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트로닉스, 4년째 팔수록 손해…현금 98% 소진
보유 현금 반년 만에 52억→1억원 급감
영업손실·운전자본 부담에 30억원 유증
4년째 역마진…외부자금 의존 탈피 관건
공개 2026-09-09 07:0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07일 17:36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용현 기자] 반도체 소자 제조업체 시지트로닉스(429270)가 반기 만에 보유 현금의 대부분을 소진하면서 소액공모 유상증자로 다시 외부자금 조달에 나섰다. 매출은 늘었지만 4년째 원가가 매출을 웃도는 역마진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벌어들이지 못한 결과다. 이에 따라 이번 소액공모가 급한 불을 끄는 데 그칠지, 가동률 개선과 원가율 정상화를 통해 자체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회복하는 전환점이 될지 향후 시지트로닉스의 재무 안정성을 가를 전망이다.
 

시지트로닉스 제품. (사진=시지트로닉스 홈페이지)
 
반년 만에 현금 97.7% 감소…영업에서 40억원 유출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지트로닉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신주 99만 3377주를 발행하는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 규모는 29억 9998만원이다. 이번 증자는 증권신고서 제출이 면제되는 소액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조달 자금의 용처는 운영자금이다. 회사는 30억원 전액을 인건비와 영업·마케팅비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시설투자나 신규 사업 확대에는 별도의 자금이 배정되지 않았다. 성장에 투자하기보다 줄어든 현금을 보충하는 것이 이번 증자의 우선 과제로 읽힌다.
 
왜 외부자금을 찾게 됐는지는 현금흐름에서 확인된다. 시지트로닉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52억 6374만원에서 올해 반기 말 1억 2362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불과 6개월 동안 51억 4013만원이 빠져나가며 감소율이 97.7%에 달한 것이다.
 
가장 큰 현금 유출은 영업에서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0억 3066만원으로 전체 현금 감소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41억 9781만원에 달했다. 더불어 그동안 영업에서 발생한 현금 부족을 메워주던 외부자금도 올해 들어서는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단기·장기차입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19억 6000만원의 자금이 유입돼 손실 일부를 상쇄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에는 신규 차입이나 증자를 통한 자금 유입이 없었고, 기존 차입금 상환 등이 이어지면서 재무활동현금흐름은 4억 2994만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영업에서는 현금이 계속 빠져나가는데 이를 메울 신규 자금까지 끊기면서 현금 여력이 급격히 줄어든 셈이다. 이번 30억원 규모의 소액공모 역시 결국 이 같은 자금 공백을 다시 외부자금으로 메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매출은 늘어도 남는 게 없다…4년째 이어진 역마진
 
문제는 이번 현금 감소가 단순히 일시적인 자금 공백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시지트로닉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했지만 매출채권은 9억 5028만원, 재고자산은 16억 9305만원 늘었다. 매출이 증가한 만큼 현금이 들어오기보다 판매대금은 매출채권으로 남고, 생산을 위해 투입한 자금은 재고에 묶이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커진 것이다.
 
재무지표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회사의 부채비율은 2023년 36.48%에서 2024년 42.75%, 2025년 53.92%, 올해 반기 73.05%까지 상승했다. 반면 유동비율은 같은 기간 304.56%에서 올해 반기 139.05%까지 떨어졌다. 이자보상배율도 2023년 -13.62배에서 올해 반기 -30.83배로 악화했다. 즉 현금 여력이 줄어드는 동안 부채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이를 개선할 수익성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 중심에는 4년째 이어진 역마진 구조가 있다. 시지트로닉스의 매출원가율은 2023년 114.28%에서 2024년 118.44%, 2025년 131.45%, 올해 반기 140.18%까지 높아졌다. 매출 올려도 제품을 만드는 데 드는 원가가 이를 웃도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회사는 월 1만 8000매 규모의 파운드리(FAB)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 가동률은 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생산량이 충분히 늘지 않으면서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웨이퍼 등 원재료 가격 부담까지 커지면서 매출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결국 이번 유상증자로 당장의 현금 여력을 보강하더라도 수익성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외부자금 조달과 현금 소진이 반복될 가능성이 존재할 전망이다. 매출 확대가 실질적인 현금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가동률을 높이고 원가 부담을 낮추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시지트로닉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신규 제품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비용 부담에 영향을 끼쳤다"며 "신규 제품의 양산 안정화가 이뤄지면 현금 유출과 수익성 악화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용현 기자 hiyori08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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