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이재혁 기자]
바이오솔루션(086820)이 관계기업 투자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미국 임상 관련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헬릭스미스(084990)에 투자를 단행했으나, 신통치 않은 실적과 주가는 당기순이익 악화라는 결과로 되돌아왔다. 여기에 더해 헬릭스미스의 미국 임상 성과도 기대에 못 미쳐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구심까지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바이오솔루션은 우선 중국에서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카티라이프 (사진=바이오솔루션)
헬릭스미스 적자 지속과 주가 부진에 관계기업투자손실 71억원 인식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세포치료제 개발업체 바이오솔루션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129억원, 영업이익은 -51억원을 유지했다. 다만 당기순손실 규모가 119억원으로 전년 14억원 대비 8배 넘게 불어났다.
이 같은 당기순이익의 급격한 악화는 관계기업 투자 손익이 반영된 결과다. 앞서 바이오솔루션은 지난 2023년 12월 세포유전자치료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헬릭스미스에 365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15.22%를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최초 투자 이후 바이오솔루션은 추가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 참여로 헬릭스미스 지분율을 18.25%까지 끌어올렸고, 헬릭스미스 이사회도 바이오솔루션 중심으로 재편됐다. 장송선 바이오솔루션 대표이사와 정지욱 바이오솔루션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현재 정 부사장이 헬릭스미스의 대표이사 직을 맡고 있다.
문제는 헬릭스미스가 수년째 당기순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투자회사가 보유한 의결권 있는 주식이 20% 이상 50% 미만일 경우 '관계기업'으로 분류해 지분법을 적용하게 되는데, 바이오솔루션은 헬릭스미스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됨에 따라 지분법 회계처리를 수행했고, 헬릭스미스가 인식한 손익 중 회사 지분율에 해당하는 부분만큼이 지분법 손익으로 회계처리됐다. 지난해 헬릭스미스의 당기순손실 금액은 155억원으로 바이오솔루션이 인식한 지분법손실은 22억원이다.
여기에 더해 헬릭스미스의 주가 하락으로 인해 손상징후가 발생함에 따라 회수가능액을 추정해 장부가액과의 차액을 관계기업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1월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환자 대상 미국 임상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임상 실패 소식에 헬릭스미스 주가는 2023년 말 6000원 선에서 1월 말 3000원대로 반토막이 나더니, 현재는 2000원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지난해 바이오솔루션이 인식한 관계기업투자주식손상차손은 49억원, 지분법 손실을 포함해 관계기업투자손익 합계는 총 -7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이러한 손실은 바이오솔루션의 당기순이익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줬고, 당기순이익으로부터 시작하는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지난해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23억원의 현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헬릭스미스)추가 지분 계획에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건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헬릭스미스는 임상 경험이 많고, 그 부분에서 도움을 얻고 있으며, 천연물에 대한 데이터 등도 함께 공유를 하고 있다. 꾸준한 매출을 일으킬 수 있을 만한 시너지는 지금 나오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 임상 3상 실패에 R&D 시너지에도 의구심…중국 품목 승인 우선 기대
당초 바이오솔루션은 헬릭스미스 인수로 무릎 연골결손 세포치료제 '카티라이프'의 미국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향후 세포와 유전자 기술이 결합된 플랫폼 구축으로 글로벌 치료제 시장 진출을 모색한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바이오솔루션은 헬릭스미스가 신약개발 전 사이클에서 축적한 지적재산과 플랫폼 기술과 글로벌 임상개발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당시 바이오솔루션은 카티라이프 FDA 2상을 진행 중에 있었는데, 헬릭스미스는 이미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 신약 3개를 FDA 3상까지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이에 헬릭스미스 글로벌 임상팀을 활용해 미국 임상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 실패 소식이 전해지며 바이오솔루션이 주목했던 FDA 임상 역량에도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현재 회사는 중국 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헬릭스미스의 중국 파트너사인 노스랜드 바이오텍이 중증하지허혈(CLI)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통증 감소 목적의 엔젠시스 임상 3상에서 주평가지표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헬릭스미스는 2004년 노스랜드와 엔젠시스 기술이전 및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으며, 헬릭스미스는 시판 후 7년간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수령한다.
바이오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진행했고, 헬릭스미스가 가지고 있던 IP들에 대한 사업성 검토도 계속하고 있다"며 "일단은 기본적으로 엔젠시스의 성공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품목 승인이 난다고 하면 헬릭스미스를 바라보는 눈도 좀 달라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CLI 관련 치료제로서는 3상을 통과했고 지금 품목승인 직전 단계에 있다. 빠르면 올해 6월, 늦어도 9월에는 중국에서 품목 승인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로열티 수입이 들어오게 되면 헬릭스미스도 정상적인 기업 환경으로 바뀔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보유 현금도 800억원 이상으로 신규 사업을 진행할 체력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