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주택의 현실)④공장 접는 대형사…모듈러 주도권 전문기업으로
대형 건설사,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 재편
유창E&C 등 전문기업 부상…제작·시공 역할 확대
기술 경쟁 넘어 공급망 중심으로 판도 재편
공개 2026-07-30 06:3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27일 17:52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공기 단축과 품질 균일화, 인력난 대응의 해법으로 주목받아 온 모듈러(OSC) 주택은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며 차세대 건설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기술 검증이 상당 부분 이뤄졌음에도 시장은 여전히 공공 발주에 의존한 채 산업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부 선도 기업들마저 사업 전략을 재조정하면서 시장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IB토마토>는 공공 중심의 시장 구조와 민간 확산의 한계, 원가와 생산성, 대형 건설사의 사업 전략 변화, 전문업체 중심으로 재편되는 산업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모듈러가 건설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국내 모듈러 시장이 제작·시공 툭화 전문업체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공공 중심 시장의 한계와 수익성 부담이 드러나면서 직접 공장을 운영하며 시장을 선도했던 대형 건설사들은 사업 구조를 재편하거나 선택적으로 접근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향후 모듈러 시장이 대형 건설사의 단독 주도보다 전문 제작사와 자재업체, 엔지니어링 기업이 역할을 분담하는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목조 모듈러 견본주택 모습 (사진=자이가이스트)
 
모듈러 생태계 재편…대형사는 선별 투자
 
27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2000년대 초 학교와 군시설 등 공공건축물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동일한 구조와 평면이 반복되는 공공시설 특성상 공장 제작·현장 조립 방식의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기에 적합했고, 공기 단축에 따른 예산 집행 효율성까지 확보할 수 있어 초기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2010년대에는 공동주택으로 적용 분야가 확대됐고, 2020년대 들어서는 중고층 건축물까지 기술이 고도화되며 시장 규모도 성장했다. 최근에는 정부와 국회가 모듈러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정책 지원에 나서면서 산업 기반 조성 또한 속도를 낸다.
 
기술 발전과 정책 지원의 경우 여전히 공공 발주 중심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민간 공동주택 시장으로의 확산이 더딘 가운데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쉽지 않으면서 사업 전략 역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모듈러 시장에서 일괄적인 사업 확대보다 각사의 기술과 사업 기반에 맞춘 선택적 접근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직접 생산시설을 운영하며 시장 전체를 키우기보다는 목조와 철골, 고층 공동주택, 해외 메가 프로젝트 등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다. 공장 운영과 고정비 부담을 감수하며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보다 실증사업과 전략적 제휴, 특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사업성을 검증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일례로 GS건설(006360)은 해외 철골 모듈러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국내 목조 모듈러와 프리패브 사업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앞서 영국 엘리먼츠 유럽과 폴란드 단우드 등을 인수하며 글로벌 프리패브 시장 확대를 추진했지만, 엘리먼츠가 누적 손실과 프로젝트 손실로 청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해외 철골 모듈러 전략을 재조정했다. 국내에서는 목조 모듈러 자회사 자이가이스트를 중심으로 단독주택과 기숙사, 리조트, 공공시설 등 상대적으로 표준화가 쉽고 사업성이 확인된 분야를 공략 중이다.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자회사 GPC와 프리패브 관련 조직에도 투자를 이어가며 모듈러 사업 자체를 접기보다는 수익성과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에 선별적으로 자원을 투입하는 구조다.
 
GS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프리패브 사업은 자이가이스트와 GPC를 별개의 축으로 운영하기보다 목조와 철골, PC 전반의 기술과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통합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기숙사와 교육시설, 공공 공동주택을 비롯해 데이터센터와 PC 공동주택 등 시장성과 수익성이 검증된 분야를 중심으로 프리패브 사업 포트폴리오를 단계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6-3생활권 (UR-1,2BL) 모듈러 주택 조감도. (사진=포스코A&C)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고층·중대형 공동주택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듈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GH가 발주한 용인 영덕 경기행복주택을 통해 국내 최고층 수준인 13층 모듈러 공동주택을 준공하며 고층화 가능성을 실증했다. 현대제철과 함께 실대형 모듈러 시험시설인 'H-모듈러 랩'을 구축해 구조와 접합, 내화 성능 검증도 이어가고 있다. 단기적인 사업 확대보다 기존 모듈러의 한계로 꼽혀온 층수와 평면 제약을 극복하는 기술 개발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삼성물산(000830)은 국내 주거시장보다 중동을 비롯한 해외 초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모듈러와 프리패브 공법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시설을 짧은 기간 안에 공급해야 하는 해외 메가 프로젝트에서는 현장 인력과 자재 조달 부담을 줄이고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OSC 방식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모듈러를 독립 사업이 아닌 대형 프로젝트의 생산성과 시공 효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에 가까운 모습이다.
 
현대건설(000720)은 자체 공장 투자보다는 전문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목조 모듈러와 OSC 기술의 적용 범위를 넓혔다.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 공간제작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관련 기술의 현장 도입을 추진했으며, 공동주택 단지 내 키즈스테이션과 자전거 보관소 등 소규모 부속시설에 목조 모듈러 공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대규모 공동주택 전체를 모듈러 방식으로 전환하기보다 반복 생산이 가능하고 시공 부담이 낮은 부대시설부터 적용 경험을 축적하는 방식이다.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도 전문업체의 생산 역량을 활용할 수 있어, 향후 시장성과 기술력이 확인될 경우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모듈러와 OSC를 미래 건설 생산체계 혁신의 핵심 기술로 보고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현재는 공공시설과 단지 부속시설 등 기술 검증과 사업성이 확보된 분야를 중심으로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공동주택 등 다양한 건축 분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품성과 생산성, 안전성,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용 분야를 단계적으로 넓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오롱(002020)그룹 또한 모듈러 사업을 지속·확대 중이다. 모듈러 전문 자회사인 코오롱이앤씨를 통해 건축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2023년 인수한 엑시아머티리얼스를 중심으로 모듈러 건축용 소재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엑시아머티리얼스가 생산하는 열가소성 복합소재는 OSC·모듈러 건축용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차세대 OSC 외장 패널은 서초3동 주민센터와 서래마을 공영주차장 개발사업 등에 적용될 예정이다.
 
유창이앤씨 모듈러 전시판매시설 (사진=유창이앤씨)
 
대형사 빈자리 메운 전문기업…역할 분담 본격화
 
전략 수정에 들어간 대형사와 달리 제작과 시공에 특화된 전문기업들은 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 중이다. 업계에서는 모듈러 산업이 대형 건설사 중심에서 전문 제작사와 자재·엔지니어링 기업이 역할을 분담하는 형태로 재편되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창E&C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곳은 국내 모듈러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인 2003년부터 모듈러 시스템 사업에 뛰어들며 생산 기반을 구축해 온 전문기업이다. 해당 회사는 포스코A&C의 모듈러 제작·설치 사업을 인수하며 국내 대표 모듈러 전문기업으로 입지를 확대했다. 인수 대상에는 생산공장과 설비, 관련 특허, 전문 인력 등이 포함돼 설계부터 제작·시공까지 아우르는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건설사가 축적한 기술과 생산 인프라를 전문기업이 이어받으면서 국내 모듈러 생태계의 중심축이 점차 전문 제작사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Y는 모듈러와 프리패브 공법에 적용되는 건축자재 공급 확대에 집중한다. 경량스틸과 샌드위치패널, 내·외장재 등 기존 건축자재 사업을 기반으로 모듈러 건축용 패널과 시스템 자재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직접 모듈러 건축을 수행하기보다 전문 제작사와 시공사에 핵심 자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OSC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삼목에스폼은 PC와 OSC 공법에 필요한 거푸집과 연결 부품 등 핵심 자재 공급을 확대한다. 기존 콘크리트 거푸집 전문기업에서 프리패브와 모듈러 공법에 적용되는 제품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모듈러 산업이 확대될수록 제작사뿐 아니라 관련 부품과 자재 기업의 역할도 함께 커질 것이라는 점에서 공급망의 한 축으로 평가받는다.
 
한미글로벌(053690)은 모듈러 프로젝트에서 PM(프로젝트관리)과 CM(건설사업관리)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설계와 제작, 운송, 현장 조립 등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모듈러 건축 특성상 각 참여 주체를 조율하는 관리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모듈러 시장이 확대될수록 단순 시공보다 프로젝트 전 과정을 관리하는 엔지니어링 기업의 역할 역시 함께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화의 마지막 퍼즐…안정적 발주와 제도 개선
 
정부도 모듈러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모듈러 주택을 신속 공급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내년 상반기까지 모듈러 매입임대주택 설계·시공 가이드라인과 매입가격 산정 기준 등 제도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공사비 부담 완화와 규제 개선, 인센티브 확대 등을 담은 'OSC·모듈러 특별법(가칭)' 제정도 추진해 산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발주와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모듈러 주택 사업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공공 발주 확대와 함께 민간 시장으로 수요를 넓혀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모듈 운송과 설치 기준, 인허가 절차, 품질관리 체계, 표준화 등 모듈러 건축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듈러 산업의 성패는 기술보다 시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업계 평가다. 대형 건설사와 전문기업 모두 기술 경쟁력 확보에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속적인 발주와 규제 개선, 민간 수요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활성화 정책이 단기적인 공급 확대를 넘어 모듈러 산업의 자생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국내 모듈러 시장은 공공 임대주택과 단독주택, 공공·특수시설을 중심으로 기술 검증과 실증 경험을 축적해 왔지만, 민간 공동주택 분야에서는 아직 안정적인 반복 발주 구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모듈러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안정적인 발주 물량과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용적률 인센티브와 표준화 체계 구축, 인허가·인증 제도 개선은 물론 대형 모듈 운송과 양중을 지원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까지 함께 갖춰져야 시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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