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영진약품(003520)의 성장 투자 시계가 늦어지고 있다. 남양공장 주사제 라인에는 230억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됐지만 GMP 승인 지연으로 가동 시점이 미뤄지고 있고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도 잔여 마일스톤의 단기 현금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투자금 회수는 밀리는데 상품 매출 비중 확대와 원가 부담이 겹치며 올해 1분기 영업실적은 적자로 돌아섰고 소송 배상금 지급까지 발생하면서 현금흐름 압박도 커졌다.
영진약품 남양공장 전경. (사진=영진약품)
남양공장 주사제 라인, 식약처 GMP 발목 잡혀 '가동률 저하'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진약품은 총 229억 7500만원을 투자해 남양공장 세파항생 주사제 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이미 총 투자액 99.5%에 달하는 228억 6200만원을 투입했다. 회사는 지난 2024년 12월 화성시로부터 공장 준공 승인을 받은 상태다.
준공 승인까지 받았지만 해당 라인은 현재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승인을 최종 획득하지 못해 제품 생산을 못한다.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신규 라인이 가동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고정비 부담은 기존 라인의 가동률 악화와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영진약품의 주요 공장 가동률은 크게 저하됐다. 세파제 분말주사제 가동률은 전년 동기(제64기 1분기) 52.7%와 비교해 21.9%p 하락한 30.8%다. 같은 기간 세립 및 건조시럽 라인의 가동률은 27.7%로 전년 동기(81.6%) 대비 53.9%p 급락했다.
성장동력인 연구개발(R&D) 부문은 단기간 내 유동성을 확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영진약품이 주력해 온 미토콘드리아 희귀질환 치료제(KL1333)의 계약기간이 기존 2039년 12월31일에서 2047년 5월19일로 8년 가량 연장됐다. 해당 연장은 조건부 부속합의로 개별국가에 추원한 뒤 특허 등록이 완료돼야 연장효력이 발생한다.
문제는 전체 기술 수출 계약 규모는 총 5600만달러(약 823억원)에 달하지만, 영진약품이 현재까지 실제로 수취한 금액은 전체의 2.67%인 22억원에 불과하다. 글로벌 임상시험이 아직 진행 중인 데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 4월2일 임상1a상 투여가 종료된 뒤 다음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고 있어서다.
임상 시험의 진행 속도가 늦어짐에 따라 잔여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총 5256만 달러가 단기간 내 유입될 가능성은 적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R&D 성과를 통한 조기 현금 유입과 이를 통한 유동성 보완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상품' 매출 비중 50% 돌파…사업 비중 유통에 '무게'
자체 고마진 제품의 생산능력(CAPA)이 공장 가동률이 저하되면서 영진약품의 이익 구조는 마진이 박한 타사 제품 유통 중심의 ‘상품’ 매출 비중이 급격히 비대해졌다. 올해 1분기 기준 영진약품의 전체 매출 중 상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3%를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업계 안팎에서는 제약사 본연의 영업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실적으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영진약품의 매출액은 638억원으로 전년 동기(641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매출원가는 오히려 441억원에서 458억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180억원)이 전년 동기(200억원)보다 10% 감소한 반면, 판관비는 173억원에서 198억원으로 크게 증가해 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영업이익 26억원) 대비 적자 전환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실적 악화와 동시에 발생한 대규모 돌발성 현금이 유출됐다는 사실이다. 영진약품은 올해 1분기 162억원에 달하는 소송 배상금을 지출하면서 단기 유동성이 급격히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무상태표상 지난해 말 177억원에 달했던 유동성충당부채가 올해 1분기 16억원으로 약 161억원가량 급감한 지표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과거 소송 리스크에 대비해 쌓아뒀던 충당부채가 판결 확정 등으로 인해 대규모 현금 유출로 나타난 것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1분기 83억원 순유입에서 올해 1분기 115억원 순유출로 반전됐다. 1분기에 발생한 영업손실과 162억원의 배상금 유출이 결합하며 회사 내부 현금을 빠른 속도로 빨아들였다.
지난해 말 기준 284억원을 유지하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개월 만에 63억원으로 급감했다. 전환사채 상환 등에 약 90억원의 재무활동현금이 추가로 소요된 점 역시 현금이 마르는 현상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IB토마토>는 영진약품 측에 남양공장 주사제 라인 준공 승인 뒤 GMP 승인과 KL1333의 임상시험 진행 상황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관련 답변을 듣지 못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