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엔씨, 적자에 투자부담까지…결국 주주들에 손 벌려
투자비용 증가로 수익성 악화…재무구조 타격
2000억원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재무개선 노려
개선된 재무상태 유지 위해선 수익성 회복 중요
공개 2021-12-21 08:55:00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7일 10:3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의약품 개발과 제조를 신규 사업으로 추진 중인 한국비엔씨(256840)가 각종 비용증가에 따른 수익성 부진과 재무안정성 지표 악화에 따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력사업이 매출에 비해 비용이 더 드는 상황에서 의약품 사업의 경우 성과가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투자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비엔씨는 130만주의 보통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예상 모집가액은 주당 1만560원으로 예상 모집총액은 2034억5000만원으로 대규모 자금조달이다.
 
조달한 자금은 차입금 상환과 시설투자, 연구개발비·회사운영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각종 비용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셈이다.
 
 
 
자금활용 계획에서 1순위가 차입금 상환인 것을 보면 재무구조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한국비엔씨의 부채총계는 1000억7800만원, 총차입금은 888억6000만원으로 부채비율 263.98%, 차입금의존도 64.40%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부채비율은 181.18%p, 차입금의존도는 28.91%p로 9개월 만에 크게 악화된 것이다.
 
이는 신규사업인 제약사업(원료의약물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설투자 및 운영자금목적으로 전환사채와 전환우선주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환우선주의 경우 발행시점 공정가치인 56억5400만원보다 2021년 3분기 말 현재 평가에 따른 장부금액이 359억2400만원으로 크게 늘면서 부채비율에 악영향을 미쳤다.
 
또한 수익성이 악화된 것도 한몫했다. 부진한 수익성이 영업활동 현금흐름에 타격을 주면서 외부 자금 조달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한국비엔씨의 매출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2018년 167억원, 2019년 177억원, 2020년 194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89% 증가했다. 2018년 콜라겐사용조직보충재 출시, 2019년 기능성화장품 브랜드 ‘아이스트(I.st)’ 출시, 2020년 보툴리눔톡신제품의 수출허가 등 제품 다각화에 따른 결과다.
 
다만 수익성은 나빠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2018년 43억3000만원에서 2019년 23억3500만원, 2020년 9억4800만원으로 감소세를 보였고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7억52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판매관리비 증가다. 판관비는 2018년 55억1500만원, 2019년 81억4900만원, 2020년 97억1800만원으로 점차 늘어나다가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라이선스비 지급과 임상비용 등 경상연구개발비, 세종 GMP공장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와 운영비, 아이스트 화장품 브랜드 광고선전비 증가로 인해 올해 3분기 183억2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4%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영업이익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3분기의 경우 전환사채와 전환우선주 평가에 따른 손실까지 발생하며 -1908억7600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잉여현금흐름(FCF)은 2018년 -36억원, 2019년 -41억원, 2020년 -278억원, 올해 3분기 -147억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일반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이면 외부에서 자금조달이 필요하다고 해석되는데 실제 재무활동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2018년 17억원, 2019년 14억원, 2020년 136억원, 특히 2021년 3분기에는 455억원이 유입되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크게 악화됐다.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2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확보되면 단순 계산했을 때 42.06%까지 부채비율이 개선될 수 있다. 또한 내년부터 2025년까지 향후 4년간 의약품 사업 연구개발에 투자 예정된 자금이 1253억700만원에 달하는데 이를 모두 충당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수익성 회복이다. 투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익성 부진에 따른 현금창출력 저하는 투자부담 증가로 이어져 유상증자를 통해 개선된 재무구조가 점점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올해 3분기 당기순손실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주가상승으로 인한 전환사채·전환우선주의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이었는데 지난달 350억원 규모의 2회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전환사채의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을 삭제하면서 해당 전환사채의 평가손실이 사라지는 등 당기순이익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리픽싱 조항이 존재하는 전환우선주가 남아있는데다가 판관비 등 고정비 증가에 따라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를 낸 만큼 파생상품부채평가손실을 줄인다고 해도 당기순손실이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
 
여기에 연구개발비가 투입되는 사업의 경우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연구개발 진행을 살펴보면 바이오의약품 BKP001, BKP002와 효소 BKP006, BKP007는 비임상 단계이고 신약 BKP012, BKP014는 각각 효능검증, 비임상 단계, 제네릭 BKP003과 BKP011는 제형연구와 공정확립, 개량신약 BKP017 역시 비임상 단계로 아직 초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비엔씨는 그동안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던 세종 GMP공장이 내년 가동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의료기기 부문에서는 중국 임상이 막바지 단계로 허가가 나면 매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영업손실을 점차 줄여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비엔씨 관계자는 <IB토마토>에 “10월 중순에 GMP 신청이 들어간 만큼 문제없이 허가가 날 경우 내년부터 세종 GMP공장이 가동되고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순차적으로 손실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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