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대수술)④국산원료 가산 강화…대형·중소 격차 확대
제네릭 산정률 45% 인하에 '품목 가산' 부상
설비·자본 부족 중소제약 '원료 자급 포기' 우려
공개 2026-08-11 06:5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07일 18:11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일부터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계단식 약가인하 강화와 최고가 요건 미충족 페널티 확대, 다품목 등재관리 신설 등 후발 제네릭의 시장 진입 문턱을 높이는 조치가 한꺼번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제네릭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진 제약사들은 수익성 악화와 신제품 전략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IB토마토>는 이번 약가개편의 핵심 내용과 제약업계에 미칠 파장을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제약업계는 오리지널 최고가의 68% 약가를 최대 10년간 보장하는 '원료직접생산 및 국산원료 사용 가산'이 복제약(제네릭) 약가 규제 강화 대안으로 부상했지만, 관련 문턱이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보건당국이 계열사 위탁생산 배제와 자사 제조소 직접 합성, 사후관리 의무 강화 등 가산 요건을 엄격히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책이 원료 자급률 제고라는 취지와 달리 자본력과 생산 인프라를 갖춘 대형 제약사와 중소·중견 제약사 간의 격차를 넓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진=연합뉴스)
 
계열사 위탁 생산 전면 배제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약가제도 개편안 시행으로 신규 등재되는 일반 제네릭의 약가 산정률은 기존 53.55%에서 45%로 하향 조정됐다. 동일 제제의 후발 의약품 등재 개수가 13개를 넘어서면 최저가의 85%로 약가가 인하되는 계단식 규정, 다품목 등재 관리제까지 적용되면서 제약사들의 약가 방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제약업계는 대책으로 연구개발(R&D) 투자 비율 등을 기준으로 하는 '기업 단위 가산'과 개별 의약품 특성에 맞춰 우대 약가를 받는 '품목 단위 가산' 활용 방안을 검토 중이다.
 
품목 단위 가산 중 제약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원료 직접생산'과 '국산원료 사용'이다. 자사 제조소에서 원료를 직접 화학 합성해 제네릭을 생산할 경우 오리지널 최고가의 68%에 해당하는 약가를 기본 5년간 보장받는다. 요건을 지속해서 충족하면 5년이 추가 연장돼 최대 10년 이상 높은 약가를 유지할 수 있다. 기본 산정률인 45% 대비 23%p 높은 약가를 장기간 확보해 혁신형 제약기업 가산율(60%)보다 높은 수익성을 기대한다.
 
문제는 정부가 원료직접생산 인정 기준을 강화한 점이다. 강화 골자는 '생산 전과정의 국산화'다. 모회사나 자회사 등 계열사 제조소를 활용한 원료 생산은 인정 대상에서 전면 제외되고 반드시 해당 제약사의 국내 자사 제조소에서 직접 생산해야 한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기준에 따라 최종 화학적 전환 단계까지 국내 자사 공장에서 이뤄져야 가산 대상이 된다. 외주 위탁생산(CMO)이나 계열사를 통한 분업 체계는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생산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원료합성 전담 계열사나 자회사를 분리해 운영해온 제약사가 많다"라며 "계열사 공장 생산분까지 전면 제외하고 '자사 공장'만 인정하는 것은 현장의 실질적인 생산·법인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고 토로했다.
 
가산 적용 기간의 산정 시점도 주요 변수다. 10년 가산 기준일은 개별 기업의 제품 등재일이 아닌 '시장 내 최초 제네릭 등재일'이다. 2010년대 중반 이미 제네릭이 출시된 고혈압·고지혈증 등 기존 만성질환 성분은 가산 잔여기간이 없거나 매우 짧아 신규 설비 투자의 실익이 없다. 제약사들은 해당 규정에 맞춰 최근 2~3년 내 특허가 만료됐거나 해제 직후인 SGLT-2,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등 잔여 가산 기간이 7~10년 남아있는 대형 품목을 중심으로 원료합성 투자를 집행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중소제약사 양극화 심화 '우려'
 
가산 획득 이후 유지 조건과 사후관리 의무 또한 강화됐다. 가산 적용 기간 중 원료 수급 불균형이나 원가 상승 등의 사유로 해당 국산 원료를 사용하지 않게 될 경우, 제약사는 사유 발생 10일 이내에 상한금액 조정을 보건당국에 자진 신청해야 한다. 이행하지 않거나 사후 점검에서 원료 미사용이 적발되면 가산금 환수와 함께 행정처분이 부과된다. 저가 수입 원료 대비 높은 자사 합성 원가를 부담하면서 원료 사용 현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행정·재무적 리스크가 발생한다.
 
또 다른 중견제약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원료 미사용 사유 발생 후 10일 이내에 자진 신고를 강제하는 것은 현장에 엄청난 부담"이라며 "자사 합성 원가 부담에 사후관리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국산 원료 사용 트랙 자체를 포기하는 품목이 늘어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가산 종료 시점 재검증 및 기업 지위 변동에 따른 약가 재산정 규정 역시 도입됐다. 제약사는 1년·5년·10년 가산 기간 종료 6개월 전에 직접생산 및 국산원료 사용 여부를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혁신형 제약기업(60%), 준혁신형 제약기업(50%), 수급안정 선도기업(50%) 등 기업 지위에 변경이 생길 경우 가산금액을 즉시 재산정한다. 기존 혁신형 지위를 보유하고 연구·생산 인프라를 내재화한 상위 제약사는 약가를 유지하기 유리하지만, 지위 유지 조건이 불안정한 중소 제약사는 지위 하락 시 약가 인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일부 제약사는 규정 변경 대응을 위해 R&D 자회사를 흡수합병하거나 완제·바이오 자회사 합병을 추진하는 등 법인 구조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자회사 합병을 추진할 여력이 없는 중소·영세 제약사들은 대응 마련이 쉽지 않다. 해당 제약사들이 원료 자급화를 포기하고 수입 원료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대형 제약사는 법인 합병이나 설비투자로 가산 요건을 맞출 수 있지만, 자체 합성 시설이 없는 중소 제약사는 저가 수입 원료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라며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30% 미만인 상황에서 현장 현실과 격차가 있는 가산 기준은 제약사들의 원료 투자 유인을 낮추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제보하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