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늪에 빠진 신용보험…상생금융에도 활성화 '먼 길'
카디프·메트라이프 등 일부 보험사만 판매
대출·보험 창구 분리 등 규제가 영업 걸림돌
지자체 상생사업에도 시장 확대 효과 제한적
공개 2026-09-28 07:0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22일 17:2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생명보험 업계가 신용생명보험(신용보험)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부 외국계 보험사만 상품을 취급 중이다. 보험업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규제에 따라 대출 상품 판매 시 보험계약 안내나 영업이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상생금융 일환으로 지자체와 보험사의 신용보험 협약 프로젝트가 실행됐지만 이 역시 시장 활성화와는 거리가 먼 구조로 평가된다.
 
(사진=연합뉴스)
 
외국계 중소형사 중심으로 취급…영업 실적 '미미'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용보험은 일부 중소형 생명보험사에서만 취급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상품 공시 기준으로 해당 상품을 다루는 곳은 외국계인 BNP파리바카디프생명(카디프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하나생명 정도다.
 
신용보험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피보험자(채무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하거나 중대질병에 걸려 대출 상환이 어려운 경우 보험금으로 대신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미상환액을 보상하는 보험으로서 빚의 대물림을 막는 것이 설계 목적이다. 보험금은 피보험자가 아니라 채권자인 금융기관에 지급된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상속인에게 빚을 떠넘기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고, 대출기관은 대출금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다. 보험사도 새로운 영역으로 보험영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신계약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는다.
 
다만 시장에서는 판매 실적이 매우 저조한 상태다. 단체계약이 아닌 일반 영업에서는 카디프생명이 거의 단독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의하면 신용보험 수입보험료는 2018년~2022년 평균 5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카디프생명의 보장성보험 전체 초회보험료(보험계약 체결 후 가입자가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신계약 성장성 나타냄)도 지난해 연간 기준 12억원 정도다.
 
(사진=카디프생명)
 
보험업법·금소법서 영업 제한…대출과 보험 창구 분리 '걸림돌'
 
신용보험 시장 확대가 제한되는 배경에는 두 가지 법률 규제가 주요하게 작용한다. 먼저 보험업법(100조, 금융기관보험대리점 등의 금지행위)에서는 대출을 취급하는 창구와 보험을 모집하는 장소를 서로 분리하도록 규정했다.
 
고객이 은행의 대출 창구에서 상품에 가입한 경우 해당 창구에서는 신용보험 판매가 불가하고 따로 마련된 보험 창구로 이동해 상품을 안내받아야 한다. 게다가 고객이 보험상품 안내를 요청하지 않으면 대출 직원이 선제적으로 상담을 권유할 수도 없게 돼 있다.
 
신용보험은 영업 채널이 주로 방카슈랑스(금융기관보험대리점, 은행에서 보험 판매)이기 때문에 해당 규제는 특히 치명적이다.
 
금소법도 걸쳐 있다. 금소법에서는 대출 상품 계약을 체결하고 1개월 이내에 특정 조건(취약차주)에 부합하는 경우 신용보험 가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구속성 계약 규제로 이른바 꺾기(대출 조건으로 다른 상품 가입을 강요) 관행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다.
 
관련 법률은 지난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 일부 개정이 진행된 바 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로는 논의에서 멀어진 상태다.
 
지자체와 상생 협업도 했지만…시장 활성화까지는 '먼 길'
 
신용보험은 빚의 대물림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상생보험에 포함돼 금융당국에서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달 초 6개 지자체(경남·경북·광주·전남·제주·충북)에서 생명보험사와 함께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신용보험을 일제히 출시한 바 있다.
 
이는 해당 지자체 내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 가운데 금융회사 대출 보유자(대부업 제외) 혹은 정책서민금융 이용자 대상이며 무상가입(보장 기간 1년)을 지원한다. 자금(신용보험은 지자체와 각각 10억원 규모)은 보험업권이 지난해 조성한 상생기금 300억원 안에서 충당한다.
 
다만 이 같은 프로젝트는 상생금융 차원에서의 일회적 지원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신용보험 시장 활성화까지로는 이어지지 못할 것으로 평가된다. 가입 대상도 지역 소상공인으로 한정된 만큼 보험사가 일반적인 영업 대상으로 삼는 고객군과 거리가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이번에 신용보험을 제공하는 보험사는 삼성생명(032830), 한화생명(088350),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교보라이프) 등 세 곳으로 낙찰됐는데, 출시하는 상품은 지자체 협약에 의한 소상공인 전용으로만 사용될 예정이다. 여기서 보험사가 확보할 수 있는 신계약 물량도 충분히 있겠지만, 신용보험 시장 전체에 미치는 특정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보험연구원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상생금융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나 일반적인 채널 확장 등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신용보험 시장 측면에서는 상품이나 홍보 등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할 의지가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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