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영업수익(매출)인가, 영업외수익인가
공개 2022-02-18 08:30:00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5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최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분식회계 여부가 논란이다. 셀트리온(068270)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선도하는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인 만큼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분식회계 이슈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으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1)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으로부터 매입한 바이오 의약품 중 유통기한이 임박한 재고에 대해 비용(재고자산평가손실)을 인식해야 하는가, (2)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국내 판매권을 셀트리온에게 판매한 것을 영업외수익이 아닌 매출로 기록한 것이 적정한가 등이다. 
 
현재는 감리위원회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리위원회에서도 분식회계 여부에 대하여 감리위원 간에 의견이 엇갈려 각자의 의견을 취합해서 증선위로 넘겼다고 한다. 나중에 증선위의 결정이 나면 정확한 이슈와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므로, 여기서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국내 판매권을 셀트리온에게 판매한 것이 영업수익(매출)인지, 영업외수익인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이론적으로 ‘영업수익’은 기업의 본래 영업활동과 관련된 수익으로서 ‘매출’과 ‘기타영업수익’으로 나눌 수 있다. 반면에 ‘영업외수익’은 기업의 본래 영업활동과 관련이 없는 수익으로서 ‘영업수익 이외의 수익’을 의미한다. 
 
2018년 6월에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에게 국내 판매권을 219억원에 판매한 거래의 회계처리에 대한 양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분식회계라고 주장하는 측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2분기 영업손실을 회피하기 위하여 셀트리온에게 국내 판매권을 판매하고 영업외수익 대신에 매출로 기록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분기 영업이익이 167억원이므로 국내 판매권 219억원을 매출로 기록하지 않고 영업외수익으로 기록했다면 2018년 2분기에 영업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에 반대 측은 바이오기업의 특성상 국내 판매권은 영업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므로 매출로 기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사례는 당기순이익에는 영향이 없지만 당기순이익을 계산하는 중간단계인 영업이익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다.
 
특정 거래를 영업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우리나라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을 처음 도입하였을 때다. IFRS에서는 영업이익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고 의무공시사항도 아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코스닥 상장회사 69개 중 41개가 2011년에 영업이익을 보고하여 관리종목 지정을 면하였다. 코스닥 상장회사는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을 피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유형자산처분이익이나 대손충당금환입액, 임대료, 외화환산이익 등 영업외수익으로 기록해야 할 항목을 ‘기타영업수익’으로 기록하여 영업손실이 아닌 영업이익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새로 도입한 IFRS의 모호성을 이용하여 영업이익을 보고해서 관리종목 지정을 면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2년 9월에 회계기준이 개정되어 영업이익 산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포괄손익계산서 본문에 영업이익 표시를 의무화하게 되었다.
 
기업의 본래 영업활동과 관련 여부를 따지는 것은 수익뿐만 아니라 비용에서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재고자산 실제 수량이 장부상 수량보다 적은 경우에는 재고자산감모손실을 인식한다.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는 정상적 감모손실은 매출원가에 가산하고 비정상적 감모손실은 영업외비용으로 분류하지만 IFRS에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일부 기업에서는 재고자산감모손실을 영업외비용으로 분류하여 영업이익의 감소를 피하기도 한다. 
 
‘원칙중심 회계’를 채택하고 있는 IFRS는 기업의 경제적 실질을 잘 반영하는 회계처리를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분식회계 논란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국내 판매권을 매출로 인식할 수 있는지, 비정상적 감모손실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일률적이지 않으며 전문가적인 판단이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한 하나의 해결방안은 공시를 활용하는 것이다. 여러 가능한 대안 중에서 기업이 선택한 방안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선택하지 않은 방안이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공시하여 이해관계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회계는 복잡하고 많은 전문가적 판단이 필요한 학문이다. 그래서 회계를 단순히 계산하는 학문으로만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회계는 깊이 고민한 논리적 사고의 산물을 숫자로 표현하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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