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코스닥 상장사
비투엔(307870)이 최근 약 80억원 규모의 자기 전환사채(CB)를 조합 2곳에 잇달아 매도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CB 양수자들은 모두 자본금 100만원에 매출액도 없는 민법상 조합으로 자금 조달 경로가 불투명하다. 여기에 최대주주 변경 이슈와 맞물리며 우회적인 지배력 확보 수단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비투엔)
자기CB 소각 대신 소규모 조합에 매각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투엔은 최근 3·4·5회차 자기CB 80억원어치를 에코20조합·지엔에쿼티2호조합에 약 85억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CB 매도대금 수령일은 오는 9월30일로 이날 이후 보통주 전환 청구가 가능하다. 3·4회차 CB 전환가액은 1275원, 5회차 전환가액은 1449원이다. CB 양수자들은 24일 종가(1793원) 기준으로 주당 수익률 최대 40.6%에 달하는 전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자본시장 업계 한 전문가는 <IB토마토>에 “비투엔이 CB 매도 결정 직전 주가가 30%가량 급등한 부분은 정책변수·기술혁신 등에 기반한 호재가 있는 게 아니라면 이례적”이라며 “향후 CB의 잠재적 보통주 물량을 고려하면 오버행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투엔이 매도한 자기CB 중 보통주 전환 가능한 물량은 618만주로 18일 기준 비투엔 전체 발행 주식수의 11.6%(618만주)에 해당한다. 향후 보통주 전환 시 주식수 증가와 대규모 물량 출회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이 있어 단순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로 보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 비투엔 관계자는 <IB토마토>에 "CB 소각이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IT 중소기업 업황 부진과 회사의 긴급 운영자금 및 신규 투자 자금 확보 필요성을 고려할 때 이번 CB 매각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라며 "이번 CB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회사의 안정적인 운영과 성장을 뒷받침하게 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도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전했다.

새 최대주주도 '자본잠식'…지배구조 '의문'
시장에서는 CB를 매입한 조합들의 실체와 자금 조달 경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에코20조합과 지엔에쿼티2호조합은 모두 자본금 100만원의 조합으로, 실제 운용 주체와 자금 출처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이 보통주 전환을 통해 의결권을 확보할 경우 비투엔의 지배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비투엔은 지난 17일 최대주주 변경 수반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엑스트윈스1호조합외3인이 199억원을 받고 리본머트리얼홀딩스외3인에 비투엔 주식·경영권을 양도했다. 22일에는 박성국 리본머트리얼홀딩스 대표와 제이슨강·알버트창·존모리스리피·하워드정·로렌킴 등 리본머트리얼홀딩스 사내이사를 비투엔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의 주주총회 계획을 공시했다.
그러나 새 최대주주인 리본머트리얼홀딩스는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 마이너스(-) 12억원의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매출은 7억8200만원, 순손실은 6500만원 수준이다. 재무 상태 악화에도 불구하고 100억원에 달하는 비투엔 지분 인수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CB 인수 조합들과의 자금 연계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에코20조합과 지엔에쿼티2호조합이 CB를 전환해 보통주를 취득할 경우 전체 주식의 11.6%를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새 최대주주 측 지분율(19.11%)을 더하면 양측은 합산 30%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비투엔은 지난 4월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4월1일 공시에 따르면 비투엔 최대주주는 엑스트윈스1호조합으로 변경되며 엔에스이엔엠(옛 아이오케이), 디모아 등 쌍방울그룹 계열사가 명목회사 형태로 비투엔을 지배한 바 있다.
투자은행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비투엔은 최대주주 변경 후 쌍방울과의 접점이 약화될 전망"이라며 "다만 리본머트리얼홀딩스와 함께 최대주주로 등극 예정인 제이에스1호조합·트리니티1호조합·리본ESG1호조합 등이 쌍방울과 연관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성은 있다"고 전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