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누수’ 캐롯손보, 재무구조 빨간불…비용 절감 난항
지급보험금 늘면서 영업비용도 증가
손해사정 법인 설립…자동차보험 전담
공개 2022-05-18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5월 16일 18:4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탄 만큼 낸다’라는 자동차보험으로 유명한 캐롯손해보험이 난관에 봉착했다. 가격 대비 효율성 높은 상품을 선보이며 가입자를 유치했지만 지급보험금도 늘면서 영업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분간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비용 절감이 절실하지만 아직 마땅한 방안은 없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최근 3사가 합작해 설립한 히어로손해사정도 대안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캐롯손해보험은 지난해 실적으로 당기순이익 –65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381억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82억원에서 –650억원으로 악화됐다. 영업수익이 증가했지만 영업비용은 더 큰 규모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캐롯손해보험의 지난해 영업수익은 2356억원으로 2020년(396억원)보다 494.9% 급증했다. 이 가운데 보험료수익이 1688억원으로 472.2% 올랐다. 회사가 주력 상품으로 내놓은 ‘퍼마일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늘면서 수익도 증가한 것이다.
 
해당 상품은 주행거리 측정 장치를 통해 고객이 탄 만큼 후불 결제하는 방식인데,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기를 끌면서 누적 가입 계약이 이달 60만건을 돌파했다. 자동차보험의 원수보험료는 지난해 기준 1414억원인데 이는 전체 보험료수익의 83.8%에 달한다. 그만큼 자동차보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문제는 영업비용으로 나가는 돈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지난해 영업비용은 3006억원으로 그 전년(778억원) 대비 286.4% 증가했다. 특히 지급보험금이 134억원에서 1073억원으로 700.7% 늘었다. 영업비용에서 지급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17.2%에서 35.7%까지 커졌다.
 
지급보험금 중에서 자동차보험 비중은 92.1%에 달한다. 지난해 자동차보험에서 보험금으로 나간 비용은 114억원에서 988억원으로 766.7%(874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반보험 부문의 지급보험금 비용은 85억원 수준이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서 재무구조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본금은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까지 늘렸지만 당기순손실 영향으로 이익잉여금(-1122억원) 적자 폭이 커지면서 자본총계는 344억원 증가한 862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부채는 360억원에서 1159억원까지 늘어났다. 특히 보험 계약 건수가 많아져 보험계약부채(책임준비금)가 159억원에서 643억원으로 증가했다. 지급준비금과 미경과보험료적립금이 각각 227억원, 416억원으로 확인된다.
 
캐롯손해보험 여의도 사무실 (사진=캐롯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은 자동차보험 가입자 증가에 따라 덩달아 늘어난 비용을 어떻게 효율화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영업비용에서 불가피한 보험계약부채전입액이나 사업비, 기타비용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것이 지급보험금 정도기 때문이다. 구조가 개편되지 않을 경우 보험 상품 가입자가 늘어도 손실은 계속된다.
 
이와 관련 회사는 최대주주인 한화손해보험(000370), 롯데손해보험(000400)과 손잡고 3사 합작 손해사정 법인인 ‘히어로 손해사정’을 지난 3월 설립했다. 그간 보험사들 노력으로 보상서비스 품질이 상향 표준화됐지만 중소형사들은 전국적인 보상 조직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합작사를 출범하게 됐다는 것이다.
 
자동차 보상서비스 혁신을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보험금 지급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을 줄여보겠다는 심산이다. 대형 손해보험사들 같은 경우 이미 다수의 손해사정 자회사를 설립해 관련 업무를 위탁하고 보험금으로 나가는 비용을 줄이고 있다. 손해사정 업계 한 관계자는 “손해사정의 기본적인 구조에서 보험사가 위에 있기 때문에 결국은 보험사 뜻대로 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손해사정 업무로 비용 효율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미치는 요인들이 많고, 대응 방안을 실제 적용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위탁을 하는 것이다 보니까 손해율이 개선되는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지켜봐야 할 단계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캐롯손해보험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작년 같은 경우 기존 손해보험사 수준으로 손해율을 개선했다”라면서 “지급보험금 등 성장하는 과정 초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하나하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해사정 법인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줄이려는 의도는 없다”라며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위함이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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