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등급 탈출한' 대우조선해양…신용도 키워드는 '기업결합'
재무 개선 주효… 3년 내 총차입금 6조원 축소
하향 트리거에 ‘합병 무산’ 포함... 관건은 EU 기업결합 승인
공개 2019-08-12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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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태호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채무조정 등으로 3년 내 차입금 6조원을 줄이며 투자등급에 복귀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과의 합병이 성사되면 신용등급 상향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대우조선해양 기업신용등급(ICR)을 BBB-/긍정적으로, 나이스신용평가는 BBB-/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투자등급으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을 BB+/안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한기평은 올해 6월 초 상향 평정을 내렸고, 한신평 등급은 기업 측의 의뢰가 없어 유효기간 만료로 소멸됐다.
 
통상 BBB 이상을 투자등급, 그 미만은 투기등급으로 분류한다. 두 등급 사이의 부도율 차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 3사에 따르면, BBB등급의 3년 평균 누적부도율은 1.63~1.86%, BB 부도율은 7.58~9.58%를 기록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투기등급에서 투자등급으로 올릴 때에는 아무래도 더욱 엄격한 평가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투자등급 복귀 핵심 요인은 차입금 축소다. 주 채권단 산업은행 등의 출자전환 등 지속적인 채무조정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15년 대비 65% 감소한 3조2053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3년 내 약 6조원의 빚이 줄어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순차입금, 현금성자산 추이. 두 지표를 더하면 총차입금이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한국기업평가
 
게다가 올해 1분기에는 ‘6년 골칫덩이’였던 소난골 드릴쉽을 인도하면서, 46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 현금성자산이 9254억원 늘어났다. 이 효과로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직전연도 말 대비 37% 감소한 1조7562억원을 기록했다.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은? 키워드는 '기업결합'
 
한국기업평가가 '긍정적' 전망을 내린 만큼, 한국조선해양과의 합병이 성사되면 신용등급 상향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한국조선해양 편입 과정에서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는 경우 재무부담을 상당 수준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규모의 경제를 구현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러한 예상 효과를 반영해 긍정적 전망을 부여한다”라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합병 예상 시너지를 이번 평가에 반영하지는 않았지만, 합병 기대 효과를 역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인수 불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합병 기대 요인은 이번 평가요소에서 제외했다"라며  "편입이 실질 완료될 경우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합병이 무산된다면, 대우조선해양은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 일부를 되려 충족하게 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등급 하향 트리거 중 하나로 ‘현대중공업 계열 미편입’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하향 트리거를 밝히지 않았지만, 대신 등급 전망 안정적 하향에도 ‘현대중공업 편입’을 명시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합병 성사는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 평가에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라며 "합병이 무산될 경우 업황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해 다시 평가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이번 신용등급 상향의 주요 판단 근거는 채무조정에 따른 순차입금 축소 등이며 이는 합병 결과와 관계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오리무중' 기업결합...관건은 EU 승인
 
합병 성사 키워드는 '기업결합'이다. 한국조선해양은 기업결합 심사 대상 국가로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을 확정했다. 현재 한국과 중국에 심사서를 제출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계약 조건에 기업결합 승인이 전제돼있지만, 특정 국가에서 승인을 얻지 못한다 해서 합병 자체가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협의 및 조정 가능성은 열려있다. 다만, 승인을 얻지 못한 국가에서의 영업이 어려워지므로, 실질적 관점에서 무산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 승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수주잔고 기준, 세계 선주의 3분의 1 이상이 유럽연합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덴마크 APM머스크, 프랑스 CMA-CGM, 독일 하팍-로이드 등 세계 주요 컨테이너 선사가 유럽연합에 모여있다.
 
심사 통과 관건은 독과점 여부다.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 합병의 경우 독과점에 대한 해석이 갈릴 수 있는 상황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수주잔고 기준 시장점유율은 7%, 한국조선해양은 14%를 기록했다. 합치면 21%로, 독과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반면, LNG운반선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로 한정했을 경우의 시장점유율은 약 60%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양 사의 최고 주력 선종은 LNG운반선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의 경우 주요 선주사들이 기업결합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계속 내겠지만 마냥 거부할 수도 없으니 조건부 승인을 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큰 변수로 떠오른 일본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는 유럽에 비해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 해운사의 자국 발주 비중이 2016년 기준 64%에 이를만큼 높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일본 해운사는 자국 발주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설령 기업결합 승인을 얻지 못해도 합병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oldcokewa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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