 샘플링까지 마쳤지만 끝내 수주는 무산되며 하반기 양산 계획에도 중대한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4680 관련 계약 문제는 고객사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4680 배터리는) 지난 6월 테스트 생산 이후 하반기에 본격 양산하겠다는 일정은 변함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당 내용은 사실 무근이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수주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테슬라의 수요 감소와 공급선 조정 전략을 꼽는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테슬라가 생각보다 차량을 못 팔면서 이미 계약한 파나소닉 공급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자체 생산 배터리 탑재 검토할 듯
현재 테슬라는 4680 배터리를 일부 모델Y를 제외하고는 사이버트럭 위주로 탑재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버트럭의 재고가 늘면서 가격 인하 조치를 취하는 등 판매 재고가 쌓이는 데다 4680 배터리가 들어갈 것으로 기대됐던 무인 자율주행 호출용 로보택시에도 테슬라가 자체 생산 배터리 탑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4680 배터리의 대규모 외부 수주가 당분간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배터리 수직계열화를 마무리하면서 외부 공급에 대한 필요성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는 2020년 배터리 내재화를 공식화했고, 2022년 자체 4680 셀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LG엔솔과 파나소닉으로부터 전극 소재를 대량 확보하며 독자 생산 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조5654억원, 영업이익 492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52% 증가하면서 성과를 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규모는 4908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를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14억원을 기록했다. LG엔솔이 AMPC 보조금 없이도 흑자를 낸 것은 2023년 4분기 이후 6개 분기 만이다.
LG엔솔은 그간 테슬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이번 4680 배터리 수주 불발에 따른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실적 개선으로 실적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상황에서 하반기에는 고객사 확보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BMW, 리비안 등과의 거래가 남아 있는 점에 집중해 고객사 다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핵심 고객사와의 협력 확대를 통해 공급망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중장기 성장 동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보험 성격이었던 BMW, 리비안이 이제 주력 고객이 됐다”며 “테슬라와의 계약 차질에 따 회사 전략에 큰 방향 전환을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LG엔솔은 기존 전기차용 파우치셀, 원통형 배터리(2170)에 이어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등에서는 테슬라와의 계약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