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K텔레콤(017670)이 지난해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로 수익성과 가입자 기반에 타격을 입었지만, 통신 본업의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을 방어했다. 가입자 회복세가 나타나는 올해는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사업 중심의 성장 전략을 본격 펼치는 모습니다.
(사진=SK텔레콤)
5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해 유심 정보 유출 사태와 희망퇴직 시행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실적이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7조 992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영업손익은 1조 73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1% 줄었다. EBIT 마진도 10.2%에서 6.3%로 3.9%포인트 하락했다.
실적 악화는 보안사고 후폭풍에 기인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약 80만명의 무선 가입자가 순감소했다. 이는 2024년 말 가입자의 3.5% 수준이다. 고객 감사 패키지 제공에 따른 수익 감소 효과만 4541억원에 달했고, 유심 무상교체 등 후속 조치 비용으로 2120억원이 추가 발생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징금 1350억원과 희망퇴직 관련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다.
사업부문별로는 무선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2024년 1조5290억원에서 지난해 8180억원으로 46.5% 급감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11.5%에서 6.5%로 하락했다. 유선사업 또한 영업이익이 3670억원에서 3080억원으로 줄었다.
보안사고가 실적 하락을 초래했지만, 장기적인 사업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2228만명까지 감소한 SK텔레콤의 휴대폰 가입자 수가 올해 1분기 2251만명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 역시 38.8%에서 39.1%로 소폭 상승했다.
경쟁사에서도 유사한 보안 이슈가 발생하면서 가입자 이탈 속도가 빠르게 안정화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번호이동 보조금 확대와 재가입 혜택 강화 등 적극적인 마케팅 정책이 회복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 주요 재무지표. (자료=한국기업평가)
재무 측면에서는 대규모 투자와 일회성 비용 부담에도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SK브로드밴드 잔여지분 취득에 약 1조 1000억원을 투입했고, 판교 데이터센터 영업양수에도 약 5000억원을 지출했다. 보안사고 대응 비용까지 겹치면서 자금 부담이 크게 확대된 바 있다.
회사는 유형자산 매각과 투자자산 유동화를 통해 상당 부분을 충당했다. 카카오 지분 등을 포함한 금융상품 매각으로 7022억원을 확보했고, 유형자산 처분을 통해서도 2405억원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24.9%로 지난해 말 대비 7.5%포인트 하락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34%로 지난해 말 대비 0.5%포인트 낮아졌다. 순차입금은 8조 4430억원 수준이지만 EBITDA 대비 순차입금 배율은 1.5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과제는 AI 사업 확대 과정에서 늘어나는 투자 부담이다. SK텔레콤은 AI 기업 전환 전략인 'AI 비전 2030'을 추진하며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로와 울산 데이터센터 구축이 예정돼 있으며, 정보유출 사태 이후 보안 인프라 투자도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무선 부문 마케팅 비용은 74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가입자 회복을 위한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데이터센터 투자와 보안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자금 소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SK텔레콤이 통신 본업에서 창출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AI 투자와 보안 강화 투자를 병행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가 노옥 있다. 다만 통신시장 성장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와 AI 사업이 기대만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가입자 기반 회복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질지가 중장기 실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김건희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SK텔레콤 신용평가보고서에서 “AI기업 전환 전략에 따라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등 AI 중심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자본적지출(CAPEX)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보보호혁신안 시행 계획에 따른 보안시스템 강화로 투자부담 가중될 전망”이라면서도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선도적인 시장지위와 인력 효율화를 통해 개선된 이익구조 등을 바탕으로 소요 자금의 대부분을 자체 현금흐름으로 충당하면서 매우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