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100% 배당해라”…금화PSC, 주총 대란 예고
일부주주 배당총액 264억원 확대 요구
금화PSC 현금성자산 등 1000억 넘어
공개 2020-03-11 09:40:00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6일 18:1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발전소 경상정비업체 금화PSC가 배당금 확대를 정기 주주총회 의안으로 내걸었다. 일부 주주가 배당을 현 수준의 3배 이상으로 높이라고 제언했기 때문이다. 금화PSC의 보유 현금성자산·금융상품이 1000억원이 넘으므로, 결국 의안 통과는 주주 간 지분율 싸움에 달려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금화피에스시(036190)는 3월 20일 개최될 정기주주총회에서 현금배당액 확대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화PSC는 배당금을 주당 1300원으로 결정했는데, 일부 주주가 너무 적다는 의견을 내며 배당 규모를 주당 4400원으로 높이라고 제언했기 때문이다.
 
주당 4400원의 배당금을 총액으로 환산하면 264억원이다. 금화PSC의 2019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269억원이므로, 해당 주주들은 순이익의 거의 전량을, 즉, 배당성향을 실질 100%로 높이라고 요구하는 셈이다. 금화PSC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을 제외하고 남은 160억원을 임의적립금으로 유보할 예정이었다.
 
회사 측은 배당 확대를 제언한 주주 공개를 꺼려 하고 있다. 업계는 금화PSC 2대주주로 지분 13.3%를 보유한 미국 헤지펀드 테톤캐피탈파트너스 등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테톤캐피탈은 현재 금화PSC의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명시한 상태다. 2013년에도 금화PSC의 배당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테톤캐피탈은 배당성향을 20% 내외에서 100%로 높이고,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1:1 비율의 무상증자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제언한 바 있다. 더불어 테톤캐피탈은 김성기 금화PSC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저격하며 감사 교체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테톤캐피탈이 내건 안건은 모조리 부결됐다.
 
테톤캐피탈은 “금화PSC는 규모에 비해 과도한 여유자금을 비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라며 “또한 대주주인 김성기 금화PSC 회장은 등기임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회사 경영 전반에 관여하며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폐쇄적으로 경영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부 주주의 배당 확대 주장 근거는 금화PSC의 사내유보금이다. 금화PSC의 2019년 3분기 연결 기준 실질 현금성자산은 1000억원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일단 현금및현금성자산으로 32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사모펀드, 특정금전신탁(MMF), 파생결합증권(DLS), 저축성보험 등 금융자산에 투자한 금액이 431억원이며,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기타유동금융자산도 678억원에 이른다. 즉, 은행 예금만 허물어도 주주가 요구한 배당금 지급이 가능한 셈이다.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금화PSC 본사 건물. 해당 건물은 금화PSC가 소유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지도
 
사업기반이 안정적인 덕분이다. 금화PSC는 민간 발전소정비 국내 1위 업체로, 매출의 60~70%를 화력발전소 터빈·보일러 정비 및 원자력발전소 유지보수에서 창출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원전가동률 등이 감소하고는 있지만, 일단 발전소 경상정비는 꾸준한 수요가 있으므로, 금화PSC 연간 실적도 견조하다. 실제 금화PSC 매출은 수주에 따른 소폭 변동은 있어도 수년째 2000억~2300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경쟁사 대비 높은 17~2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발전소 정비 사업 특성상 인건비가 가장 크며, 실제 금화PSC의 매출원가에서 급여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40% 이상에 이른다. 물론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촉발된 일명 ‘김용균 특조위’ 조사 과정에서 금화PSC 등의 노무비 착복 의심 이슈가 발견되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금화PSC는 비정규직 확대 등으로 인건비 등을 관리하며 마진율을 높였다. 게다가 자본적지출(CAPEX)이 연 평균 50억원 수준을 밑도는 등 영업관련 투자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
 
즉, 금화PSC는 안정적 사업기반 하에서 인건비 등의 감소로 이익률을 높이며 확보한 현금을 사업 확장보다는 금융자산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고, 일부 주주는 이 같은 점을 저격해 배당 확대를 요구한 셈이다.
 
결국 일부 주주가 제언한 배당 확대 안건을 관철시키려면 지분율을 확보해야 한다. 배당액 변경은 보통결의사항이므로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이 넘어야 의결될 수 있다. 금화PSC 소액주주는 23%가량 되므로, 정족수 미달로 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테톤캐피탈 제언이 맞는다면, 단독으로는 어려울 전망이다. 김성기 금화PSC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는 의결 가능 지분율이 약 32.5%에 이르기 때문이다. 즉,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계기관 피델리티자산운용과 지분 7.8% 보유 중인 4대주주 홍석도 전 금화PSC 대표이사 및 그 외 주주들의 포섭 등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홍 전 대표이사는 금화PSC를 떠난 지 15년이 넘은 상황이다.
 
금화PSC 관계자는 “금번 배당 확대는 일부 주주가 제언한 것으로 공시 내용 그대로 이해하면 되며, 우리가 더 이상의 구체적인 정보를 드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금 유보 같은 경우는 회사 이익이 남으면 자연히 쌓이게 되는 것”이라며 “성장을 고려하고 있으므로 투자 검토도 많이 하고 있다는 정도만 답변할 수 있겠다”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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