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몰린 유통기업…자산유동화 뒤 숨은 고민
롯데쇼핑·이마트,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으로 자산 유동화
리스료 부담 크지만 우선매수권 등 장점 많아 포기하기 어려워
공개 2020-02-19 09:10:00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7일 08:00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준영 기자] 롯데쇼핑(023530), 홈플러스, 이마트(139480) 등이 점포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고민거리가 많아 보인다. 유통회사들이 대부분 사용하는 세일앤드리스백(S&LB·Sale and Lease Back)은 향후 부채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큰 데다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효과 역시 잃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마트 본사 전경. 출처/뉴시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말 세일앤드리스백 형식으로 유동화한 자산에 따른 임대료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 KB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점포 13곳의 토지와 건물을 마스턴자산운용이 설정한 사모투자집합기구와 계약을 맺고 이를 매각한 뒤 곧바로 책임 임차하는 거래를 마쳤다. 이마트를 비롯한 유통회사들이 곧잘 사용하는 이른바 세일앤드리스백 거래 구조다. 
 
세일앤드리스백은 회사가 소유한 자산을 매각한 후 그 자산을 다시 빌려 쓰는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대상 자산은 주로 건물과 같은 부동산이 해당된다. 유통회사들의 주요 영업자산인 백화점 건물이나 대형 마트를 활용하는 기존의 사업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운영자금을 충당하거나 신규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이마트뿐만 아니라 롯데쇼핑과 이랜드리테일, 홈플러스 등 다수의 유통회사들이 세일앤드리스백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을 사용하면 향후 부담해야 할 리스료가 커져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유통회사들이 마냥 안심하기는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롯데쇼핑의 경우 이미 2008년부터 이 방식을 꾸준히 도입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08년 KTB칸피던스사모부동산신탁에 롯데마트 제주점 등을 2200억원에, 2014년 KB롯데마스터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1호에 롯데백화점 일산점, 롯데마트 부평점 등 6017억원 상당의 토지와 건물을 매각한 뒤 재임차했다. 그런 만큼 롯데쇼핑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최소 리스료 순액은 총 6조5646억원에 이르렀다. 
 
이마트 역시 스타필드하남과 금융리스 계약을 맺어둔 터라 이에 따른 미래 최소 리스료는 2019년 3월 기준 348억4500만원에 이르렀다. 운용리스 총액은 2019년 연간 기준 2957억6300만원이었다.  
 
황용주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세일앤드리스백을 통한 현금 확보 시 과도한 임차료 부담으로 영업수익성 지표가 크게 훼손된다면 신용평가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임차료 수준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된 점도 유통회사의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서 이전에는 비용으로만 처리됐던 운용리스도 자산과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특히 운용리스가 많은 이마트의 경우 부채가 늘어나고, 이자비용도 추가로 부담하게 되면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이마트의 조정순차입금 규모는 5조7372억원으로 리스 기준이 개정되기 전보다 45.8% 증가했다. 
 
롯데쇼핑의 조정순차입금은 6조6000억원 증가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 비율이 2018년 3분기 말 기준 5.9배에서 2019년 3분기 말 기준 6.3배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세일앤드리스백은 유통회사들이 대개 우선매수권을 설정해두고 있어 향후 부동산 개발사업 등을 위해 다시 토지와 건물이 필요할 때 해당 권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상 유통회사들이 임대료 상승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세일앤드리스백 방식을 포기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롯데쇼핑 역시 지난해 말 유경PSG자산운용이 사모펀드로 보유하고 있던 점포 4곳을 대상으로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다시 매입한 점포를 통해 리츠를 만들어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부동산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회사들이 최근 업황 둔화가 극심해 현금을 확보해야 하기는 하는데, 향후 토지 상승의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완전히 부동산을 매각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이런 이유 때문에 우선매수권이나 보통주를 설정한 상태에서 매각 후 재임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준영 기자 jun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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