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넓히는 신세계프라퍼티…성장 궤도는 '첩첩산중'
3000억원에 미국 와이너리 인수…해외 부동산까지 '눈독'
운용사 도시개발 펀드에 출자 확대
현금성자산 규모 작은 데다 이마트 지원 불투명…전망에 '물음표' 등장
알짜배기 동서울터미널 개발도 답보 상태
공개 2022-02-25 08:50:00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3일 10:3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 사진=신세계프라퍼티 제공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신세계프라퍼티가 해외 와이너리를 인수하는 등 종합 디벨로퍼로서의 입지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앞날을 바라보는 시선엔 명암이 교차한다. 유통·상업채널에 쏠려있는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이를 받쳐주는 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연이은 적자로 현금흐름까지 흔들리면서 신세계프라퍼티가 성장 궤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날을 세우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분 100%를 갖는 미국 자회사 Starfield Properties, lnc는 미국 와이너리 쉐이퍼빈야드를 2.5억달러(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지분 인수가액이 2450억원, 부동산 인수가액은 546억원 수준으로 측정됐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인수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신세계프라퍼티 와이너리 인수에 대해 '의외'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스타필드의 주 사업영역 자체가 복합쇼핑몰 등 상업시설 운용에 초점이 맞춰있었기 때문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신세계(004170) 그룹에서 복합쇼핑몰과 기타 부동산을 개발·운영하고 임대업 등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이마트(139480)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프라퍼티 사업부문은 개발(개발기획·인허가), 운영(마케팅˙빌딩관리), 컨설팅(부동산개발 사업구조 수립·쇼핑몰운영), 자산관리(리츠운용)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사실상 스타필드 복합쇼핑몰을 통한 임대수익 비중이 컸다.
 
복합쇼핑몰 관리에 치우친 역량을 확대하고자 신세계프라퍼티는 기타 부동산 개발사업 비중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 2020년 캡스톤 펀드에 참여해 오피스와 상업시설 개발에 손을 뻗은 것과 맞물려 중소형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든자산운용이 리딩하는 성수, 이태원, 대치 등 도시개발 사업 펀드에 출자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는 단순 리테일디벨로퍼에서 벗어나 오피스, 상가, 복합공간 등을 아우르는 종합 디벨로퍼로의 역량을 확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최근에는 시설관리 업계 선두주자 맥서브와 리츠운용 부문 자산관리 솔루션기업인 SMPMC를 설립하기도 했다. 신세계프라퍼티와 맥서브가 각각 50% 출자한 해당 법인은 부동산 운영관리 영역 중 PM(자산관리) 부문에 더욱더 집중해 부동산 실물관리를 도맡는다는 계획이다.
 
  
스타필드 성공신화를 등에 업은 신세계프라퍼티가 다방면에서 진격의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프라퍼티 전망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재정’이다. 와이너리 인수에 이어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수원, 청라, 창원 등에 연달아 재정 지출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신세계프라퍼티 현금 및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은 540억원 규모인데 연간 영업활동으로 조달할 수 있는 현금(2020년 기준)도 1200억원에 그친다. 향후 신규 출점은커녕 3000억원 규모 와이너리 인수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렇다고 모회사에게 재정 조달을 바라기도 어렵다. 2020년 말 누적 기준 신세계프라퍼티에 대한 이마트와 신세계의 유상증자 규모는 무려 1조2000억원이 넘는다. 프라퍼티 법인 설립 이래 이마트가 사실상 구원투수였던 셈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이마트가 SSG닷컴과 온라인 투자 등을 막대하게 늘리면서 자회사 지원 여력이 부족해지자 상황이 반전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신세계프라퍼티는 2018년(연결)까지 실질적인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다 이듬해 차입금의존도가 31.4%로 뛰었다. 이어 2020년에는 29.1%으로 소폭 줄다 지난해 9월 기준 35.9%까지 또다시 증가했다. 통상 차입금의존도가 30%를 넘어서면 위험 수준으로 판단한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 역시 69.7%→ 59.1%→ 78.9%로 상승 추세다.
 
이와 관련 신세계프라퍼티는 이마트로부터 재정지원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프라퍼티가 갖는 부동산과 투자상품 등을 유동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등의 방식으로 자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실제 2020년 말 기준 신세계프라퍼티가 갖는 투자부동산(비유동) 자산만 1조7352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마트가 갈수록 유증 등 지원 폭을 줄이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차입 확대와 외부투자 유치 등의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스타필드 같은 경우 안성이나 하남점 등 초기 부담이 큰 대형 점포를 봤을 때 투자를 받아 5:5 수준의 지분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구조다. 향후에도 이 같은 방법으로 재무 부담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사진=신세계프라퍼티
 
재무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베스트 시나리오는 단연 수익성 확대다. 운용 채널의 질적 성장을 통해 현금 창출을 늘려 투자부담을 줄이고, 재무안정화를 도모하는 형태다. 신세계프라퍼티의 경우 2018년을 제외하고 순이익을 낸 적이 없다. 2016년(연결) 263억원 순손실에 이어 2017년 196억원→2019년 13억원 →2020년에는 134억원 순손실을 냈다. 영업활동으로부터의 순현금유입은 2019년 579억원→2020년에는 1020억원 수준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투자활동으로 현금유출에 이어 차입금 상환 등이 영업활동 현금흐름 규모를 상회하면서 총알로 불리는 현금성 자산이 쌓이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기대를 모았던 동서울터미널 스타필드 사업이 지지부진한 점도 아쉬운 상황이다. 2019년 신세계는 한진(002320)중공업으로부터 동서울터미널 부지를 약 4000억원에 사들였다. 연면적 33만578㎡, 40층 이상 규모의 복합시설을 개발하고자 의도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서울 내 몇 개 없는 알짜배기 대형부지로 부지 값만 3배 이상 올랐으며 개발이 이루어지면 매출이 1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신세계는 부동산 개발을 전담하는 신세계프라퍼티 주도로 지분 85%를 출자해 터미널부지 개발을 위한 법인인 ‘신세계동서울PFV’를 출범하며 개발에 열의를 보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진중공업과 입점 상인들의 명도소송 장기화로 퇴거가 늦어지면서 수년간 프로젝트가 답보상태인 데다, 삽도 뜨지 못했음에도 되려 매년 지급수수료 명목으로 억단위 비용지출만 이어지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시간이 지체되고는 있지만 (신세계프라퍼티의) 개발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안다”라면서 “동서울 부지는 유통업계부터 부동산 개발 운용사까지 모두 탐내는 노른자 땅으로 (시설이) 들어서기만 하면 경쟁력이 엄청나다는 건 자명하지만, 그 시기가 변수”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