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AI 투자도 에셋라이트…PF·FI로 재무부담 낮춘다
SKT, SK하이퍼 7500억 투입…올해 3300억 선출자
프로젝트별 SPC 구조로 FI·PF 외부자본 유치
직접 투자 최소화로 재무 부담 관리
공개 2026-08-11 07:3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07일 17:15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K그룹이 수년간 이어온 리밸런싱을 통해 확보한 투자 여력을 인공지능(AI)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과거처럼 각 계열사가 대규모 자금을 직접 투입하기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재무적투자자(FI) 등 외부 자본을 적극 활용하는 이른바 에셋라이트(Asset-Light) 전략에 초점을 맞추면서 재무 부담을 낮추는 모습이다.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사업 주도권은 유지하되 직접 부담은 최소화해 성장과 재무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진=SK)
 
리밸런싱 거친 SK그룹…AI 투자 효율성 초점
 
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수년간 비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재편을 중심으로 리밸런싱을 추진한 데 이어 AI 사업에서는 초기 자금만 계열사가 부담하고 본격적인 사업 재원은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대규모 설비를 직접 보유하고 자본을 계속 투입하기보다 필요한 만큼의 마중물을 넣은 뒤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여 자금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017670)은 지난달 사업개발 전담법인인 SK하이퍼를 설립하고 오는 2030년까지 총 7500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금액을 한 번에 투입하지 않고 올해 3300억원을 우선 납입한 뒤 나머지 4200억원은 사업 진행 상황에 맞춰 캐피털콜 방식으로 순차 집행할 계획이다.
 
SK하이퍼는 데이터센터를 직접 모두 구축하기보다 부지와 전력 확보, 초기 변전 설비 등 사업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이후 실제 센터 건설과 운영 단계에서는 프로젝트별 별도 법인(SPC)을 세우고 재무적투자자(FI)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활용해 자본을 분담하는 식이다. SK텔레콤이 SK하이퍼 지분 100%를 보유해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면서도 본격적인 시설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외부와 나누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텔레콤 측은 <IB토마토>에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선 구축 후 수요 확보가 아닌 고객 확보 후 데이터센터 구축"이라며 "초기 투자 이후 실제 구축에 들어가는 대규모 재원은 고객을 선행 확보한 뒤 FI 유치 등을 통해 마련해 무리한 직접 투자 위험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의 AI 투자법인에도 자금을 한꺼번에 집행하지 않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SK하이닉스(000660)가 주도해 설립 예정인 미국 투자법인 AI컴퍼니에 지주사 SK(003600)는 2억 5000만달러, SK이노베이션(096770)은 3억 8000만달러를 초기 투자금으로 투입한 데 이어 SK하이닉스는 100억달러(약 14조 7000억원)을 향후 4년에 걸쳐 캐피털콜 방식으로 납입할 예정이다. SK텔레콤 또한 4억 8000만달러 출자 참여하면서 주요 계열사가 참여했다. 막대한 AI 투자비용이 특정 회사의 재무구조에 단기간 집중되는 것을 피하면서 그룹 차원의 사업 연계는 유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AI 인프라 사업은 초기 투자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자기자본만으로 추진하기에는 자본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 역시 프로젝트별로 투자자를 유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SK도 외부 자본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투자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밸런싱 과제 남아…투자 확대에도 재무 부담은 통제
 
SK그룹이 외부 자본 활용도를 높이는 배경에는 리밸런싱이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자리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는 비주력 사업 정리와 재무구조 개선을 이어가야 하는 만큼 AI 사업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그룹 내부에서만 충당하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는 투자를 이어가되 기존 사업의 재무 개선 효과를 훼손하지 않는 자금 배분이 중요해진 셈이다.
 
최근에도 SK는 반도체 웨이퍼 자회사 SK실트론을 두산(000150)에 2조 3000억원(언아웃 옵션 포함)에 매각하는 등 그룹 리밸런싱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그룹 AI 투자법인 출자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SK하이퍼 7500억원과 별도 AI 관련 출자를 합친 예정 자금 소요는 1조원을 웃돌지만 납입 시기를 수년에 걸쳐 분산하면서 단기적인 현금 유출을 줄였다. 올해 SK하이퍼 출자액 3300억원 역시 자체 잉여현금흐름(FCF) 범위에서 감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재무 여력도 당장의 투자 부담을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텔레콤의 올 1분기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 4162억원이며 현금및현금성자산 1조 474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24.92%, 총차입금 대비 EBITDA는 1.8배 수준이다. AI 관련 신규 자금 소요가 늘고 있지만 장기간에 걸친 분할 출자와 외부 조달을 병행할 경우 재무지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SK그룹 측은 <IB토마토>에 "AI 데이터센터는 투자 규모가 상당한 사업이어서 계획된 금액을 모두 직접 투자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전략적 파트너 투자와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외부에서 조달해 사업 주도권은 확보하되 직접 투자는 최소화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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