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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등의 회계감사 의무화와 남은 과제
공개 2021-02-19 08:30:00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6일 06: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관리비 감시 사각지대’ 오피스텔·상가…내달부터 회계감사 의무화” (2021년 1월 26일)
“금융위, 아파트 엉터리 감사 회계사 ‘철퇴’” (2016년 9월 1일)
 
첫 번째는 지난 1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집합건물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어 오피스텔이나 상가, 주상복합 등(‘집합건물’)이 앞으로 매년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신문기사 제목이다. 두 번째는 2015년부터 시작한 아파트 회계감사를 엉터리로 한 회계사에 대한 징계 관련 신문기사 제목이다.
 
앞으로는 대형 집합건물(150세대 이상) 중 직전 회계연도에 징수한 관리비가 3억원 이상이거나 수선적립금이 3억원을 넘는 경우에는 매년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의 3분의 2 이상 및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회계감사를 받지 않기로 결의하면 안 받아도 된다. 중형 집합건물(50세대 이상 150세대 미만)은 관리비나 수선적립금이 3억원 이상인 경우 또는 관리비나 수선적립금이 1억원 이상이면서 3년 이상 회계감사를 받지 않은 경우에는 구분소유자의 20%가 요구하면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이 오피스텔 등과 같은 집합건물에 대하여 회계감사를 의무화한 것은 “관리비가 투명하게 관리·사용돼 청년과 시민의 주거 및 영업비용을 절감하고, 집합건물 효율성 제고로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등 합리적이고 투명한 제도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첫째, 집합건물 회계감사 의무화 시행시기는 신문에서 언급하는 “내달(2021년 2월)”이 아니라 2022년이다. 집합건물법은 2020년 2월 4일에 개정되었고, 시행일은 1년 후인 2021년 2월 5일이며, 집합건7물법 부칙 제4조에 “이 법 시행 이후 개시되는 회계연도부터 적용한다”라고 되어 있으므로 회계감사 의무화의 정확한 시기는 2022년이다. 이처럼 법이 개정되는 경우에는 부칙에 의해 정해지는 시행일을 확인해야 한다. 집합건물 회계감사 의무화는 이미 작년에 결정된 것이고, 올해는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으로 추가한 것이지 새로운 내용이 개정된 것은 아니다. 
 
둘째, 아파트 감사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2014년 10월 배우 김부선씨에 의한 아파트 난방비 사건 이후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해 2015년 1월1일부터 300세대 이상의 아파트에 대해서 회계감사가 의무화되었다. 그러나 한 회계법인이 550개 아파트 단지 회계감사를 저가에 수임하고 사실상 감사는 하지 않은 채 도장만 찍어주어 회계법인 대표가 회계사 등록 취소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 따라서 두 번째 신문기사가 나온 것이다. 아파트 감사는 입주자 입장에서는 비용만 증가하고 효익은 없는 실패한 회계감사 제도가 되었고, 형식적인 회계감사로 회계감사에 대한 이미지만 나쁘게 만든 사례다. 이번 집합건물의 회계감사 의무화는 아파트 감사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셋째, 회계감사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회계감사라고 함은 재무제표의 적정성에 대한 감사인데 아파트나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부정적발 목적의 감사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를 명확히 하여 회계감사의 목적에 대한 오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넷째, 회계감사가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아파트나 집합건물의 경우 회계감사인 선임은 해당 건물 관리인 자율에 맡기고 있는데 독립적인 회계감사가 가능하도록 감사인을 시장·군수·구청장이 선정하도록 하고, 적절한 감사 시간이 투입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다. 제도는 사람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수단이다. 집합건물의 입주민은 회계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지에 대하여 평소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감사대상인 집합건물 운영주체는 제대로 된 운영과 회계감사에 철저히 대비하고, 회계감사를 담당하는 회계사는 독립적인 외부감사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집합건물에 대한 회계감사 의무화가 아파트 회계감사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잘 정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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