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대수술)③제네릭 14개 넘으면 약값 '뚝'…등재전략 혼선
14개 산정 기준·1년 유예 시차 등 불확실성 가중
자진취하해도 감액 유지…수익성 악화 우려
공개 2026-08-10 07:4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06일 18:03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일부터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계단식 약가인하 강화와 최고가 요건 미충족 페널티 확대, 다품목 등재관리 신설 등 후발 제네릭의 시장 진입 문턱을 높이는 조치가 한꺼번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제네릭 중심의 사업구조를 가진 제약사들은 수익성 악화와 신제품 전략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IB토마토>는 이번 약가개편의 핵심 내용과 제약업계에 미칠 파장을 4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제약업계가 복제약(제네릭)과 특허 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 제도 개편을 앞두고 등재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동일제제 14개를 기준으로 약가가 달라지고, 등재 후 실제 인하까지 1년의 시차가 발생하는 데다 한번 낮아진 약가가 품목 수 감소에도 되돌아오지 않는 구조까지 겹치면서 현장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복잡한 산정 기준과 적용 시점 차이가 제품 출시와 생산 계획은 물론 의약품 수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AI 제작·IB토마토)
 
14개 산정·1년 시차에 감액 유지 조항까지
 
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장에서 가장 혼란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다품목 등재 관리 대상 '동일제제 14개 제품' 산정 기준이다. 보건당국은 결정신청일 다음 달 1일을 기준으로 기등재 동일제제와 신청 제품의 합계 품목 수를 확정한다. 해당 시점에 14개 이상으로 카운트되면 이후 일부 품목이 자진취하 등으로 시장에서 이탈하더라도 총 품목 수 산정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품목을 카운트하는 방식도 제형에 따라 나뉜다. 정제나 캡슐제 등 일반적인 제제는 투여경로와 성분·제형·함량이 동일해야 하나의 제제로 묶이지만, 물약·시럽제·1회용 점안제·주사제 등 최소단위 표기 의약품은 주성분 코드 대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기준코드로 14개 여부를 집계한다. 제형별 집계 기준의 이원화와 결정 신청일 기준 경합성 때문에 제약사들은 허가 취하 및 등재 신청 시점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신규 등재 고시와 실제 약가 인하 적용 시점 사이에 발생하는 '1년 시차 구조' 또한 제약사들의 등재 전략 수립을 어렵게 만든다. 개정안에 따라 동일제제가 14개 이상이 된 시장에 진입하는 후발 품목은 원칙적으로 동일제제 최저가와 오리지널 기준 29% 금액 중 낮은 금액의 85% 수준으로 산정된다.
 
문제는 인하된 상한금액의 실제 효력은 등재 후 1년간 부여되는 가산 유예 기간이 끝난 다음 날부터 발동한다는 사실이다. 등재 초기 1년 동안은 기존 약가를 보장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예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약가가 급감하는 구조다.
 
수십개 제네릭이 일시에 몰리는 대형 특허 만료 시장의 경우 초기 매출만 보고 진입한 제약사들이 1년 뒤 수익성이 악화될 위험이 커진 것이다. 혁신형 제약기업(60%) 및 준혁신형 기업(50%) 대상의 가산 제도가 방어막 역할을 하지만, 1+3년의 가산 기간이 종료된 이후 가파른 약가 인하를 근본적으로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진입 초기에는 가산 유예 덕분에 사업성이 있어 보이지만 1년 뒤 약가가 대폭 떨어지기 때문에 중장기 수지타산을 맞추기 까다로워졌다"라며 "제품 출시 단계부터 1년 뒤 약가 인하 폭을 미리 계산해 생산규모와 마케팅 전략을 새로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의약품 수급 문제로 퍼질까 '우려'
 
한번 다품목 등재 관리 대상으로 분류된 품목에 대해 시장 상황 변동과 무관하게 감액 기준을 계속 적용하는 조항 역시 의약품 수급 불균형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제제 수가 향후 12개 이하로 줄어들더라도 제재 기준을 적용받아 진입한 후발 품목의 약가는 상향 조정되지 않아서다. 선발 진입 업체들이 채산성 악화로 제품을 자진취하하거나 생산을 중단하더라도 후발 제품은 동일제제 최저가와 29% 약가 중 낮은 금액에 다시 85%를 곱한 감액률을 적용받는다. 해당 구조는 기존 제품 철수 시 대체 제네릭 공급을 맡아야 할 후발 제약사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아 필수의약품이나 특정 성분 약제의 안정적 공급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원가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데 한번 낮아진 약가 기준은 시장 품목 수가 줄어들어도 원상 복구되지 않는다"며 "수익성이 떨어져 기존 제조사들이 공급을 포기하더라도 후발주자가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낮은 약가로 공급에 나서기는 어려워 결국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약품 수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품목 유형별 차등 적용 구조에 따른 형평성 논란 역시 제약업계 현장에서 혼란을 낳고 있다. 마약류 및 복합제 등 일부 특정 제제는 최초 등재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다품목 등재 관리가 적용되는 등 일반 제네릭과 다른 유예 기준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의약품 특수성과 관리 필요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이지만, 일반 제네릭을 주로 생산하는 중소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특정 품목군에 대한 특혜이자 적용 기준의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제도 적용 시점과 경과 규정을 둘러싼 법적·행정적 갈등도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월 신청분부터 개정안이 적용되면서 불과 한달 차이인 6월 이전 신청 품목들과의 사이에서 형평성 시비가 확대되고 있다.
 
중견 제약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업계에서는 약가 인하 때문에 사업성 재검토는 물론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까지 심각하게 고려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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