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현금 80% 줄었는데…경영진·적자 계열사 대여 지속
금리·만기·담보 공개 없이 주요 경영진에 4억원 대여
적자 계열사 등 8곳에 204억원 지원…일부 출자전환
IPO 앞두고 자금거래 투명성·회수 가능성 '시험대'
공개 2026-09-07 07:40:00
이 기사는 2026년 09월 03일 18:14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무신사의 별도 현금성 자산이 80% 가까이 감소한 가운데 경영진과 적자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자금 대여는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경영진에게 빌려준 자금은 대여 목적과 금리·만기·담보 여부, 상환 계획 등이 공개되지 않아 거래 조건과 내부통제 절차를 확인하기 어렵다. 상장을 준비 중인 만큼 향후 상장예비심사에서는 특수관계자 거래의 투명성과 자금 회수 가능성이 주요 검증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진=무신사)
 
'현금 비어가는데'…만기·이자도 공개 안 하는 경영진 대여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무신사의 현금 곳간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비어 갔다.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3년 2524억원에서 지난해 1215억원으로 2년 새 51.9% 감소했다. 올해 6월 말 현금성 자산은 24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9.5% 줄어들었다. 매출 확대에도 아직 회수하지 못한 매출채권과 판매를 위해 확보한 재고자산에 현금이 묶였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 단기차입금 2539억원을 새로 조달했지만 기존 차입금과 사채 상환으로 현금 보강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보유 현금이 줄어드는 반면 부채 규모는 커졌다.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단기차입금 및 유동성장기부채는 1046억원으로 지난해 말(600억원)보다 74% 늘었다. 금융기관 차입 내역을 살펴보면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총차입 금액만 500억원으로 현금성 자산의 2배에 달한다.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고 해도 아직 예심 일정조차 확정 짓지 않은 상황이다. 차입이 늘며 재무지표는 악화됐다. 6월 말 부채비율은 831%에 달하고 유동비율은 65%까지 하락했다.
 
 
다만 이러한 재무 상황 속에서도 경영진과 계열사들을 향한 자금 지원이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장·단기 대여금 총합은 803억원으로 전년(418억원)보다 약 2배 늘어났다.
 
먼저 무신사가 제출한 반기보고서의 대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주요경영진'에게 4억 2700만원을 대여했다. 같은 기간 상환액은 0원이다. 무신사는 2023년 ▲12억원 ▲2024년 9억원 ▲2025년 17억 1400만원으로 매년 주요경영진에게 자금을 대여해 왔다. 기초 잔액은 같은 기간 18억원에서 올 상반기 23억원까지 높아졌다.
 

(사진=나우로보틱스 공시)
 
상법 제398조(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에 따르면 주요경영진이 이사 또는 주요주주, 그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단독 또는 공동으로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진 회사 및 그 자회사 등일 경우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롯데손해보험(000400)나우로보틱스(459510), 카카오(035720) 등은 주석을 통해 최대주주 및 대표이사를 거래상대방으로 하여 이사회 결의 승인을 받았다는 점을 공개하고 있다.
 
또 금융감독원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 제10조(대주주 등과의 거래내용)를 살펴보면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를 대상으로 대여할 경우 ▲신용공여 등 대상자의 이름 및 회사와의 관계 ▲신용공여 목적 ▲신용공여 조건(금리·가격·수수료) ▲신용공여 담보 내용 ▲주주총회의 승인, 이사회 결의 등 내부통제 절차를 거친 경우 그 사유 및 의사결정 방법 등을 공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직원에 대해 복리후생(학자금, 주택자금 또는 의료비 등)을 위해 대여하거나 우리사주조합 또는 우리사주조합원과 근로자복지기본법에 따라 거래하는 경우에는 기재하지 아니할 수 있다.
 
그러나 무신사는 주요경영진이 누구인지, 대여 목적은 물론 만기·금리·담보 여부 등 구체적인 거래 조건도 공시하지 않았다. 특히 매년 신규 대여가 이어지는 반면, 상환은 동등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거래 조건의 공정성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무신사가 상장할 경우 상법 제542조에 따라 주요주주와 그 특수관계인, 이사·집행임원·감사에 대한 금전 대여 등 신용공여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여금 회수 계획과 잔액 여부에 따라 상법상 금지되는 신용공여에 해당하는지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신사 측은 <IB토마토>에 "임직원 복리후생 목적의 사내대출 제도에 따른 집행"이라면서 "구체적 수여자와 대여 기간 등에 관한 것은 개인정보에 해당하므로 공개하기 어렵다. 당사는 상법상 규정에 근거하여 한도 내에서 적법하게 복리후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적자 계열사에 204억 대여…95억은 출자전환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경영진뿐만 아니라 종속회사 등으로도 현금 유출이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종속기업 4곳과 관계기업 2곳, 기타기업 2곳 등 총 8곳에 대여한 금액은 총 204억원이다. 같은 기간 상환 받은 금액은 148억원에 그쳤다. 자금을 대여해 준 기업들의 재무를 뜯어보면 상반기 실적을 확인하기 어려운 네 곳(지비지에이치·커먼오리진스·알와이에이치엠·에스에스여주피에프브이)을 제외하면 모두 순손실 상태였다.
 
종속기업들 중 무신사로지스틱스의 대여금 95억원은 전액 출자 전환했다. 무신사로지스틱스는 올해 상반기 영업적자 60억원, 당기순손실 34억원을 기록했다. 대여금 출자전환은 자회사 재무구조를 보강하는 효과는 있지만 모회사 입장에서는 현금 회수 대신 추가 지분 투자로 전환한 셈이기 때문에 유동성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향후 해당 자회사의 실적에 투자금 회수 여부가 좌우되는 만큼 자금 회수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종속회사 등에 대여해 주는 금액은 매년 커지고 있다. 지난 2024년 228억원에 그쳤던 대여금은 지난해 473억원까지 늘어났다. 이 경우 IPO 후 조달한 금액이 적자 계열사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공모자금이 상장 과정에서 제시한 사용 목적 대신 계열사의 운영자금이나 적자 보전에 활용된다면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신사 측은 <IB토마토>에 "종속 회사의 경쟁력 제고를 꾀하는 과정에서 경영 효율화 목적으로 통상적 수준의 자금 대여를 집행하고 있다"라며 "향후 계획 등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IPO 앞두고 공시 투명성 '시험대'
 
물론 경영진이나 계열사에 자금을 대여하는 행위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다. 회사의 복리후생 제도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계열사 지원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범위에서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재무 안정성이 저하되고 현금 곳간이 비어 가는 상황에서도 회사 밖으로 자금 유출이 이어진다면 자금 운용의 우선순위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주요경영진에 대한 대여는 회사와 거래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맞물릴 수 있는 만큼 일반적인 외부 거래보다 엄격한 절차와 투명성이 요구된다. 구체적인 공시가 없다면 해당 거래가 회사에 필요한 자금 집행이었는지, 경영진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진 것은 아닌지 외부에서 판단하기 어렵다. 적자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 역시 사업 정상화나 운영 안정성을 위한 자금 공급이라는 명분이 있더라도 손실이 발생한 회사에 대여가 반복될 경우 모회사의 자금 회수 시점은 더욱 늦어질 수 있다.
 
문제는 상장을 통해 일반 투자자를 주주로 받아들이게 되면 자금 운용의 설명 책임이 이전보다 커진다는 점이다. 주요경영진에 대한 대여는 거래 당사자와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릴 수 있는 만큼 거래 조건과 내부 의사결정 절차의 공정성이 중요하다. 적자 계열사 지원 역시 사업 정상화를 위한 자금 공급이라는 필요성이 있더라도 지원이 반복될 경우 회수 가능성과 추가 지원 여부가 투자자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무신사의 IPO를 앞두고 세무·회계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최대주주와 개인회사 간 거래 및 자금 흐름, 거래 조건의 적정성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IPO를 앞둔 무신사로서는 경영진·계열사에 대한 자금 대여의 필요성과 거래 조건의 공정성, 회수 가능성, 의사결정 절차의 적정성을 시장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자금 거래의 투명성이 향후 기업가치 산정과 투자자 신뢰를 좌우할 주요 검증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