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의역설, 홈플러스)④계속되는 자산유동화, 부메랑으로 돌아오나
IFRS16 하에서 리스료는 부채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와
홈플러스 영업수익성 저조해지면 추가 자산매각 순탄치 못할수도
공개 2020-03-23 09:30:0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18:5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홈플러스는 2015년 MBK파트너스에 7조2000억원에 인수되면서 4조3000억원의 인수금융 차입금을 안았다. 그 뒤 4년, 홈플러스는 자산 매각, 투자규모 축소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차입금은 줄었지만 부채비율과 커버리지지표는 여전히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의 사업전망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다. 유통업황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홈플러스의 재무상태와 사업운영 실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홈플러스가 수년에 걸쳐 점포 자산을 유동화하면서 리스료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자산 매각으로 당장은 뭉칫돈을 쥐었지만 신 회계기준 탓에 부채비율이 급증하고 향후 조달비용까지 높아지며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홈플러스의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점포 자산의 투자매력도가 떨어져 앞으로 점포 매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8월 이후 홈플러스가 세일앤리스백(S&LB) 형식으로 보유자산을 유동화하면서 부담해야 할 초년 임대료는 약 309억3400만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한 점포 세 곳의 임대료가 156억9300만원, 유경PSG자산운용에 판 점포 임대료가 152억4100만원이다.
 
홈플러스 매장 전경. 출처/이지스자산운용
 
이외에도 홈플러스는 2016년 12월(동대문점 등 5곳), 2017년 8월(강서점), 2018년 2월(의정부점 등 두 곳), 2018년 10월(함안물류센터) 등 지속적으로 부동산 자산을 매각한 뒤 다시 임차했다. 2017년 기준 홈플러스의 임차점포 비율이 44%였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 이 비율은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는 약 2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대부분 매각 후 재임차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임대료 부담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2019년 도입된 새 회계기준 IFRS16에 따르면 임대료 역시 자산과 부채로 인식돼 홈플러스의 부채비율도 증가한다. 
 
2019년 11월 기준 홈플러스 부채비율은 174.4%로 2019년 2월(69.0%)보다 크게 높아졌다. 기존에는 임대료가 비용으로만 처리됐지만 지난해부터 부채로도 잡혔기 때문이다. 부채비율은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비교하는 수치로 기업이 타인자본에 의존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신용평가사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세일앤리스백을 통한 차입금 상환은 자본조달 구조만 변경된 것일 뿐, (새로운 회계기준이 적용되면) 결과적으로는 자산과 부채로 다시 돌아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재무지표. 출처/한국기업평가
 
뿐만 아니라 홈플러스의 영업활동이 저조해질수록 장기적으로 자산 매각이 어려워지거나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홈플러스 매장으로 구성된 부동산 투자상품의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홈플러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갈수록 감소 추세다. 2019년 2월 기준 총매출은 6조4101억원으로 2017년 2월 6조6067억원, 2018년 2월 6조6629억원으로 줄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 2월 1510억원으로 2018년 2월보다 무려 44.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4.1%에서 2.4%로 내려앉았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매장을 기반으로 구성된 투자상품은 매장 임대료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구조”라며 “홈플러스의 영업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서 임대료 감당 여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면 투자대상으로서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지스자산운용이 매각을 시도하고 있는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의 경우 입찰 과정에서 관심을 보인 원매자수가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올해 초 유경PSG자산운용이 홈플러스 점포를 토대로 구성한 부동산펀드 역시 공모물량이 목표액을 밑돌았다. 
 
최근 유통매장과 같은 리테일 부동산시장은 침체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 점포를 기초로 한 투자상품의 수익환원율(Capitalization Rate)은 갈수록 저조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수익환원율은 부동산 매입금액에서 보증금을 뺀 금액으로 영업수익률을 나눈 값이다. 해당 부동산을 매입했을 때 얼마나 많은 수익을 버는지 살필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2017년까지만 해도 홈플러스 매장의 수익환원율은 5% 중반에서 6%를 웃돌았다. 하지만 2018년부터 5%대 초반~4%대 후반에 머무르고 있다.  
 
더욱이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향후 자산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가 용이한지를 살펴야 하는데 리테일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매각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환원율이 낮아지는 것은 부동산 매입과정시 경쟁이 치열해져 매입가격이 올라갔거나, 부동산 자산의 영업수익률이 낮아지는 등 여러 요인들이 작용한다”라며 “다만 최근 유통회사의 업황이나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상황 등을 감안할 때 영업수익률이 저조해진 점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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