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 막으니 가짜 앱으로…진화하는 공모주 투자사기
증시 호황 틈탄 투자사기 급증…공모주 우선배정 미끼
플랫폼 자율규제 한계…사적 대화로 신종 수법 확산
공개 2026-07-30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7월 28일 09:59분 IB토마토 유료사이트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송혜림 기자] 최근 증시 호황에 편승해 공모주 청약을 대행해주겠다며 투자금을 받아 가로채는 피해가 늘고 있다. 올해 비상장주식과 공모주 투자 열기가 확산하며 개인투자자가 몰리자, 정부 규제로 한동안 주춤했던 투자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다. 네이버(NAVER(035420))와 카카오(035720) 등 온라인 플랫폼이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규제 사각지대를 파고든 신종 금융사기가 잇따르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진=인제니아테라퓨틱스 홈페이지)
 
비상장 종목을 내세운 투자 사기 급증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증권예탁증권(KDR) 방식의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해외 바이오기업 인제니아테라퓨틱스를 사칭한 투자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에서 설립된 항체 신약 개발사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공모주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인제니아테라퓨틱스 사기 피해는 앞선 투자 리딩 피해 사례들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먼저 증권사를 사칭한 사기 단체는 금융 광고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네이버 밴드·카페 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다. 주로 일반 투자자가 받기 어려운 공모주 우선 배정이나 기관 물량을 제공받을 수 있다며 미끼를 던지는 식이다. 제도권 금융권이라도 집합투자업이나 투자중개업 인가 없는 행위는 명백히 불법이다.
 
이들은 피해자들을 투자 리딩방이나 외부 투자 사이트, 투자 애플리케이션(APP) 등 자신들이 만든 사기 플랫폼으로 유도한다. 이후 투자자가 신청한 수량보다 더 많은 신주가 배정됐다고 통보한 뒤 청약대금이나 차액을 추가로 입금하도록 요구한다. 주로 투자일임자산을 자신의 명의가 아닌 회사(또는 타인) 명의의 송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사기 단체가 운영하는 앱과 사이트.(출처=홈페이지 캡처)
 
이들 단체는 현재도 별다른 제재 없이 투자 사기 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APK 공유 사이트를 통해 투자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열어 놓은 상태다. 지난달까진 신뢰도 높은 앱 스토어에서도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해당 사이트와 앱에선 보유 주식이나 배정 수량, 평가 수익 등이 실제 증권거래 화면처럼 표시되나 이는 실제와 다른 허구에 불과하다.
 
이들은 '최종 참여 기회'라거나 '얼마 남지 않은 수량' 등의 문구로 투자자들을 압박하고, 추가 배정된 신주의 청약 대금을 납입하지 않으면 기존 투자금도 출금할 수 없다며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모든 대금이 납입되면 돌연 잠적을 감춘다. 이들의 근거지는 주로 해외에 위치해 있어 체포는 물론 피해 대금 회수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투자 사기 피해 사례.(출처=금융감독원)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에도 피해가 멈추지 않는 이유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 같은 비상장주식 투자 피해가 급증하자 지난 6월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경찰청 자료를 살펴보면 2026년도 상반기(1월~5월) 피싱 발생건수는 1만6892건에 달하며 이중 투자 리딩방 사기는 2774건에 이른다. 피해액 규모는 2710억원이다. 올해는 증시 호황으로 비상장 공모주에 투자하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만큼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 투자 리딩방 피해는 매년 수천 건씩 발생하고 있다. 2024년에는 발생 건수 8104건, 검거 인원 2933명에 달했고 지난해는 각각 6853건, 4012명 규모로 적발됐다. 피해 발생 경로는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 텔레그램 등 다수가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금융당국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24년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정식 등록된 투자자문업자 외에는 주식 리딩방 등 양방향 채널 개설을 금지했다. 주식 리딩방 등 금융회사로 오해할 수 있는 표시·광고, 수익률 허위 광고도 불가능하다. 다만 NAVER(035420)(네이버), 카카오(035720) 등 플랫폼 업체는 리딩방 관련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들은 시스템 개선 및 운영정책 개정 등 자율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 행위 방지에 나선다.
 
카카오는 유사투자자문을 위해 그룹채팅방을 생성하거나 운영하는 행위 자체를 막았다. 유료 리딩방은 물론 무료 주식 리딩방도 금지 대상이다. 이용자 신고 등을 통해 해당 행위가 확인될 경우, 신고된 이용자와 해당 채팅방 관리자는 즉시 카카오톡 내 모든 서비스 이용이 영구적으로 제한된다. 네이버는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적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밴드가 확인될 경우 밴드 관리자를 대상으로 즉각 계정 영구 정지를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을 적용했다.
 
네이버·카카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운영정책을 개정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불법 투자 리딩방에 대한 조치를 진행 중"이라면서 "경찰청 등 수사기관과 공조를 진행해 피해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다만 실제로 네이버 밴드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검색해 보니 종목주 추천, 투자 리딩 등을 명목으로 계좌 이체를 요구하거나 특정 사이트로의 접속을 유도하는 게시글이 여전히 올라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1:1 채팅방을 통해서도 주식 리딩을 해주겠다는 대화방들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이용자 입장에선 해당 업자들이 유명인이나 제도권 증권사를 사칭하는 만큼 정식 등록된 투자자문업자인지 식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나날이 진화해가는 사기 방식이다. 현재 온라인 플랫폼들의 모니터링 방식은 채팅방과 밴드 제목이나 게시글 등 외부로 드러난 내용을 검열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개인 대화 내용은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검열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불법 행위가 오가도 사후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기 단체들은 유튜브나 X(트위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해자를 모집한 뒤 오픈채팅방이나 밴드를 개설해 가입시킨다. 전혀 다른 명칭으로 방을 만든다면 사실상 모니터링망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인제니아테라퓨틱스 사례처럼 사기 단체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넘어 자체적으로 제작한 앱이나 사이트로 피해자들을 유도한다. 이러한 제2의 플랫폼들은 어느 정도 피해 금액을 모으면 돌연 삭제되고 자취를 감춘다. 온라인 플랫폼은 범행이 이뤄지는 공간이라기보다 외부 사이트 주소와 연락처를 전달하는 통로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이 아무리 규제를 강화한들, 사적 대화를 엿볼 수 없는 한 음지에서 발생하는 피해들을 모두 막기는 어렵다.
 
한 금융범죄 전문 변호사는 <IB토마토>에 "투자를 결정하기 전 계약서를 꼭 작성해야 하며, 계약 내용과 거래 방식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라며 "명확한 근거 없이 비용을 먼저 요구하면 의심해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최근엔 투자 이후 출금을 제한하는 피해 사례도 접수된다"라며 "출금을 위해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일정이 계속 지연된다면 거래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제니아테라퓨틱스 측에 피해 사실 인지, 소비자 경보 등을 알릴 계획을 문의했으나 답하지 않았다.
 
송혜림 기자 divi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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