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북미 전기차 충전사업 잘 될까…수익성·재무 우려도
북미 전기차 충전소 기업 '에버차지' 인수···시장점유율은 미미
재무건전성 불안 여전···작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 200% 돌파
공개 2022-03-31 06:00:00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9일 11:3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SK(034730)의 에너지 부문 계열사 SK E&S가 미국 전기차 충전업체를 인수하며 북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있었던 전력망 안정화 기업에 대한 투자와 함께 북미 에너지솔루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K E&S가 재무안정성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SK E&S가 인수한 에버차지의 전기차 충전기 설치 모습. 사진=SK E&S
 
29일 업계에 따르면 SK E&S는 지난 24일 미국 전기차 충전사업 선도기업인 에버차지(EverCharge)를 인수했다. SK E&S는 지난 8일 미국 에너지솔루션 사업 투자를 위해 SK E&S 아메리카스에 4억달러를 출자한다고 공시했는데, 에버차지 인수와 에너지솔루션 분야에 대한 추가 투자에 이 자금을 활용할 방침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 전기차 충전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버차지는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기업으로, 전기차 충전기 제조에 더해 충전소 운영까지 가능한 충전 솔루션 기업이다. 현재 빌딩·오피스 등 대형 건물 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 및 운영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에버차지가 제조, 판매하는 전기차 충전기의 강점은 기존 와이파이보다 넓은 범위에서 사용 가능한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로 지하주차장 등 통신 여건이 불리한 곳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력 관리 역량도 뛰어나, 같은 전력 환경이라면 타사의 약 5배 규모로 많은 충전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기존에는 충전기 1대의 최대 출력을 감안해 충전기를 설치하다 보니 전력공급에 제한이 있어 설치 대수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장점을 바탕으로 에버차지의 충전기는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요구하는 전기차 충전기 형식 인증(CTEP: California Type Evaluation Program)을 업계 최초로 획득했다.
 
이처럼 에버차지의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SK E&S의 수익성과 재무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에버차지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차지포인트(Chargepoint)’로, 전용 전기차 충전소를 보유한 테슬라를 제외하면 충전기 수 기준 점유율이 65% 이상이다. 통계에 따르면 차지포인트가 보유하고 있는 미국 내 전기차 충전기는 지난 1월 말 기준 12만3000여대에 달한다. 반면 에버차지가 현재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지역에서 설치·운영 중인 전기차 충전기는 약 4600기에 불과하다. 
 
미국 전기차 충전소 사업 기업 차지포인트 매출 추이. 자료=businesswire
 
ICCT(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의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2020년 184만기에서 2030년 2000만기로 연평균 27%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SK E&S와 에버차지에도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차지포인트 역시 1월 말 기준 매출이 작년보다 89.7% 이상 늘어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차지포인트에 대해 “메르세데스·볼보 등 완성차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넓히고 있고, 주거용·상용 등 다양한 형태에 적합한 제품군과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어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SK E&S가 잠재력 있는 기업을 인수한 것은 적절한 선택으로 보이지만, 시장점유율이 큰 기업은 아니어서 단기간에 수익성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있었던 두산(000150)테스나(131970) 인수처럼 기업이 성업 중인 업체를 인수할 때는 크게 △안정적인 시장 진출 △새로운 수익원 확보로 인한 재무 부담 경감이라는 두 가지 이점이 있다. SK E&S의 경우 시장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4억달러를 출자한 만큼의 수익성을 단기간에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SK E&S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수익성 우려가 나오는 것은 재무 상황 때문이다. SK E&S는 앞서 언급한 SK E&S 아메리카스에 대한 4억달러 출자 외에도 같은 날 수소사업 자회사 아이지이(IGE)의 1000억원 규모 회사채에 보증을 선다고 공시했다. 이에 더해 미국 에너지 기업인 키캡쳐에너지의 지분을 95% 인수했으며, 스마트 그리드 기업 레브 리뉴어블스에 대한 투자와 스마트 주차관제 솔루션 기업인 파킹 클라우드 지분 47% 매입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여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건설·호주 LNG프로젝트 등을 비롯한 SK E&S의 신규 지분인수 관련 총지출 규모는 3조3000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미국 사모펀드 KKR에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2조4000억원 가량의 실탄을 마련했지만, 극적인 재무 개선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미희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RCPS 조달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해당 RCPS의 경우 조달 비용이 큰 데다 상환압력도 커질 우려가 있어 부채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판단되며, SK E&S의 적극적인 투자정책으로 중단기적으로 재무 부담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는 것이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S&P는 또 “올해와 내년 자본적 지출 규모가 1조1000억~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4000억~5000억원 정도의 자산 매각을 실시해도 부채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SK E&S의 부채 규모가 2021년 7조4000억원에서 2022~2023년 최대 8조7000억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S&P의 예측이다. S&P는 이러한 전망을 기반으로 SK E&S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은, 앞으로 24개월 이내에 추가적으로 조건을 충족할 경우 SK E&S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S&P가 판단한 SK E&S의 신용등급은 BBB-다.
 
실제로 지난해 SK E&S의 연결기준 총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도보다 각각 36.6%·157.6% 증가했지만,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03.8%에 달했다. 안정성 기준인 200%를 넘어선 것이다. 총차입금의존도 역시 전년도보다 5%포인트 이상 증가해 49.6%를 기록했다. 순차입금의존도도 전년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하며 건전성 척도인 30%를 넘어 38.8%까지 올랐지만, SK E&S가 공식적으로 밝힌 추가 자금 조달 방안은 없다.
 
SK E&S 측은 이번 에버차지 인수 이후 기존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전기차 충전뿐만 아니라 에너지솔루션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망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고, 전기차는 빠르게 늘고 있어 에너지솔루션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SK E&S의 경우 전력망 안정화·스마트 그리드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시장과 사업 모두 아직 성숙하지 않아서 단기간에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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