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홍준표 기자] e스포츠 구단 DRX에 대한 게임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만성 적자 늪에 빠진 대부분의 구단과는 달리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에 e스포츠 구단의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과 함께 올해 DRX의 상장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ATU파트너스에 따르면 DRX 구단은 지난해 손익분기점(BEP)을 넘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ATU파트너스는 DRX의 최대 주주다. 구단의 기업 가치도 덩달아 상승해 2019년 60억원에서 지난해 진행한 시리즈 C단계서 1000억원 이상 가치를 인정 받았다.
올해 2월 서울 마포구 상암 에스플렉스 센터에서 열린 VCT 퍼시픽 대회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DRX(사진=라이엇 게임즈)
ATU파트너스, e스포츠 시장 선점 전략 통했다
DRX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수익구조 다변화에 주력했다. 선수 유니폼에 노출되는 스폰서십이 주요 수익원이지만, 2022년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 우승 등 성과를 바탕으로 팬덤이 커지며 MD(굿즈) 매출과 협찬 규모가 증가했다. 최근에는 차기 게임 시장을 주무를 것이라 예상되는 '발로란트'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 2월 VCT 퍼시픽(VALORANT Champions Tour Pacific)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 일례다. 이를 토대로 아카데미(선수 양성 학교) 사업도 공을 들여 수강생과 종목을 늘리며 안정적 수익원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e스포츠 구단들이 수익구조 다변화에 나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카데미 사업을 통한 수익”이라며 “기존 수익 모델인 스폰서십과 굿즈 판매 등은 한계가 있지만, 학원처럼 운영되는 아카데미 사업의 수익이 증가하면서 게임개발, 웹소설 등 파생되는 사업 분야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DRX의 흑자 전환과 기업 가치 상승에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ATU파트너스의 전략적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 ATU파트너스는 2019년 설립 직후 202억원 규모의 ‘ATU e스포츠 그로쓰 1호’ 펀드를 조성해 e스포츠 시장에 진출했다. 60억원을 들여 DRX 지분 100%를 인수했고, 세계 3대 e스포츠 에이전시로 꼽히는 아지트(Azyt)의 지분도 매입했다.펀드에는 카카오게임즈, 더이앤엠, 우리기술투자, SB파트너스 등이 참여했으며, 아시아 최초의 e스포츠 특화 펀드로 화제를 모았다.
기업 가치 상승과 흑자 전환이 맞물리면서 DRX의 상장 여부에 다시 한 번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실 DRX는 2022년 상장을 준비했으나 수익성 논란으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매출은 17억원에 불과했고, 영업손실은 64억원으로 전년(28억원)보다 더 늘었다.
대신증권(003540)이 상장 주관사로 나서 2024년을 목표로 ‘국내 e스포츠 1호 상장’을 추진했지만, 흑자 전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공모시장 침체로 상장이 연기됐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안정적 수익원까지 확보했으니 연내 상장 여부도 점쳐진다.
ATU파트너스 관계자는 DRX 상장과 관련해 "국내 e스포츠 구단의 첫 상장 도전인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성 적자'에 허덕…e스포츠 산업 구조적 한계 직면
흑자 전환에 성공한 DRX와 달리 대부분의 e스포츠 구단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게 현실이다. 페이커(Faker·이상혁)를 상징자산으로 해외에서도 인지도를 쌓아 올린 SK T1마저도 지난해 영업손실 88억원을 기록했다. 디플러스 기아(DWG KIA)와 KT롤스터, 리브샌드박스 등 주요 e스포츠 구단들 역시 연간 수십억원대 적자가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구단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22년 7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합병을 통해 미국 나스닥에 입성한 페이즈(FaZe)는 상장 당시 기업가치가 약 1조원(7억2500만달러)으로 평가됐지만, 첫 회계 연도 실적은 219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곧바로 상장 폐지 위기에 내몰렸다. 당시 FaZe는 북미 최고의 1인칭슈팅(FPS) 게임 인기 팀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막대한 순손실 규모에 주가가 30일 이상 1달러 미만에 머무르며 나스닥으로부터 상장 유지 규정 위반을 통보받았고, 결국 2024년 3월 게임스퀘어 홀딩스에 인수됐다.
e스포츠 구단 중 최초로 상장에 성공한 덴마크의 아스트랄리스(Astralis)도 2019년 12월 상장 이후 약 4년 만인 2023년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의 성장기업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상장 당시 주가는 8.95크로네(약 2000원)였지만, 상장 폐지 두달 전 0.894크로네(약 200원)까지 폭락했다. 페이즈와 아스트랄리스에 이어 카운터 스트라이크 명문 게임단인 NIP(Ninjas in Pyjamas)도 지난해 7월 e스포츠 구단으로는 세 번째로 기업공개(IPO)에 나섰지만 주가는 약 80% 하락한 1.8달러 선에서 거래 중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 산업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우려도 나온다"라면서도 "DRX가 업계 첫 상장을 넘어 위축된 게임 업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