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탈출 요원한 알파홀딩스…빈번한 'CB 리픽싱' 부메랑 될라
프리미어바이오로 최대주주 변경 후 주가 연신 하향곡선
바이오 사업 성과는 여전히 ‘물음표’…5년째 순손실 기조
잇단 전환가액 조정…주주가치 희석 등 주가 하락 우려도
김종인·최진규 신임 대표 체제로…재무 관리에 집중할 듯
공개 2021-06-04 09:30:00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2일 11:0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성현 기자] 최대주주 변경 후 새 항해를 시작한 지 5년이 흘렀지만, 반도체 개발 회사 알파홀딩스(117670)엔 여전히 낙제점 성적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2~3만원대였던 주가는 최근 5000원을 밑돌고, 이로 인해 전환사채(CB) 리픽싱이 잇따른다. 애로가 가중된 알파홀딩스는 최근 대표이사 교체로 반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지속되는 적자행보와 팍팍해진 자금사정, 이로 인한 주가 부진 속에 계속되는 리픽싱 리스크가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알파홀딩스가 알파칩스에서 사명이 바뀐 2016년 프리미어바이오에 안겼다. 프리미어바이오는 제약·바이오 회사로, 알파홀딩스 주식 236만7221주(23.58%)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해 구희도 프리미어바이오 대표가 알파홀딩스 지휘봉을 잡았다. 자연스레 바이오 사업을 섭렵하게 됐다.
 
알파홀딩스는 50억원을 투자해 알파바이오랩스를 설립했다. 훨훨 나는 듯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005930)와 협업을, 바이오에선 당시 시장 기대감이 반영돼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만원대 주가는 금세 2만원을 웃돌았다. 2018년 2월 3만13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명암(明暗)은 뚜렷했다. 사업 다각화는 고무적이지만, 실적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알파홀딩스 사업보고서를 종합해보면, 2017~2019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회사 영업손실은 63억원, 61억원, 37억원으로 ‘줄 적자’를 보였다. 2015년 200억원, 2016년 100억원을 상회하던 유보 현금도 16억원가량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해 실적에도 물음표가 붙었다. 2020년 알파홀딩스 별도(614억원), 연결(643억원) 기준 매출액은 각각 12.4%, 12.1%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약 70억원(연결)으로 2019년(-37억원)보다 간극이 더 벌어졌다. 잉여현금흐름(FCF)은 -100억원 가까운 수치로, 현금 창출력에도 이상기류가 지속한다.
 
주가는 그사이 요동을 쳤다. 지지난해 1만원선이 붕괴됐고, 지난해 중순부턴 5000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말부터 5000원대를 하회하더니, 올해 첫날(1월4일) 458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5000원 이상으로 장을 마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전날 종가(4360원) 역시 마찬가지다. 
 
먼저 짚어볼 건 사업 성과다. 특히, 공을 들인 바이오 부문 공적이다. 알파바이오랩스는 신설 첫해(2016년), 36억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순손실은 40억원을 넘어섰다. 이듬해 손상차손이 이어졌고, 기말 장부가액이 ‘0’으로 수렴했다. 그럼에도, 알파홀딩스는 지지난해 이곳에 200억원을 수혈했다. 순손실 기조는 작년까지 계속됐다. 
 
 
 
본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회사는 에이티에스, 칩앤라이트 등을 장착하면서 반도체에도 힘을 실었다. 삼성디스플레이 출신의 김영선 대표가 2018년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다만,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지난해 알파홀딩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은 16억원으로, 2019년(영업이익 18억원)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투자 대비 결과가 뜨뜻미지근하다 보니, CB 가격 조정이 빈번한 실정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알파홀딩스는 올 1~6월 전환가액을 다섯 차례 조정했다. 한송네오텍을 대상으로 한 60억원 CB 전환가액은 5030원에서 4660원(3월), 이어 전날 4445원으로 하향했다.
 
30억원 비중의 CB(KB증권) 전환가액은 6720원에서 4555원으로 뚝 떨어졌다. 이날 4440원으로 재차 하락했다. 이처럼 리픽싱이 발생하면 전환 가능한 주식 수 증가로 전체 주식 가치가 낮아져, 기존 주주가치를 희석할 수 있다. 대기 물량이 증가한 데 따라, 향후 주가 하락을 초래할 공산이 크단 얘기다.
 
 
최근 내부 체질 개선은 이런 기류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 3월 알파홀딩스 정기 주주총회 결과 김영선, 구희도 대표는 각각 김종인, 최진규 사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김종인 신임 대표는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적을 뒀던 인물로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최진규 새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한울회계법인과 안건회계법인을 거쳐 알파홀딩스 부사장을 지냈다. 최 대표는 알파홀딩스 바이오 사업을 총괄한다고 회사는 공시했다. 또, 핀테크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며 향후 투자 행보에 대한 시그널을 줬다.
 
관계자에 따르면 알파홀딩스랩스는 구희도 대표가 계속 이끌게 된다. 바이오 사업 원류를 그대로 유지하겠단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최 대표에게 지휘봉을 준 건 회계 업계에 정통한 그를 선봉장으로 내세워, 재무 관리에 알파홀딩스가 사활을 걸겠단 방향으로도 읽힌다.
 
알파홀딩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전환가액 조정은 계약에 의거한 결과”라고 역설했다. 이어 “건기식 사업이 순항을 타고 있다”라며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한 가운데, 매출이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르면 실적 개선을 일궈낼 전망이다”라고 덧붙였다.
 
팹리스(반도체 제조 공정 중 설계와 개발만을 수행) 사업은 꾸준히 40억~50억원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그는 “시스템 반도체의 경우 설계가 끝나면 양산 주문 후 매출을 인식하는 구조”라면서 “미세공정이 필요한 고객사를 확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sh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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