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 회장의 절세부터 탈세까지
증여 취소 후 재증여, 이 회장이 수증 받은 1996년 당시 방식과 유사
SPC 통한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세무소송 진행 중
이재현 회장, 조세포탈범 명단에 올라가기도
공개 2020-04-10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8일 17:27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본인이 회장이 될 당시 어머니로부터 제일제당 주식을 수증받았다. 당시 쓰였던 절세 방식은 25년이 지난 현재 그대로 재현됐다. 이번의 경우는 절세 테크닉 범위에 속하지만, 이 회장은 탈세로 조세포탈범 명단에 오르고 또 다른 세무소송이 진행되는 등 절세와 탈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중이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왼쪽)과 이경후 CJ ENM 상무(오른쪽) . 사진/CJ
 
지난달 30일 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은 딸 이경후 CJ ENM(035760) 상무와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 부장에게 증여했던 우선주 184만 1336주를 취소했다.
 
30일은 31일을 제외하면 증여를 취소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증여세 신고기한인 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 취소를 할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본다. 당사자 간 합의로 계약을 해제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금전의 증여와 반환은 합의해제로 보지 않는다.
 
이 회장이 두 자녀에게 증여한 CJ(001040)4우의 지난해 12월9일 종가는 6만5400원이다. 상증법상 상장 주식은 증여일 전후 2개월 동안 공표된 최종 시세가액의 평균액을 시가로 의제한다. 최대 주주가 지분을 증여할 때는 20% 또는 30%의 경영권 프리미엄도 시가에 함께 반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며 절세의 기회가 생겼다. 지난 3월23일 주가는 3만 300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다만, 상증법상 시가 평가는 4월과 5월의 주가도 반영된다. 만약 앞으로 CJ4우의 주가가 5~6배 뛴다면 절세하기 어렵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시장에서는 이 회장 일가가 180억~200억원가량 절세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과거 이 회장 본인이 수증 받을 당시와 유사하다. 90년대 그의 어머니 손복남 여사는 이 회장에게 CJ(주)(구 제일제당)의 지분을 증여했다. 증권거래소와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이 회장은 '증여 취소 후 재증여'를 통해 증여세를 낮췄다. 
 
1996년 12월18일 손 여사는 이 회장에게 제일제당의 주식 41만 4350주(125억원 상당)를 재증여했다. 최초 증여는 1996년 11월11일이었지만 취소 이후 25일 재증여했다. 12월18일에는 또다시 취소를 하고 재증여했다. 1996년 11월11일 4만 1800원이었던 주가가 12월 3만 100원으로 떨어지며,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대 회계법인의 세무부문 파트너 회계사는 "주가가 떨어진다고 회장님들은 울지 않는다"라면서 "그 현상을 활용할 궁리를 한다"라고 말했다. 
 
조세 포탈로 수감생활까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14년 9월 12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이재현 회장은 탈세와도 엮여 있다. 2013년 7월 이 회장은 500억원대 세금을 탈루하고 700억원대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선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 2심에선 징역 3년에 벌금 252억원을 각각 선고받았고, 2016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월에 벌금 252억원의 형이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CJ주식 차명보유 △차명계좌를 통한 소득 은닉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소득 은닉 등의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회장의 차명주식을 관리하던 신동기 전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 역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둘은 2017년 조세포탈범 32명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조세포탈죄를 범하고 연간 포탈세액이 일정금액(2억~5억원)이상인 자'들을 조세포탈범 명단 공개 대상으로 본다.
 
  
이 회장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진행 중인 세무소송
 
현재 진행형인 조세 소송도 있다. 또 한 번 페이퍼컴퍼니와 차명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이 회장에겐 1990년대 중후반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차명'으로 설립한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이 있다. 이 SPC가 국내외 계열사 주식을 매매해 얻은 차익 등을 '명의신탁 증여의제'로 과세할 수 있는지를 쟁점으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현재 2심까지 진행됐는데,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1심은 세무당국, 2심은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고 판단한다. 
 
해외금융기관 명의의 SPC는 국제적인 관행이며, SPC가 주체적으로 투자한 것이기에 명의신탁이 아니라는 것이 이 회장 측의 주장이다. 재판부 역시 거래 주체가 이 회장 개인이 아닌 SPC이기에 명의신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명의신탁이란 실질소유자가 자기의 재산으로 관리·수익하면서 공부 또는 명부상으로만 타인의 명의로 등재하는 것을 말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고 설명한다. 차명으로 설립된 SPC의 소득을 이 회장이 향유했다는 증거가 없기에, 과세관청이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끌어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세원 포착을 어렵게 해 다툼의 여지가 큰 조문을 근거로 과세해야만 하는 상황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 자체가 세법의 대원칙인 실질과세 원칙의 예외로서 납세자의 조세 회피 목적과 같은 주관적 요건도 있을 만큼 적용 요건이 까다롭다. 안창용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정상적인 SPC라면 소유구조가 드러난다"라면서 "차명으로 SPC를 만들어 은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국세청이 파악하기 상당히 어렵기에 국세청은 부득이하게 증여의제로 보고 과세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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